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아침 출근길, 어제의 감사함이 생각나 문자를 보냅니다. 의원님의 관심과 열정 덕분에 용기 내어 말할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시의원의 역할을 다시금 깨닫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지난달 13일 아침 이윤희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성북1)은 문자 한통을 받았다. 전날 이 의원이 제안해 열린 토론회의 참석자가 보내온 것이다. 이 의원은 주민들에게 좀 더 나은 조건의 일자리를 연계해주기 위해 일하고 있는 직업상담사들이 정작 자신들은 고용 불안과 열악한 근무 여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얼마 전에 전해 들었다. 이 의원은 이들이 서울시와 시의회 관계자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해결 방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토론회를 여는 데 발 벗고 나섰다.
요즘 서울시의원들의 화두는 ‘시민 곁으로 한뼘 더’이다.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나누기 위해 여는 토론회, 공청회 자리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 의원은 2년 전 ‘서울특별시의회 시민 의견 청취를 위한 토론회 등의 운영에 관한 규칙’과 ‘서울특별시의회 기본 조례 일부 개정조례’를 발의했다.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 토론회 등을 열어 시민,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이전에는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여는 것이 시의원에게 꽤 어려운 일이었다. 조례안 제정이나 전부 개정 등과 같은 중요한 안건, 또는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는 안건에 대해서만 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열 수 있었다. 형식에도 상당한 제약이 있었다. 이 의원은 “예전보다 시민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에 대해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담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시민들과의 소통 노력은 서울시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의회 개혁의 하나로 이뤄지고 있다. 2014년 출범한 9대 서울시의회는 의회제도 개선과 의회 역량 강화를 위해 전반기(2014년 7월~2016년 6월) 의회개혁 특별위원회를 운영한 데 이어, 후반기(2016년 7월~)에는 의회 역량 강화 전담팀(TF)을 꾸렸다. 시의원과 시 간부 12명이 참여해 4개월간 활동한 의회 역량 강화 전담팀은 96개의 과제를 내놓고, 이 가운데 77개는 즉시 시행해야 할 과제로 정했다.
첫 과제 시행으로 올해 들어 민원 전담 처리부서 ‘시민권익담당관’이 만들어졌다. 시민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고 주민의 민원을 풀 수 있도록 기존의 민원관리팀을 확대 개편한 것이다.
의원 연구단체를 활성화하며, 해외 연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도 하고 있다. 전담팀을 제안했던 김선갑 운영위원장은 “시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개혁 과제들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효율적인 의정활동 지원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정책 보좌관제 도입, 의회 인사권 독립 등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는 사실상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의 발전과 지방의회 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회조차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를 받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실정이다. 지난해 권상희(성균관대 신문방송학) 교수팀은 ‘서울시 정책소통 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를 위해 서울 시민 52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 설문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서울시의회의 정책 소통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의견은 24.8%에 지나지 않았다. 최근 6개월 이내에 서울시의회 누리집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경우도 15.8%에 그쳤다. 서울시의회가 시민과의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인식조사에 참여한 시민들은 ‘시민 여론 수렴 및 시정 반영’(26.5%)이 서울시의회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답했다. 서울시의회의 기능 정상화를 위한 우선 과제로는 ‘시의원의 자질 강화’(45.4%)와 ‘여론 수렴 및 시민과의 소통 강화’(23.5%)를 차례로 꼽았다. 연구보고서에서 권 교수는 “시민들은 시의회의 핵심 기능이 시민 의견을 수렴해 시정에 반영하는 정책 소통이라고 보고, 이를 위해서 시의원들이 자질 향상과 시민 소통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길 바라고 있다”고 분석했다. 좀 더 깊이 보면 이 부분은 시의회가 역량 강화에 나서면서 법제도 개선에 발 벗고 나서는 이유로도 이어진다. 현재의 여건에서 의회와 의원들의 역량 강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지방의회가 민의를 대표하는 기구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본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논란이 많았던 친환경 무상급식을 서울시의회가 나서서 조례 제정으로 푼 것에 견줘, 주민발의로 제정된 서울광장 이용 조례는 시민단체가 주민 10만명의 서명을 받기 위해 발품을 엄청 들여야 했다”며 민생 문제를 푸는 데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원들이 시민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활동 정보를 최대한 공개하며 온라인에서 시민들이 희망하는 방식으로 맞춤 소통해야 한다”고 안 처장은 힘줘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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