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무기세’(武器世)(~5월4일)
‘인류세’(人類世)는 온실가스 배출과 같은 인류의 활동이 지구 환경에 남기는 발자취에 주목해 활발하게 쓰이는 단어다. 일각에서는 파괴의 주체를 인간이 아닌 자본주의 경제 체제로 보아 ‘자본세’(資本世) 개념으로 인류세 담론의 오류를 지적하기도 한다. 국내외 작가 18명의 120여 작품을 선보이며 이번 전시가 다루는 ‘무기세’(武器世)는 인류세와 자본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개념이다.
무기세는 군사 활동과 방위산업이 현대문명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집중 조명한다. 전시는 특히 전세계 무기 생산과 수출의 불균형, 그리고 이로 인한 환경적·사회적 폐해를 예술적 언어로 표현한다.
전시의 첫 번째 섹션 ‘무기화된 일상'에서는 허보리, 안성석, 폴 샴브룸, 강홍구, 밈모 등 작가들이 일상 속에 침투한 무기의형식과 논리를 드러낸다. 넥타이와 양복으로 제작된 무기들,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로 표현된 군인들의 희생, 무기와 성물이미지의 역설적 병치 등이 관람객에게 무기가 이미 일상의 한 부분이 됐음을 상기시킨다.
두 번째 섹션 ‘스펙터클로서의 무기'에서는 최재훈, 방병상, 이용백, 권기동, 노영훈, 투안 앤드루 응우옌의 작품이 미디어에서 소비되는 무기의 스펙터클을 비판적으로 다룬다. 스테인리스 거울을 향해 발사된 실탄의 흔적, 꽃으로 둘러싸인 탱크, 미키마우스와 결합된 무기 이미지, 베트남 전쟁의 프로파간다 영상과 현재 불발탄으로 고통받는 지역 현실을 대비시키는 영상등은 무기가 어떻게 대중문화와 오락물로 포장되는지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마지막 섹션 ‘무기, 낯익은 미래'에서는 하태범, 레지나 호세 갈린도, 오제성, 진기종, 강용석, 박진영, 방정아의 작품이 무기로 인해 파괴된 환경과 고통받는 생명의 모습을 보여준다. 선진국의 방위산업이 제3세계 내전에 미치는 영향, 한국의 군사 독재와 민주화 과정, 미군 사격장이었던 매향리의 상처받은 풍경, 핵 기술의 폭력성 등을 담은 작품들이 무기와 파괴적인 기술의 목적성을 비판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 메시지는 자크 엘륄이 말한 예술의 힘, 즉 ‘무기를 들지 않을 수 있는 힘’과 통한다.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울대학교미술관은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오후 2시마다 큐레이터와 함께하는 전시 관람을 진행한다.
장소: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미술관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 무료
문의: 02-880-9509
이준걸 서울문화재단 홍보마케팅팀 과장
사진 서울대학교미술관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