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구 군사용지 4만평, 더 큰 미래 위해 쓰여야

기고ㅣ이창우 동작구청장

등록 : 2017-08-24 15:51
1993년 해군본부의 계룡대 이전을 끝으로 삼군의 서울 시대는 저물었다. 이보다 앞선 1989년, 공군본부가 동작구 대방동에서 계룡대로 터를 옮기면서 그 빈자리를 숭의여중·고등학교, 남도학숙, 아파트 단지 등이 채웠다. 사방이 공원으로 둘러싸인 대방동 아파트 단지는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쾌적한 주거지가 되었고, 남도학숙은 호남지역 학생들을 위한 인재 양성의 요람으로, 숭의여중·고는 명문사학으로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도심 속 군사시설 이전은 지역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된다. 금천구 도하부대 터는 복합 주거공간으로 변신했고, 용산구와 서초구는 각각 주한미군과 정보사령부 이전 계획으로 주민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동작구 대방동에도 미군기지 캠프 그레이가 이전해 간 자리에 복합문화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주민들에게 돌아올 땅은 아직도 남아 있다. 공군본부가 서울을 떠난 지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총장 관사 등 4만평의 땅이 여전히 대방동 한복판에 있다. 대방동 중앙을 차지한 이 땅은 사람들의 접근을 차단한 채 지역을 남북으로 단절시킨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주민들의 몫이다. 본부와 멀리 떨어져 사용빈도가 낮은 서울 관사를 유지하는 데 많은 예산과 관리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문제다.

그렇다면 이 땅을 더욱 가치 있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일은 미래 세대를 제대로 키워내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합계 출산율이 1.3명에도 못 미치는 초저출산 국가다. 높은 집값, 여성 경력 단절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공통분모는 ‘아이 낳아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를 개선할 상징적인 복합시설을 대방동에 만드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국방부가 대방동 터를 내어준다면 그곳을 우리나라 여성의 행복을 지원하는 시설들로 채울 계획이다. 결혼부터 출산과 육아, 재취업, 그리고 자녀 결혼과 황혼 육아까지 모든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지원 체계를 갖추고자 한다. 공공 산후조리원과 육아 정보은행, 일시 보육시설, 여성병원 등을 한데 모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공동 육아 공간으로 꾸밀 것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고 했다. 국가에서 각종 저출산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것은 많지 않다. 개별 상황에 대한 단편적 접근이 아니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국방부가 소유하고 있는 대방동의 4만평 터는 나라를 위해 지금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토대다.

대방동 군사용지가 온전히 주민들에게 돌아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라도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할 때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더 큰 밑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어쩌면 가까운 곳에 답이 있을 수도 있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