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유수지 안에 마련된 농촌체험장을 찾은 어린이들. 사진 왼쪽에는 어린이들이 펌프로 물을 길어보고 있다.
뜨겁게 내리치는 햇살을 피하고만 싶은 한여름날, 점심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어 양평유수지 생태체험장으로 발을 옮긴다. 푸른 자연의 싱그러움과 그 옛날 농촌 풍경의 정취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바람에 살랑이는 연꽃과 푸르름을 자랑하는 논을 보고 있자니 주민들로부터 ‘혐오시설’로 천대받던 바로 그곳이 맞나 싶은 생각이 새삼 든다.
양평유수지는 본래 홍수에 대비해 빗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곳이다. 해마다 여름철이면 악취와 해충 발생 등으로 인근 주택가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아 골머리를 앓던 곳이다. 또한 여름철 우기를 제외하고는 마땅한 용도가 없던 ‘천덕꾸러기’이기도 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산이 없는 지역인 영등포구는 한뼘의 녹지도 소중하고 절실했다. 그래서 주민 기피시설이던 양평유수지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해 저수 기능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악취 발생을 줄이고 자연생태계를 되살렸다. 주민들이 즐겨 찾는 힐링 장소로 변신이 시작된 것이다.
총면적 3만4000㎡ 규모의 유수지에 사업비 약 30억원을 들여 수년에 걸쳐 생태체험장으로 변신시켜나갔다. 연꽃과 물억새, 부들, 수련 등 다양한 수생식물과 수양버들을 비롯한 교목, 관목, 초화류, 덩굴식물, 황토작물 등 24만여본을 심고 가꾸어 600㎡의 생태연못과 400㎡의 농촌 체험용 논도 조성하였다. 아울러 사각정자와 산책용 보행데크, 등의자, 수목터널 등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휴식공간도 마련했다.
그 결과 드디어 양평유수지에도 백로를 비롯한 철새가 찾아왔다. 참새무리, 잠자리, 나비들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여기에 다양한 곤충류와 비단잉어, 참게, 개구리, 우렁이 등 물고기, 양서류가 다양한 수생식물과 어우러져 서식하는 양평유수지는 여타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자연환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2015년 조성한 농촌체험학습장은 향토작물과 도심 내 농촌 풍경을 재현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명소가 되었다. 천방지축 뛰노는 아이들은 황소의 등에서 자연을 느끼고, 평소 삭막한 도시환경에 지쳐 있던 어느 주민은 초가집과 농기구를 떠올리게 하는 옛 추억에, 눈시울을 붉힌다.
주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양평유수지는 학생들의 자연체험 프로그램과 모내기, 벼베기 등 농촌 체험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서울시가 선정하는 서울 속 ‘사색의 공간’ 87선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으니 이쯤 되면 놀라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영등포구 외에도 유수지 활용 사례를 찾아볼 수 있지만, 양평유수지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녹지와 구 도심이라는 단점을 극복하고 행복한 유수지가 될 수 있도록 모두 고민하였기 때문이다. 어느덧 푸르름의 한복판에서 싱그러운 자연의 향기에 땀을 식히고 있자니, 우리 지역의 어느 곳이 또 놀랍게 변신할까 하는 상상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송희남/영등포구청 홍보전산과 언론홍보팀
사진 영등포구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