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3일 저녁 광진구 청춘뜨락에서 열린 ‘2017 광진 버스킹 페스티벌’ 공연 모습. 광진구 제공
1990년대 지하철 2호선 건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 있던 ‘건대글방’은 대표적인 약속 장소였다. 지금은 커피숍으로 바뀌었지만, 그 거리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먹자골목이나 쇼핑몰이 잘 형성돼 있어 하루 유동인구만 12만명에 이르는 곳이다. 그러나 그 뒤편에는 어둡고 침침한 작은 공터가 하나 있었다. 여기저기 버려진 담배꽁초와 가게에서 내놓은 쓰레기로 지저분하고 악취를 풍겼다.
광진구는 지역주민과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명회를 열고 이곳에 젊은이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공연장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땅이 시유지라 2013년 7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진구에서 현장시장실을 열었을 때 김기동 광진구청장이 공연장 건립을 건의해 예산을 받았다. 지난해 4월 야외공연장으로 탈바꿈한 ‘청춘뜨락’이 탄생했다. 150㎡ 규모의 목재 데크로 만든 유선형 무대와 음향을 조절할 수 있는 하우징 설계로 거리공연도 할 수 있다.
봄가을에는 금·토요일 오후 7시에 인디밴드, 청년 동아리, 지역 예술단체 등이 출연해 공연을 연다. 청춘뜨락을 맡아 운영하는 민간단체 ‘다락’의 김사운(38) 기획위원은 “다른 곳에서 버스킹을 하면 상인과 충돌할 때도 있는데, 이 공연장은 구청에서 만들어주고 상인들이 이해를 해줘 공연하러 오는 버스커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청춘뜨락을 담당하는 황호림 광진구 문화체육과 주무관은 “오랫동안 방치돼 쓰레기가 난무하고, 흡연 장소로만 인식됐던 곳이 음악과 문화가 살아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 뿌듯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6월23일 청춘뜨락에서 열린 ‘2017 광진 버스킹 페스티벌’에는 많은 시민이 참여해 ‘불타는 금요일’을 즐겼다. 60대 출연자는 잔잔한 기타 선율에 어울리는 담백하고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기타·바이올린·색소폰의 매력에다 한국 사람보다 한국말을 더 잘하는 외국 청년의 입담에, 무대 앞으로 모여든 관객들은 어쿠스틱 밴드의 리듬에 몸을 맡기며 즐거워했다. 목소리부터 활력이 넘치고 신나는 음악은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박자에 맞춰 발을 구르게 했다.
공연을 구경하던 직장인 김민호(33)씨는 “건대 입구에 밥 먹고 술 마시는 곳만 있는 줄 알았지, 지하철역 가까이에 공연장이 있는 줄 몰랐다”며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르고 나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고, 에너지가 충전된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김기동 광진구청장은 “젊음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건대입구역 주변을 더욱 활성화해 지역 상권에 도움이 되고, 시민에게는 문화 향유 기회가 많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수진 광진구 홍보팀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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