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집 갈 땐 ‘노란조끼’와 함께”

사람& 또 하나의 가족, 최정화·박미향 구로구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

등록 : 2025-02-13 13:49
최정화(왼쪽), 박미향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이 근무지로 이동하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중고생에서 직장인, 중년 여성까지,
귀가 동행은 물론 방범대원 몫까지

“엄마, 개봉역 앞에 노란 조끼 입은 분들이 우리 집까지 데려다주신다니 걱정하지 마세요.”

최정화(54)씨가 안심귀가스카우트를 알게 된 건 2022년 겨울이었다. 대학입시 준비로 막차를 타는 딸아이 마중을 매일 갔었는데 어느 날 집안 어르신이 돌아가셔서 마중을 갈 수 없었다. 늦은 시각에 골목길을 혼자 걸어올 아이 걱정에 안절부절못하던 차에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았다. 그 일로 ‘나도 구민들에게 돌려드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개봉역 안심귀가스카우트 활동을 시작했고 벌써 4년차다.

“앱으로 동행 신청이 들어오면 도착 30분 전 약속 장소에서 미리 대기해요. 신청자를 만나면 2인1조로 집까지 동행하죠. 동행 신청을 안 했어도 우리 판단으로 동행을 권하기도 해요. 예를 들어 어두운 골목을 여학생이 혼자 걸어가는데 뒤에서 취객이 따라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러면 저희가 학생에게 다가가 ‘저희가 순찰 중인데 동행해드릴까요?’ 하고 물어봐요. 대부분은 고맙다고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해요.”

동행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단다.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 보면서 가는 사람도 많고 동행 자체가 싫다는 분도 있어요. 그런 분들은 굳이 따라가지 않고 멀리서 관찰하죠. 우리 활동에 대해 주민 대부분은 좋게 생각하세요.”

동행 신청하는 날마다 특징이 있다고 했다. “하루에 많으면 7~8건 동행할 때도 있고, 적을 때는 1~2건밖에 없을 때도 있어요. 요일별로는 금요일이 조금 더 많아요, ‘불금’ 이라고. 추운 날, 더운 날, 비 오는 날은 확실히 줄어요. 날씨가 좋을 때는 늘어나고요.”

주로 누가 서비스를 이용할까. “여성 직장인, 대학생, 학원 마친 중고생이 대부분이죠. 친구랑 같이 귀가하지 못하는 날, 가족이 마중 나오지 못한 날 같은 때 신청해요. ”


기억에 남는 일도 있다. “노란 조끼 입고 순찰하다 보면 방범대원이 해야 할 일을 하게 되거나 방범대원으로 오해받기도 해요. 한번은 트럭이 헌옷수거함을 들이받아 크게 부서졌는데 그냥 가길래 바로 경찰 신고했죠. 또 한번은 부부가 있었는데, 덩치가 큰 아내가 취해서 거의 못 걸을 정도였어요. 저희 대원들이 양쪽에서 부축해서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까지 겨우 모셔다드렸어요. 집 나온 치매 어르신을 아드님에게 모셔다드린 적도 있고요.”

도움받은 주민이 많다보니 가는 곳마다 인사받는다. 도움받은 주민들은 어김없이 이들을 보고 ‘수고 많으십니다’ ‘고생 많으세요’ 한다고 한다. 학생들은 부모님에게 “집으로 데려다주신 분”이라고 대원들을 소개한다.

2023년에 비해 지난해 활동 건수가 적어진 점에 대해선 “‘(현장 권유는 하지 말고) 앱 신청만 받아라’ 해서 권유하지 않았고, 가까운 거리를 동행한 경우 아예 기록을 안 남긴 경우가 많았죠. 그러니 신청자가 적은 거로 보여서 앞으로는 빠짐없이 기록을 남겨야 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설명했다.

안심귀가스카우트 인터뷰 모습

박미향(62) 대원은 지난해부터 남구로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한번은 남구로역 1번 출구 골목을 순찰하는데 ‘쿵’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여성 한 분이 쓰러져 있었어요. 음식을 사러 나오셨다가 지병으로 넘어진 거예요. 저희가 빨리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어요. 또 한번은 한파특보가 발효됐는데 시장 골목 쓰레기통에 머리를 박고 자던 주취자를 발견하고 경찰에 인계했죠.”

최근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길거리 범죄뉴스가 많아져서인지 젊은이들은 물론 60 대 이상 분들도 동행 신청을 한다고 했다. “50~60대 이상은 앱 사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전화번호를 따로 알려달라고 해요. 젊은이들보다 연세 있는 분들이 감사하다는 감정 표현을 더 잘 해주세요.”

기억에 남는 일화가 몇 개 있단다. “술 드시고 도로에 누워 자는 분도 많아요. 한번은 골목길 쓰레기 더미에서 발만 보이는 사람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죠. 사람이 죽은건 아닌가 했지만 술에 취해 쓰레기를 덮고자고 있는 거예요. 정말 위험한 상황이었죠. 또 다른 어르신은 가족 몰래 아픈 몸을 이끌고 추어탕 사드시러 나갔다 넘어져 집까지 모셔다드렸죠. 너무 고맙다며 수고비를 굳이 주시겠다는데 우리가 그런 거 받으면 안 되잖아요.(웃음)”

박미향 대원은 끝으로 “동행을 신청하는 분들은 정말 꼭 필요해서 신청하는 거거든요. 함께 가보면 정말 빌라가 다닥다닥 붙어있어 골목 찾기도 어려운 길이 대부분이에요. 우리도 순찰할 때 무서울 때가 많아요. 특히 제가 맡은 지역은 스카우트가 꼭 필요하다고 봐요. 댁까지 안전하게 잘 모셔다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이렇게 절실한 주민들에게 도움되는구나 생각하면 참 보람 있어요.”

최정화 대원도 말을 이었다. “저는 안심귀가 서비스를 직접 경험했고, 제 딸도 도움받았기 때문에 그 도움을 다른 분들께 돌려드린다 생각하면 뿌듯하고요. 제가 사는 곳이 이렇게 안전해진다는 게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이런 제도는 더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2025년 구로의 늦은 밤, 봄의 길목에서 안심귀가스카우트 최정화, 박미향 대원은 누군가와 함께할 동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사진 구로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