1592년 5월23일 임진왜란이 일어났다. 국왕선조와 그의 신하들은 모두 도망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서울 도성을 지켜야 했다. 선조는 ‘백성이 하늘’이라는 세종의 가르침을 저버렸다. 하늘인 백성이 스스로 나설 수밖에 없었고 이순신과 백성이 나라를 지켜냈다. 임진왜란으로 조선의 모든 모순이 드러났음에도 백성을 버린 그들은 다시 돌아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백성 위에 군림했다. 신분제 유지에만 몰두한 조선의 지배세력은 ‘폭력’으로 백성을 파괴했다.
하지만 조선의 백성은 더 이상 생존을 유지할 수 없었다. 1840~1856년에 걸친 아편전쟁으로 중국이 몰락하기 시작했다. 서구의 동양 침략이라는 국제질서의 변화 속에서도 조선의 부패한 위정자들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성리학을 기반으로 백성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회구조를 유지했다. 결국 이에 대항하여 백성들은 1862년 전국적인 봉기를 일으켰다. 백성의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은 1860년 최제우의 동학창시로 구체화됐다.
동학은 모든 사람은 하느님을 모신 존재로 평등하다는 종교사상이다. 이는 이필제·최시형 등 동학도가 중심이 된 ‘1871 영해동학혁명’에서 구현돼 ‘1894 동학혁명’으로 이어졌다. ‘민이 역사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가져다준 동학은 한국 근현대사를 추동시킨 에너지며 진정한 근대의 시발점이자 한국 민주주의의 기원이다.
그러나 1894년 고종은 일제의 군대와 함께 동학군 ‘30여만 명’을 학살했다. 선조처럼 고종은 민과 나라를 버리고 오직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일제와 러시아·미국 등 외세에 의지해 권력 유지에만 골몰했다. 결국 나라의 주인인 민이 사라진 조선의 산하는 친일세력에 장악됐고,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길들지도 꺾이지도 않았다. 젊은 안중근이 나섰으며 천도교가 중심이 된 3·1혁명은 수많은 젊은이에게 영감을 줬고 이런 젊은이들이 독립투쟁의 중심이 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지향해야 할 미래가 ‘민주공화국임'을 선언했다. 이는 국권 회복 이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제1조에 투영됐다.
하지만 조선의 위정자처럼 이승만·박정희·전두환 독재정권은 국민과 헌법을 짓밟았다. 그렇지만 4·19혁명, 광주민주혁명, 6·10 시민항쟁, 2016년 촛불혁명에서 보듯 우리는 결코 길들지도 꺾이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자부심으로 충만해 살아왔다. 2000년대 들어 한류는 세계 젊은이들의 주류문화가 됐다. 제국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가 세계 문화에 선한 빛을 안긴 경우는 인류 역사상 없었다. 그러나 잠복해 있던 친일세력은 박근혜 정권에서 고개를 들더니 윤석열 정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그 결과, 2024년 12월3일 독재를 꿈꾸며 주술에 찌든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송두리째 파괴했다. 윤석열 정권의 반민족, 반국가 세력이 조선과 독재정권의 그들처럼 자신의 권력과 자리만을 지키기 위해 나라를 망쳤지만 국민은 결코 권력에 길들거나 꺾이는 사람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지난날의 혁명가들처럼 젊은이들도 일어났다.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에서 “두고 봐라. 우리는 타협도 없고 회유도 안 통한다. 내란동조 매국 정당 소멸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티케이(TK)의 콘크리트는 TK의 딸들에 의해 부서질 것이다! 몇 년이 걸려도 반드시 부서질 것이다!”라며 TK 동학의 울부짖음이 TK의 딸들에 의해 다시 살아났다.
이제 젊은 그들이 만들어나갈 미래를 다시 들어보자. 방탄소년단(BTS)의 ‘불타오르네’(Fire)를! “(Fire) 겁 많은 자여 여기로/ ( Fire) 괴로운 자여 여기로/ (Fire) 맨주먹을 들고 올 나이트 롱/ (Fire) 진군하는 발걸음으로/ (Fire) 뛰어봐 미쳐버려 다/ 싹 다 불태워라.”
여의도 국회 앞 광장에서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다시 크게 울려보자.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나의 세계.”
글 신운용 안중근평화연구원 교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7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결 불참으로 정족수가 부족해 탄핵안이 자동 폐기되자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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