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집 빈대떡은 다른 집에 비해 두께가 조금 얇은 대신 기름이 잘 배도록 구워 훨씬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낸다.
서울에는 유명 빈대떡이 여러 집 있어 다 자기만의 맛을 자랑하지만, 열차집 빈대떡은 양질의 녹두 100%에 식용유 대신 돼지기름을 쓴다는 것, 곁들여 먹는 반찬으로 조개굴젓을 내놓는 것, 생수 대신 결명자차를 쓰는 것 등이 특징이다.
열차집 취재 도중 만난 단골손님 임봉열(61)씨는 “직장이 있던 제주에서 서울 올 때마다 들렀다. 열차집 빈대떡의 고소함은 다른 어디에서도 맛보지 못했다”며 엄지를 치켜든다.
잘 고른 좋은 녹두를 아침마다 그날 사용할 만큼 두어 시간 불린 다음 맷돌에 간다. 믹서를 쓸 수도 있지만, 왠지 맷돌로 간 맛이 나지 않아 힘들어도 맷돌을 고집한다. 열차집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부치는 기름으로 돼지기름을 쓴다. 돼지비계를 끓여서 위에 뜬 기름을 거둬 쓴다. 보통 한달 쓸 물량을 한꺼번에 만들어 원통에 담아놓고 그날그날 덜어 쓴다.
빈대떡을 부칠 때는 뒤집개로 반죽에 금을 그어가며 굽는다. 이때 돼지기름을 수시로 얹어주면 기름이 금 사이로 스며들어 빈대떡이 속까지 고소해진다. 빈대떡 부치는 번철은 가마솥 뚜껑마냥 가운데가 볼록하다. 빈대떡 속에 스미고 남은 기름이 타지 않고 가장자리로 빨리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하면 돼지기름이 빈대떡 속에 골고루 배이고 남은 기름도 바로 빠져 고소하고 바삭한 맛이 더해진다. 이 비법은 최초 창업자가 전수한 이래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오고 있다.
원조 빈대떡에는 돼지고기 채를 썬 것이 조금 들어 있으나, 최근에는 돼지고기를 충분히 넣은 고기빈대떡과 김치를 섞은 김치빈대떡도 내놓는다. 빈대떡과 곁들여 먹는 조개굴젓도 일품이다. 한동안 어리굴젓이 유명했지만, 굴값이 비싸지는 바람에 조개와 굴을 섞고 있다. 빈대떡에 조개굴젓을 얹어 먹는 것도 창업자의 아이디어. 일주일에 두번 직접 담근다. 조갯살, 통영 굴, 국산 고춧가루를 써서 3일간 숙성시킨다. 빈대떡과 조개굴젓 모두 인공조미료는 일체 쓰지 않는다.
술은 막걸리와 소주를 판다. 막걸리는 장수막걸리만 팔다가 공평동으로 이사 온 뒤에는 다양해진 손님들 입맛을 고려해 전국 유명 막걸리 10여종을 준비해놓고 있다.
열차집의 모든 조리법은 공개가 원칙이다. 주인 윤상건씨는 “감출 만한 비법도 아니어서 배우고 싶다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가르쳐주었다”고 했다. 그런데 배워간 사람은 많은데 열차집 같은 맛은 내지 못하는 것이 묘하다. 3대를 내려온 윤씨 가족만의 정성, 열차집에서 40년 동안 빈대떡을 뒤집어온 주방장 윤현수(58·2대 사장 윤해순씨와 8촌 간이다)씨의 오랜 연륜에서 그 차이를 짐작해볼 뿐이다.
열차집 빈대떡 맛은 일본으로도 건너갔다. 한일 월드컵 직후인 2003년 평양 출신의 재일동포가 운영하는 오사카의 유명음식점 ‘식도원’이 어머니 우제은씨 등을 초청한 것. 우씨 등은 20일 동안 머물며 16군데나 되는 지점을 일일이 돌며 ‘열차집표 빈대떡’을 전수했다고 한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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