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흉물로 남은 대전차 방호물 10월 예술창작센터로 개관

서울창포원 옆 1660평 크기의 터, 막바지 대변신 작업 현장

등록 : 2017-08-24 16:00
김신조 사건 뒤 대북 탱크 저지용

200m 넘는 콘크리트 구조물 구축

2개동 시민 공간, 3개동 창작 공간

입주작가 다음달부터 공개 모집

도봉산역 옆의 대전차 방호시설을 예술창작센터로 탈바꿈시키는 공사가 한창이다.
지하철 1호선의 서울 북쪽 끝자락인 도봉산역. 시내에서 지하철을 타고 역에서 내리면 왼쪽으로 도봉산의 깎아지른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웅장한 산세에 압도돼 시선을 돌리기 어렵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다지 쏠리지 않는 역사 오른편엔 붓꽃 가득한 특수식물원인 서울창포원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창포원 옆 5478㎡(1660평) 크기의 터에선 폐허가 된 1층짜리 콘크리트 시설물을 변신시키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지난 13년 동안 흉물로 남아 있던 대전차 방호시설을 예술창작센터로 탈바꿈하는 공사다. 각각 길이가 40m인 5개동을 잇고 전망대를 새로 세우느라 건설 노동자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곳에 대전차 방호시설이 들어선 것은 ‘김신조 무장공비 사건’이 난 뒤인 1969년이었다. 북한군 탱크와 병력을 막을 목적으로 동서로 길이가 200m를 훌쩍 넘는 콘크리트 시설물을 지었다. 평지에서 80㎝가량 바닥이 내려간 시설물의 북쪽 벽에는 남쪽 전차가 포를 쏠 수 있도록 직사각형의 큰 창이 나 있다.


유사시 남쪽 전차가 포를 쏠 수 있도록 직사각형의 창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 방호시설 위에 1970년 180가구가 살 수 있는 3개층의 아파트를 지었다. 방호시설을 가리기 위한 위장용이었지만, 급할 땐 건물을 폭파해 통행을 차단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아파트엔 오랫동안 시민들이 살았으나 안전 문제로 2004년 1층의 군사시설만 남기고 아파트 공간이 철거됐다.

그 뒤로 이 시설의 용도를 놓고 10년 가까이 갑론을박이 이어지다 2014년께 ‘문화 벙커’로 가닥이 잡혔다. 유사시엔 군사시설 기능을 하지만 평시엔 시민과 예술인의 문화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이동진 도봉구청장의 제안을 서울시가 받아들여 국방부의 동의를 끌어낸 것이다. 분단과 전쟁의 상징물을 평화와 문화의 토대로 만드는 ‘발상의 전환’이다. 동시에 지역의 기존 시설을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도시재생의 바람직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공사는 다음 달 중순께 마무리돼 10월에 개관식을 할 예정이다. 완공된 창작센터는 연면적 1877㎡(약 570평) 규모다. 2개동은 교육장과 체험장 등 시민 공간으로 활용하고, 3개동은 예술가들의 작업장과 전시판매장 등 예술창작 공간으로 쓰인다. 옥상은 공원 형태로 꾸며져 다양한 야외 활동 무대로 쓰이게 된다.

작업장은 3~4평 크기로 10개가량 갖춰지며 다음 달 중순께 입주작가 모집 공고가 나간다. 창작센터의 운영을 위탁받은 도봉문화센터의 김용현 사무처장은 “스테인드글라스, 등, 그릇 등 다양한 공예 영역의 작가들이 입주할 예정”이라며 “아무래도 평화를 상징하는 시설인 만큼 평화가 중심 주제가 되는 창작 공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창작센터의 상징성을 높이기 위한 전시물로 독일 통일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 파편 3점을 기증받아 놓았다.

한편,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시는 이 창작 공간의 이름을 짓는 온라인 시민투표를 벌였다. 5개의 후보를 놓고 지난 16일까지 진행된 시민투표에는 모두 392명이 참여했으며, 서울시는 투표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달 안에 이름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영미 서울시 문화시설2팀장은 “창작예술센터가 문화 인프라가 열악한 서울 동북권 지역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지역주민들의 문화생활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