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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관한 향기의 기억

등록 : 2025-01-09 15:26

전시 ‘구정아-오도라마 시티’(~3월23일)

골목, 음식 냄새, 매연, 군중 내음, 기름과 쇠, 땀내음, 거침, 강렬한 에너지…. 모든 곳에서 살고 일하는 한국인 작가 구정아가 구현한 ‘서울 향기’의 구성요소다. 이를 포함해 한국에 관한 향기 기억을 담은 17개의 향이, 베니스(베네치아) 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에서 세계인에게 전해진 뒤 처음 공개되는 뒷이야기와 함께 귀국했다.

‘구정아-오도라마 시티’는 뉴욕타임스, 아트시, 아트넷뉴스 등 주요 미술 매체들의 주목을 받으며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7개월간 전시를 열었다. 아르코미술관에서 3개월 동안 선보이는 이번 귀국전은 향을 주제로 감각적 경험의 확장을 체험할 수 있던 이탈리아 베네치아 한국관 공간 분위기를 옮겨왔다. 한국관에 사용했던 차분한 벽면 색채를 그대로 옮겨와 ‘오도라마 시티 베니스: 어디에서나’라는 제목을 붙여뒀다. 공중에서 2분마다 향을 뿜어내던 검은 형상의 우스(OUSSS)는 만날 수 없지만, 대신 한국관 최초로 관객 참여형으로 진행된 ‘한국의 도시, 고향에 얽힌 향의 기억’의 사연들을 일일이 읽어볼 수 있다.

2023년 6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전세계인을 대상으로 수집한 향기 기억은 600여 편에 이른다. 120개의 출력된 배너가 한 층을 가득 채우고, 그 양면에 기억을 적어 전시했다. 도시 향기, 밤공기, 사람 향기, 짠 내, 장독대, 밥 냄새, 공중목욕탕, 오래된 전자제품 등 주어진 정보로 조향된 17개의 서로 다른 향들의 근원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향은 전시장 2층 곳곳에 설치된 소형 뫼비우스 링이 머금고 있다.

‘오도라마'라는 전시 제목은 향을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의 ‘라마’(-rama)를 결합한 단어다. 구정아 작가는 1996년 프랑스 파리 스튜디오에서 선보인 냄새 설치작품 ‘스웨터의 옷장’ 이래로 꾸준히 '향'을 작업의 주요 소재로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향과 스토리텔링의 결합을 통해 소통과 우연, 공간과 관람객 사이의 에너지 연결에 집중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한국관 예술감독을 맡았던 이설희 덴마크 쿤스트할 오르후스 수석 큐레이터와 야콥 파브리시우스 덴마크 아트 허브 코펜하겐 관장이 다시 기획을 맡았다.

장소: 종로구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제1, 2 전시실 시간: 오전 11시~오후 7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760-4850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과장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