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가 전국 최초로 개발한 안개형 분무 노즐 장착 살수차 작업 모습. 공중에 물을 분사하면 도로변 미세먼지를 평균 25% 정도 낮출 수 있다. 노원구 제공
“더 이상 자치구도 미세먼지 문제에 팔짱 끼고 있을 수 없다.”
미세먼지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서울 25개 자치구도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앙정부와 서울시의 대책 마련이 더 시급하지만, 시민 건강에 대한 위협이 심각해지면서, 자치구 차원에서도 ‘우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강동구는 2015년만 해도 미세먼지(PM10) 농도가 44㎍/㎥로 환경기준치 이하인 지역이었다. 그러나 인근 지역에서 대형 공사가 벌어지면서 공기 질이 급격히 나빠졌다. 실제로 강동구와 붙어 있는 경기 구리시 동구동과 교문동 미세먼지 농도는 82㎍/㎥와 70㎍/㎥로 전년 대비 각각 100%, 95% 늘어났다.
인근 지자체 대형 공사로 피해 방지 대책 추진
강동구는 우선 도로 분진 흡입과 물청소 확대 등의 자구책을 마련하고, 경계지역 대규모 공사 시 관련 지자체가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동구는 통학로 주변 등·하교 시간 차량 통행금지 지역 확대, 공회전 집중 단속 등 미세먼지 민감군인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노원구는 도심 대기측정소보다 1.4배 정도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도로 주변의 미세먼지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노원구는 도로청소용 살수차를 개조한 ‘안개형 분무 노즐 장착 살수차’를 개발해 도로변 미세먼지 농도를 낮추는 성과를 내고 있다. 도로 물청소와 함께 공중에 물을 뿌리면 최소 8%에서 최대 40%가량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있다는 게 노원구 설명이다. 서울시도 미세먼지 제거 효과가 좋은 분진흡입 청소차량을 상반기 중에 75대로 늘릴 계획이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노후 경유차량 운행을 줄이는 정책도 여러 자치구가 시행하고 있다. 광진구는 10년 이상 된 노후 경유차를 새 차로 바꾸면 취득세를 최대 100만원 한도에서 50% 감면해주고 있다. 이 정책은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강남구는 지난해 구청의 경유차량과 지역 내 레미콘 차량 83대에 매연저감장치를 붙였다. 올해는 화물차량 운행이 많은 대형 백화점 등 노원구의 6개 사업장에 배출가스단속반을 집중 투입한다. 주기적인 단속으로 차량 정비와 매연저감장치 부착 등을 이끌어 배출가스를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도봉구 청사에 조명 설치해 미세먼지 현황 알려
시민들이 미세먼지 현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들도 돋보인다. 강남구는 양재천을 비롯해 시민활동이 많은 지역에 미세먼지 신호등을 운영한다. 도봉구는 청사 옥상에 미세먼지 현황을 색으로 나타내는 조명을 설치해 구민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는 도로에서 멀어질수록 줄어든다. 관악구와 강남구는 횡단보도에 ‘미세먼지 안심 발자국’을 설치해 시민들이 신호 대기할 때 되도록 도로에서 멀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초, 송파, 종로구는 실내 공기 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송파구는 2014년부터 시행해온 소규모 다중 이용시설 공기 질 측정을 강화한다. 올해 안에 700곳의 다중 이용시설 공기 질을 측정해 자발적으로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방침이다.
서초구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공기정화 식물직거래장터를 구청 1층 로비에서 열었다. 주택의 공기 질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청탁금지법으로 어려움을 겪는 화훼농가도 돕는 일거양득 효과를 거뒀다는 게 서초구의 자평이다. 저소득층 등 소외계층의 건강권을 지키는 데도 자치구는 열심이다. 서초구는 지난 19일 방진 마스크 6000개를 지역 내 홀몸 어르신에게 나눠줬다. 종로구는 좀 더 적극적이다. 지난 18일 우리카드의 후원을 받아 종로구 저소득층 어르신 50가구에 공기청정기를 지원했다.
미세먼지는 ‘은밀한 살인자’라고도 한다. 미세먼지는 화석연료나 자동차 배출가스뿐 아니라 자연 상태와 일상생활에서도 발생한다.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서 3000명의 시민이 참가하는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를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론회는 미세먼지 발생 원인과 위험성, 대기 질 개선을 위한 정책 사업 설명에 이어,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원탁토론 순으로 진행된다. 27일 오후 5시부터 열리는 토론회 사회는 방송인 김제동씨가 맡는다.
윤승일 기자 nagne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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