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전망 좋은 서울

국립극장에서 1.5㎞, 저물녘 풍경이 매력적인 길

한양도성 성곽길 네번째, 남산 구간

등록 : 2017-07-27 15:05 수정 : 2017-07-27 16:27
남산 한양도성 성곽 안
한양도성 순성길 네번째, 남산 구간을 걸었다. 한양도성의 동대문인 흥인지문에서 광희문을 지나 남산으로 올라가서 서울N타워와 남산 봉수대를 지나 한양도성 남대문인 숭례문까지 내려가는 길 중 남산의 전망 좋은 곳을 찾았다. 서울의 중심에서 서울을 바라보았다.

남산 포토아일랜드(남측)
남산 포토아일랜드(남측 지점)

남산은 해발 265m다. 원래 이름은 인경산(引慶山)이었다. 말 그대로 풀어보면, ‘경사스러운 일을 끌어들이는 산’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조선시대 태조 이성계가 남산의 산신에게 목멱대왕이라는 벼슬을 내리고 제사를 지내면서부터 목멱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한양도성의 남쪽에 있다고 해서 그냥 남산이라고 이르기도 했다.

흥인지문에서 출발해서 광희문을 보고 국립극장 방향으로 간다. 국립극장 앞을 지나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간다. 남산순환버스가 다니는 길이다. 국립극장에서 1.5㎞ 정도 거리에 전망 좋은 곳이 나온다. 전망대 안내판에 남산 포토아일랜드(남측 지점)라고 적혔다. 서울의 남쪽 일대와 청계산, 관악산, 여의도, 서울월드컵경기장, 서울N타워 등이 보인다. 이곳은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 자체도 좋지만, 저물녘 풍경이 매력적이다. 서울N타워와 노을 피어나는 서쪽 하늘을 한눈에 넣는다.

한양도성 성곽이 남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들, 뛰는 사람들, 걷는 사람들…. 귀에 이어폰을 낀 채 순간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남산 포토아일랜드(남측 지점) 앞에 펼쳐지는 노을 피어나는 풍경 앞에 머문다. 풍경이 사람들을 쉬게 한다. 이곳에서 800m 정도 더 올라가면 남산 정상이다. 한양도성 성곽을 왼쪽에 두고 걷는다. 성곽 아래 키 작은 풀꽃이 자란다. 아무렇게나 자란 풀꽃이 성곽과 어울렸다. 그 풍경 앞에서 남산도 목멱산도 아닌 인경산이라는 이름이 생각났다. 600여년의 역사 앞에 피어난 작은 풀꽃 앞에서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았다.

사랑의 자물쇠
남산 정상 전망 좋은 곳

남산순환버스 종점을 지나 남산 정상으로 올라간다. 남산 정상 전망 좋은 곳인 서울N타워 옆 전망대로 가기 전에 정상 광장 오른쪽에 있는 전망대를 먼저 들른다. 인왕산, 백악산, 낙산을 아우르는 조선시대 한양도성 자리가 한눈에 보인다. 서울 도심 빌딩들 사이에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종묘 등 조선시대의 흔적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서울N타워는 1969년에 공사를 시작해 1975년에 완공했다. 타워 높이가 236m 정도 된다. 입장료를 내고 전망대로 올라가면 사방으로 펼쳐진 서울의 풍경을 볼 수 있다. 서울N타워 옆 전망대로 발길을 옮긴다. 전망대 난간에 둘만의 이야기를 간직한, 이른바 ‘사랑의 자물쇠’가 가득하다. 봉인된 사랑의 이야기는 영원할 것이다. 저렇게 많은 속삭임이 바람결에 잠긴다.

남산 봉수대
팔각정을 지나 봉수대 터에 오른다. 모형으로 봉수대를 만들었다. 남산 봉수대는 전국에서 올라오는 봉수가 집결되던 곳이었다. 봉수제는 연기나 불을 피워 각 지방의 사정을 알리던 제도였다.

제1봉수대는 함경도-강원도-아차산, 제2봉수대는 경상도-충청도-광주(현 성남) 천림산, 제3봉수대는 평안도 강계-황해도-한양 무악 동봉, 제4봉수대는 평안도 의주-황해도 해안-한양 무악 서봉, 제5봉수대는 전라도-충청도-양천 개화산을 따라 올라온 봉수를 받았다.

잠두봉 포토아일랜드
잠두봉 포토아일랜드와 성곽길, 숭례문

봉수대 아래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이 있다. 그 건물 옥상도 전망 좋은 곳이다. 옥상 공간의 일부는 그냥 개방하고, 일부는 음식을 주문해야 들어갈 수 있다. 성곽을 왼쪽에 두고 내리막길을 걷다보면 잠두봉 포토아일랜드(북측 지점)가 나온다.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 도심을 본다. 빌딩 사이로 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들이 장난감 같다.

백범광장 쪽으로 가는 길, 안중근의사기념관 부근에 와룡매(가지가 용 모양으로 뻗은 매화나무) 안내판이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임진왜란 때 왜장 다테 마사무네(伊達政宗)가 창덕궁에 있던 매화나무를 일본으로 가져가서 한 사찰에 심었다 한다. 그 사찰의 주지 히라노 소조(平野宗淨)가 일본의 침략 때문에 조선이 겪었던 피해에 대한 참회의 뜻으로 안중근 의사 숭모회에 후계목 반환을 제의했다. 이에 1999년 안중근 의사 순국 89주기를 맞아 홍매화 한 그루, 백매화 한 그루를 심었다.

남산 잠두봉 포토 아일랜드에서 본 풍경
백범광장에서 성곽을 왼쪽에 두고 숭례문 쪽으로 내려간다. 성곽길이 시작되는 곳이 이 구간 마지막 전망 좋은 곳이다. 성곽 안팎의 풍경이 사뭇 다르다. 성곽 안은 공원으로 꾸민 푸른 공간이다. 성곽 밖은 빌딩과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생활의 공간이다.

남산 한양도성 성곽길
성곽 안팎을 보며 걷는 길, 멀리 숭례문이 보인다. 조선시대 한양도성 성곽을 따라 걷는 순성길, 성곽이 남아 있는 구간도 있고 도로와 건물에 흔적 없이 사라진 구간도 있었다. 오래된 역사와 현재 사람들의 생활이 하나였던 그 길, 18.6㎞의 마지막을 숭례문에서 마친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