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동의 전망 좋은 서울

남산 뒤로 해 떨어지면 사방은 야경 촬영 명소

서울 성동구 응봉산

등록 : 2017-08-10 14:53
서울숲에서 중랑천 건너 응봉산

롯데월드타워·압구정 아파트단지

그 풍경 한눈에 볼 수 있는 곳

응봉산 정상에서 본 야경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서울숲이 있다. 서울숲에서 중랑천을 건너면 응봉산이다. 남산에서 흘러내린 산줄기가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서 응봉산을 밀어올렸다. 응봉산에 오르면 그 물줄기와 산줄기가 꿈틀거리는 형국을 볼 수 있다. 강 건너편은 조선 시대 경치 좋기로 소문났던 압구정이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아파트단지만 남았다. 그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응봉산이다.

응봉산 정상에서 본 풍경.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가 차례로 보인다. 사진 오른쪽 언덕은 매봉산 자락이다.
응봉산, 매사냥 터

남산 산줄기가 동쪽으로 흐르다 버티고개를 지나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이르러 응봉산을 세웠다. 남산에서 응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에 응봉, 매봉, 큰매봉 등 매와 연관된 이름의 봉우리들이 몰려 있다. 지금은 매봉산공원, 응봉산근린공원, 응봉공원 등의 이름을 얻었다. 응봉은 한자로 ‘鷹峰’, 매봉우리다.


서울숲 사슴우리 위 육교에서 본 응봉산. 정상에 팔각정이 있다.
조선 시대 태조 이성계가 살곶이벌에서 매사냥(길들인 매로 꿩이나 새를 잡는 일)을 즐겼다는 기록이 전한다. 살곶이벌은 응봉산 동쪽 넓은 벌판이었다. 매사냥을 관장하는 응방이 응봉산에 있었다. 태종 이방원도 세종 이도도 응봉산에서 매사냥을 즐겼다고 한다. 응봉산 매사냥은 성종까지 이어졌다. 태조 이성계부터 성종까지 약 100여년 동안 150여 차례 매사냥을 했다고 한다.

매가 날던 하늘 아래 풍경도 멋졌나 보다. 조선 시대에는 응봉산 아래에 풍류객들이 모여들던 입석포와 저자도가 있었다. 강 건너편에는 경치 좋기로 소문난 한강의 절경이 펼쳐졌는데, 그곳이 바로 지금의 압구정동이다. 세조를 임금의 자리에 올린 1등 공신이자 성종의 장인이었던 한명회가 그 풍경 속에 정자를 짓고 압구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한명회가 죽은 뒤에도 압구정은 그 풍경과 함께 남아 전해졌다. 정선의 그림 <압구정>에 한강 절벽 위에 지어진 압구정과 한강, 남산 등의 풍경이 담겨 있다.

팔각정에서 본 노을
서울숲에서 응봉산까지

응봉산에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그중 서울숲에서 용비교를 건너 응봉산으로 올라가는 길을 걸었다. 서울숲은 오랫동안 ‘뚝섬’이라고 했다. 그 이전에는 ‘뚝도’였다. 1908년 뚝도정수장이 생겼다. 1954년에는 뚝섬 서울경마장이 문을 열었다. 지금은 서울숲이 되어 공원으로 바뀌었다. 서울숲에 있는 군마상이 뚝섬 서울경마장의 옛이야기를 말해주고 있다.

서울숲은 넓은 잔디밭과 은행나무숲, 메타세쿼이아길, 연못, 조각정원, 거울연못, 숲속 놀이터, 수변 쉼터, 사색의 길 등이 있어 시민들이 녹색의 공간에서 편하게 걷고 쉰다. 곤충식물원과 나비정원은 나비와 다양한 식물이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좋아한다. 불볕더위에도 서울숲을 찾은 사람들이 숲 그늘에서 걷거나 쉰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숲길을 걷는 부부, 연못가 나무 그늘에 앉아 물 위에 핀 꽃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할머니, 숲길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들, 은행나무숲에서 사진을 찍는 젊은 남녀, 사슴우리 위 육교를 거니는 사람들….

폭염경보가 내린 날, 서울숲에서 하루를 보내는 그들과 함께 천천히 걷고 쉬면서 서울숲을 돌아봤다. 사슴우리 위에 놓인 육교에서 팔각정이 있는 응봉산 풍경을 보고, 서울숲 11번 출입구로 나가서 건널목을 건너 응봉산으로 향했다.

서울숲 연못
360도 전망을 즐기는 응봉산 정상

중랑천 위에 놓인 용비교를 건넌다. 응봉산 아래 경의중앙선 철로 위로 전철이 지나간다. 봄이면 온 산이 개나리꽃으로 덮여 노랗게 빛났을 응봉산이다. 지금은 초록빛이 바위산을 덮고 있다.

용비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응봉산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온다. 계단으로 올라가서 응봉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 있는 팔각정에 오르면 360도 전망을 볼 수 있다. 나무에 시야가 막히는 곳도 있지만, 사방을 볼 수 있다. 정상 마당을 돌며 시원하게 펼쳐지는 풍경을 즐긴다. 제2롯데월드타워, 무역센터, 잠실종합운동장, 압구정동 아파트단지, 청계산, 우면산, 관악산, 성수대교, 동호대교, 한남대교, 반포대교, 남산, 서울숲,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합수 지점 등을 볼 수 있다.

응봉산 정상에서 본 달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옛날에는 입석포라는 작은 나루가 있었다고 한다. 한강 가에 사람 모양의 큰 바위들이 있다고 해서 입석포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말로는 선돌개라고 일렀다. 용비교를 건너면서 본 응봉산은 바위산이다. 옛날 같으면 강에서 솟은 바위 절벽이었던 것이다. 입석포는 지금의 경의중앙선 철로가 지나는 곳에 있었다.

입석포 앞에는 저자도라고 하는 작은 섬이 있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 세종은 딸 정의공주에게 그 섬을 주었다고 한다. 응봉산과 입석포, 저자도의 풍경이 아름다워 예로부터 그곳에 풍류객들과 낚시꾼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입석포 강 건너에는 경치 좋기로 소문난 압구정이 있었다.

팔각정
조선 시대 화가 겸재 정선은 압구정과 강 건너 풍경을 담은 그림 <압구정>을 남겼다. 정선의 그림은 서울숲 동쪽 영동대교나 청담대교 북단 어디쯤에서 보고 그린 것 같다. 정선이 본 시각은 아니지만 응봉산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다. 응봉산 전망 좋은 곳에서 보면 산 아래로 지나는 경의중앙선 철로(옛 입석포 터)와 서울숲(옛 뚝섬), 강 건너 압구정 아파트단지(옛 압구정)가 보인다. 조선 시대 그 풍경은 아니지만 지금 풍경도 좋다.

정상 마당을 한 바퀴 돌며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정상 마당 바로 아래 전망 좋은 곳에도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동안 노을이 피어났다. 남산 뒤로 해가 떨어진다. 하늘이 울긋불긋 빛난다. 해가 지면서 도시에 불빛이 켜진다. 가로등과 자동차 불빛, 빌딩 창에서 새는 불빛이 어둠 속에서 빛난다. 전망 좋은 응봉산 정상은 야경 촬영 명소이기도 하다.

글·사진 장태동 여행작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