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휠체어 수리 지원은 ‘장애인 의료복지’
성동구 장애인 보장구 수리비 지원 조례
등록 : 2017-08-10 15:06
은복실 의원 발의 “신체나 마찬가지”
수급자 20만원, 비수급자 10만원 지원
전국 첫 수리센터서 세척·대여까지
유료 부품 교체 대신 무료 수리 노력
“휠체어는 장애인에게 무엇일까요?”
지난 7월20일 성동구 마장동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1층에 있는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 유인식 실장이 질문을 던졌다. 복지관에 실습을 나온 사회복지학 전공 대학생 5명은 조심스럽게 “다리”라고 대답했다. 유 실장은 “그렇다. 휠체어 등 보장구는 장애인에게 신체의 일부분이다. 삶이 다 할 때까지 보장구를 착용해야만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휠체어를 발로 찬 수리 기사를 고소한 장애인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차장 구석 천막 아래에서는 장애인 넷이 땀을 뻘뻘 흘리며 전동 휠체어의 모터를 뜯어 살펴보고 있었다. 보장구 수리 기술자 양성 교육을 받는 교육생이었다. 유 실장도 2011년 이곳에서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은 2기 교육생 출신이다. 18살이었던 1979년, 경운기 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절단해 지체장애 1급인 그는 “평소 보장구 수리 기술을 배우고 싶었는데 학원도 없고 막막했다. 그런데 이곳에서 가르쳐준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고 했다.
2009년 7월 성동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세운 장애인 보장구 수리센터인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는 전동·수동 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보행기 등 장애인 보장구를 수리·세척·대여해주고, 해마다 4~9명의 장애인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유 실장은 “보장구 수리를 장애인이 하면 이용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 소통도 잘된다. 교육을 수료한 뒤에는 대부분 직접 개업하거나 수리센터에 취업한다. 올해부터는 교육생에게 월 20만원씩 교육비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말에는 성동구의회가 ‘장애인 보장구 수리비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게 연간 20만원, 비수급자에게는 연간 10만원까지 수리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조례를 발의한 은복실 성동구의회 의원은 “경제적 이유로 신체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인 보장구를 수리하지 못해 생활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많아 조례를 만들게 됐다. ‘관내 장애인복지시설과 공공시설은 전동기기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조례에 따라 지금까지 장애인복지시설과 공공시설 9곳에서 전동기기 충전기를 설치했고, 지난해 1년 동안 장애인 511명이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를 모두 5000번 넘게 이용했다. 유 실장은 “보장구 수리비 지원은 금액보다 장애인에게 파급력이 훨씬 크다. 자신의 몸이 다친 거나 마찬가지인데, 돈이 없어 고치지 못한다면 심각한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이아무개씨는 휠체어 앞을 덮고 있는 카울이 여러번 부딪혀 거의 부서진 상태였다.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말할 때마다 마치 자신의 얼굴을 흉보는 것처럼 느껴져 속상했다. 그러나 일반 대리점에서는 같은 부품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카울 때문에 값비싼 휠체어를 교체할 수도 없었다. 사정을 들은 유 실장은 몇달이 걸려 어렵게 부품을 구해 깨끗하게 교체해주었다. 그는 “일반 대리점에서는 수리할 수 있는데도 부품 교체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수리하는 것보다 쉬운데다 수익도 크기 때문이다. 반면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는 부품 교체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한 무료로 수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동 휠체어의 감속기에는 기계의 윤활유인 ‘그리스’가 필수다. 그런데 저급한 그리스를 쓰면 2~3년 만에 쉽게 오염되고, 모터 고장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유 실장은 “그리스만 교체하면 되는 경우에도 대리점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모터를 갈았다는 분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에 들어오는 고장 난 전동기기의 20%만 기기적 결함이고, 나머지 80%는 관리 문제다. 휠체어가 부딪치면서 조향 장치가 틀어졌는데 바로잡지 않고 다니다 보면 타이어 한쪽만 계속 닳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점검과 관리를 받는다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은 의원은 “성동구의회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가 소외와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하게 복지를 누리며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7월20일 성동구 마장동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에서 보장구 수리 기술자 양성 교육을 받고 있는 교육생들이 휠체어 모터를 뜯어보고 있다. 유인식 실장(가운데)이 실습 나온 대학생들에게 보장구 수리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성동구 제공
2009년 7월 성동구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세운 장애인 보장구 수리센터인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는 전동·수동 휠체어와 전동스쿠터, 보행기 등 장애인 보장구를 수리·세척·대여해주고, 해마다 4~9명의 장애인 기술 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유 실장은 “보장구 수리를 장애인이 하면 이용자의 마음을 잘 이해해 소통도 잘된다. 교육을 수료한 뒤에는 대부분 직접 개업하거나 수리센터에 취업한다. 올해부터는 교육생에게 월 20만원씩 교육비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 말에는 성동구의회가 ‘장애인 보장구 수리비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에게 연간 20만원, 비수급자에게는 연간 10만원까지 수리비용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 조례를 발의한 은복실 성동구의회 의원은 “경제적 이유로 신체의 일부분이나 마찬가지인 보장구를 수리하지 못해 생활에 불편을 겪는 장애인들이 많아 조례를 만들게 됐다. ‘관내 장애인복지시설과 공공시설은 전동기기 충전기를 설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넣었다”고 설명했다. 조례에 따라 지금까지 장애인복지시설과 공공시설 9곳에서 전동기기 충전기를 설치했고, 지난해 1년 동안 장애인 511명이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를 모두 5000번 넘게 이용했다. 유 실장은 “보장구 수리비 지원은 금액보다 장애인에게 파급력이 훨씬 크다. 자신의 몸이 다친 거나 마찬가지인데, 돈이 없어 고치지 못한다면 심각한 좌절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이아무개씨는 휠체어 앞을 덮고 있는 카울이 여러번 부딪혀 거의 부서진 상태였다. 사람들이 ‘이게 뭐냐’고 말할 때마다 마치 자신의 얼굴을 흉보는 것처럼 느껴져 속상했다. 그러나 일반 대리점에서는 같은 부품을 구할 수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카울 때문에 값비싼 휠체어를 교체할 수도 없었다. 사정을 들은 유 실장은 몇달이 걸려 어렵게 부품을 구해 깨끗하게 교체해주었다. 그는 “일반 대리점에서는 수리할 수 있는데도 부품 교체로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수리하는 것보다 쉬운데다 수익도 크기 때문이다. 반면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는 부품 교체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가능한 한 무료로 수리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전동 휠체어의 감속기에는 기계의 윤활유인 ‘그리스’가 필수다. 그런데 저급한 그리스를 쓰면 2~3년 만에 쉽게 오염되고, 모터 고장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유 실장은 “그리스만 교체하면 되는 경우에도 대리점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해 모터를 갈았다는 분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성동장애인보장구클린센터에 들어오는 고장 난 전동기기의 20%만 기기적 결함이고, 나머지 80%는 관리 문제다. 휠체어가 부딪치면서 조향 장치가 틀어졌는데 바로잡지 않고 다니다 보면 타이어 한쪽만 계속 닳을 수 있다. 주기적으로 점검과 관리를 받는다면 예방할 수 있는 문제다. 은 의원은 “성동구의회는 앞으로도 사회적 약자가 소외와 차별을 받지 않고 평등하게 복지를 누리며 구성원으로서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인 편의시설 확충과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