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심귀갓길 ‘사각지대’ 있으면 안 되죠”

초점& 구로구, 안심귀가스카우트 자체 예산 운영

등록 : 2025-02-13 14:16 수정 : 2025-02-13 14:18
지난 6일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들이 눈이 쌓인 길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2월부터 오류·개봉·남구로역
구로디지털단지역에 2명씩 배치

구로구(구청장 직무대행 엄의식)가 2월부터 연말까지 주민들이 늦은 밤에도 안심하고 귀가할 수 있도록 ‘안심귀가스카우트’를 운영한다. 안심귀가스카우트는 2인1조로 구성된 대원들이 늦은 밤 귀가로 만약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여성, 청소년들과 집까지 동행하는 서비스다.

대원들은 월요일 밤 10시부터 자정, 화~금요일에는 다음날 새벽 1시까지 활동한다. 신청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2월과 7~8월에는 월요일 휴무, 화~금요일은 밤 10시부터 자정까지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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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노란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며 노란 근무복에는 형광으로 ‘안심귀가스카우트’라고 적혀 있다. 근무시간 중에는 신분증을 목에 걸고 다닌다. 경광봉과 휴대용 안심벨 ‘헬프미’가 제공된다. 헬프미 버튼을 누르면 5초 이내 해당 지역 자치구 폐회로티브이(CCTV) 관제센터로 연결된다.

지난 6일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들이 눈이 쌓인 길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관제센터는 CCTV를 확인해 경찰 출동을 요청하는 등 즉시 대응한다. 늦은 귀가로 동행 서비스를 받으려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 도착 30분 전 ‘안심이앱’으로 신청하면 된다.

구 관계자는 “시의 지원이 많이 줄었지만 구는 올해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 8명을 선발해 오류동역, 개봉역, 남구로역,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배치했다”며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대원들은 안심귀가 동행뿐만 아니라 우범지역인 유흥업소 인근, 인적이 드문 골목길, 학교, 독서실, 학원가, 긴급신고 다발 지역도 순찰한다”고 밝혔다.

여자건 남자건, 나이가 많든 적든, 한밤중 인적이 드문 골목길이나 외진 곳을 혼자 걸어갈 때면 등골이 오싹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쉽게 범죄의 표적이 되는 여성, 청소년의 경우 공포감은 더하다. 가족들은 외출한 가족이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서야 비로소 안심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4년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30%에 미치지 못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범죄’를 꼽았으며 경제적 위험, 국가 안보가 뒤를 이었다. 또 13살 이상 10명 중 3명은 밤에 혼자 걸을 때 불안하다고 했고, 특히 여성(44.9%)이 남성(15.8%)에 비해 3배 가까이 불안하다고 답했다. 여성들의 불안은 주로 인적이 드묾(26.9%), 가로등이나 CCTV 같은 안전시설 부족(15.8%)에서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일 안심귀가스카우트 대원들이 눈이 쌓인 길을 사전 점검하고 있다. 구로구 제공

여성이 길에서 느끼는 불안은 막연한 심리적 현상이 아니다. 서울경찰청의 ‘2022년 치안통계’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한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 및 강제추행, 절도, 폭력) 중 약 32.4%가 길에서 발생했다. 또 지난해 9월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공연음란범죄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93%)이고, 범죄 발생 시간은 밤 9시부터 자정 사이, 장소는 건물 내(35%)뿐만 아니라 노상이 30%나 차지했다.

서울시는 2013년 여성안심귀가스카우트를 도입했다. 시 예산만으로 2021년까지 구별로 16~28명을 배치해 약 500명의 스카우트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시는 2023년부터 대원 수를 334명으로 줄인 데 이어 올해는 사업 예산을 12억원으로 대폭 줄이고 이를 자치구 공모사업으로 전환했다. 전액 시비로 운영되던 사업을 올해부터는 구비를 편성해야 시비를 지원해준다는 뜻이다. 이 제도는 사실상 계속 축소될 전망이다. 올해부터 25개 구 중 13개 구만이 공모에 선정돼 서비스를 이어간다.

제도 실행상 어려운 점도 있다. 스카우트 대원들이 대체로 고연령 여성이고 장비도 호루라기와 경광봉뿐이니 긴급상황 대처가 어렵고 대원의 귀가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양성평등담당관실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대면서비스 신청이 점차 줄어 안심이앱 사전 예약제, 주말 시범운영 등을 시도했으나 엠제트(MZ) 세대를 중심으로 택시 호출 앱 사용이 증가하면서 직접 동행 수요가 많이 감소했다”며 “올해는 비대면을 선호하는 사회적 인식변화에 발맞춰 휴대용 안심벨 지원을 확대하고 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안심귀가 지원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는데 구체적 내용은 추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구로구 관계자는 “주민들이 안심귀가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고 있으며 구민 안전을 위해 응모에 참여했다”며 “늦은 밤 안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