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IT와 만나 걷기가 더 즐거운 서울둘레길

종로구·서대문구 등 둘레길에 잇따라 QR코드·IoT 활용

등록 : 2017-08-03 15:51
서울 종로구 수성동계곡 입구의 안내 표지판. 표지판 아래쪽의 QR코드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고 확인하면 흉물스러웠던 옥인시범아파트와 아파트 철거 뒤 원래 모습을 되찾은 수성동계곡의 동영상이 뜬다.
지난달 27일 오후 종로구 수성동계곡 입구. 종로9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인 계곡 입구에 내리자 짙은 초록의 인왕산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며칠 동안 비가 계속된 덕분인지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순식간에 도심을 벗어난 호젓함과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인왕산 자락길의 주요 지점인 이곳에 수성동계곡의 어제와 오늘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원래 수성동계곡은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수성동’(水聲洞)으로 등장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었다. 하지만 1971년 계곡 좌우로 옥인시범아파트가 들어서며 수려한 경관을 잃었다. 그러다 2012년 난개발의 상징인 아파트를 철거하고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옛 아름다움을 되찾았다.

표지판 아래쪽에 큐아르(QR)코드가 있어 스마트폰을 갖다 대자 2분44초짜리 동영상이 뜬다. 흉해진 옥인시범아파트와 당시 인왕산, 그리고 아파트 철거 뒤 본래 모습을 찾은 인왕산 영상물이다. 수성동계곡에 놀러온 김지나(22)씨는 “QR코드를 이용해 수성동계곡의 과거와 현재 모습을 보니 재미있다. 좋은 아이디어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둘레길과 자락길이 정보기술(IT)과 만나 걷는 즐거움을 배가시키고 있다. 종로구는 지난달 인왕산 자락에 깃든 다채로운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풀어낸 ‘인왕산 자락 이야기길’을 조성하면서 ‘수성동계곡과 옥인시범아파트’처럼 QR코드를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했다. 인왕산 자락길은 사직단~택견수련터~수성동계곡~해맞이동산~가온다리~청운공원~윤동주문학관의 2.5km 숲길로, 걸어서 1시간40분가량 걸린다.

해맞이동산 근처에 있는 ‘시인 이상과 화가 구본웅’ 표지판에선 이상과 구본웅의 우정을 만날 수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였던 이상(1910~1937)과 표현주의 화가 구본웅(1906~1953)은 인왕산 자락에서 태어나 누상동 신명학교를 졸업했다. 평생지기였던 두 사람이 얼마나 각별했는지는 이상이 구본웅을 위한 시를 쓰고 구본웅은 이상의 초상화를 그린 데서 잘 드러난다. QR코드를 구동하면 두 사람의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오디오 드라마로 펼쳐진다.

서대문구는 지난 4월 모바일 걷기 앱 ‘워크온’(WalkON)을 개발한 스왈라비와 함께 전국 최초로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스마트둘레길’을 조성했다. 이를 위해 서대문구는 7km 거리의 안산 자락길 주요 지점과 주변 홍제역, 연희맛길,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등 모두 30여곳에 비콘(Beacon)을 설치했다. 비콘은 블루투스를 활용한 근거리 무선통신 장치로, 주변을 지나는 이들에게 자동으로 각종 정보를 보낸다.

정해권 스왈라비 대표는 “스마트둘레길의 비콘 주변을 지나면 스마트폰에 건강정보와 근처의 걷기 좋은 길, 명소 정보 등이 팝업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둘레길을 활용하려면 스마트폰에 워크온 앱을 내려받고 블루투스와 위치정보를 ‘허용’으로 설정해놓아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산 스마트둘레길. 서대문구 제공
이와 함께 워크온과 서대문구는 걷는 횟수에 따른 혜택도 제공한다. 3000걸음, 1만걸음, 1만5000걸음 등 정해진 기준 이상을 걸으면 서대문구에 있는 일부 카페와 미용실의 할인 쿠폰을 앱 선물함에 제공한다. 서대문구보건소 관계자는 “음식점 등 할인 쿠폰 제공 매장을 추가할 계획”이며 “스마트둘레길 앱으로 걷기 통계 정보를 만들어 정책 개발 자료로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도 숲길과 하천길, 마을길이 이어지며 서울을 한바퀴 휘감는 총 157㎞의 서울둘레길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스탬프 인증도 받을 수 있는 전용 앱 ‘서울둘레길’을 지난 4월 내놓았다.

이 앱에서 GPS(위성항법장치)를 켜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어 코스를 이탈할 걱정 없이 둘레길을 걸을 수 있다. 부상이나 사고를 당했을 때는 앱을 통해 가까운 안전구조 안내판 번호를 확인하고 119에 신속하게 위치를 알려 도움을 받으면 된다. 앱은 또 코스 내 주요 지점, 스탬프 우체통, 주변 명소, 편의시설(화장실), 외부와의 연결로 등도 안내해준다.

글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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