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얼굴 없는 천사’가 된 월곡2동 주민들

등록 : 2025-02-13 16:20
어려운 이웃을 위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해마다 쌀 300포를 보내다 올해부터 기부를 중단한 월곡2동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이어 월곡2동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합쳐 모은 쌀 300포를 지난 11일 주민센터에 전달하며 ‘천사’의 그동안 기부에 감사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성북구 제공

성북구 월곡2동에서 지난 14년간 매년 쌀 300포를 기부해온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 기부를 중단했다. 이 사연을 안타까워하던 월곡2동 주민들이 ‘제2의 얼굴 없는 천사’가 돼 따뜻한 나눔을 이어가 화제다.

12일 구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얼굴을 밝히지 않은 채 매년 20㎏ 쌀 300포를 기부해온 ‘천사’가 최근 주민센터에 마지막 전화를 걸어 “이젠 쌀을 보내기 어렵게 됐다”며 미안함을 전했다. 이 기부자가 지난해까지 기부한 쌀은 총 4200포(84t), 약 2억2천만원어치에 이른다.

기부가 끊어졌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놀람과 함께 걱정도 나눴다. 기부자에게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상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닌지 우려와 함께 무엇보다도 기부 중단으로 저소득 가구들이 받을 영향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이에 월곡2동 주민들은 논의 끝에 천사의 나눔을 자발적으로 이어가기로 결심했다. 지난달 17일부터 ‘월곡2동 마을 천사 온기나눔 사업’ 캠페인을 진행하며 쌀 기부운동을 시작했다. 월곡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위원장 윤재성), 주민자치회(회장 하광용), 월곡 새마을금고, 제이엘마켓탑, 동아티엔에스 등 지역 기관과 기업, 개인 기부자들이 힘을 모았다. 협의체 기금을 활용해 백미를 지원하고 지역사회 기부자를 적극 발굴한 결과 보름여 만에 10㎏ 쌀 300포가 모였다.

지난 11일 주민들이 마련한 쌀 300포가 월곡2동 주민센터에 도착했다. 주민 40여명이 나서 쌀을 나르며 오랜 기간 천사가 실천했던 나눔을 이어갔다.

월곡2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윤재성 위원장은 “온기나눔 캠페인을 진행하며 천사에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이승로 구청장은 “얼굴 없는 천사의 그동안 나눔이 주민들에게 큰 감동을 줬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기부를 이어가는 것은 아름다운 미담의 선순환”이라며 “주민과 행정이 함께 제2의 얼굴 없는 천사가 돼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성북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하변길 기자 seoul0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