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9월 서울 도심은 건축축제로 물든다
2일부터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세계건축대회·서울건축문화제·국제건축영화제 등 잇따라
등록 : 2017-08-31 16:03
비엔날레박물관마을 주목
일제~1980년대 건물 30동 리모델링
DDP선 세계 곳곳 공공 프로젝트
‘건축올림픽’ 거장들 출동
건축과 도시, 공간 등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라면 9월의 서울엔 즐길거리가 가득하다. 건축을 주제로 한 다양한 행사들이 한달 내내 펼쳐지기 때문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행사는 2일 시작되는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도시’와 ‘건축’을 주제로 열리는 국내 최초의 비엔날레(2년마다 열리는 국제전람회)다. 주제는 ‘공유도시’로, 300여개의 전시·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 세계 도시가 직면한 환경적·건축적·사회문화적 문제를 공유로 풀자고 제안한다. 프로그램은 주제전 도시전 현장 프로젝트 등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돈의문 박물관마을이 무대인 주제전은 공기, 물, 불, 땅의 4개 공유자원과 만들기, 감지하기, 움직이기, 다시쓰기, 소통하기의 5개 공유 방식을 도시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한다. 서울 곳곳에서 채집한 다양한 냄새로 공간을 파악하는 ‘서울의 냄새지도’ 등이 눈길을 끈다. 비엔날레에 맞춰 문을 여는 돈의문 박물관마을을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하다. 전체 면적이 9770㎡(2960평)인 박물관마을은 한옥과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오래된 건물 30여동을 새 단장해 도시재생 방식으로 만든 곳이다.
도시전은 세계 도시들의 공공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전시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높은 임대료와 주거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공동주택 양식을 발전시킨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동거주지도’, 2025년까지 탄소 제로 배출 도시를 목표로 교통 인프라를 정비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드림 마드리드’ 등 50개 도시 프로젝트가 소개된다.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의 자문을 받아 36㎡ 크기의 평양 아파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평양전’에선 색다른 체험도 할 수 있다.
현장 프로젝트는 세운상가, 창신동, 광장시장 등에서 도심 제조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동대문부터 세운상가 일대까지 3㎞를 걸으며 ‘걷는 도시 서울’을 경험한다. 배형민 서울비엔날레 총감독(서울시립대 교수)은 “전시, 축제 등 다채로운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공유도시 서울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3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국제건축연맹(UIA) 세계건축대회는 흔히 ‘건축 올림픽’으로 일컬어지는 건축계의 축제다. 1948년 시작됐으며, 전 세계 건축인들이 3년마다 모여 최신 트렌드와 미래 방향을 논의한다. 이번 대회는 ‘도시의 혼’을 주제로 학술대회, 전시, 대중 강연, 건축문화 투어 등 137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화캠퍼스복합단지(ECC)를 설계한 프랑스의 도미니크 페로, 2020 일본 도쿄올림픽 주경기장 설계자인 구마 겐고, 서울로7017을 설계한 네덜란드의 위니 마스 등 세계적 건축가들이 총출동한다. 이 대회는 기본적으로 건축인들을 위한 ‘전문가 축제'이지만, 건축문화 투어와 자연재료 건축 체험, 무료 전시회 등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배병길 한국건축단체연합 회장은 “건축이 산업이자 문화예술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한국 사회와 건축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아홉번째인 서울건축문화제의 주제는 ‘경계를 지우다’이다. 일반 시민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군부대나 교도소 같은 공간들이 오랫동안 바다의 섬처럼 스스로를 분리해오다 최근 들어 서울의 도시 공간으로 편입되고 있는 흐름을 짚고, 소통의 의미를 찾자는 취지다. 40년 넘게 접근 불가 지역이었다가 9월부터 시민 품으로 돌아오는 마포 석유비축기지에서 문화제가 열리는 것도 이런 주제의식의 반영이다.
제35회 서울시 건축상과 한강건축상상전, 2017 대학생 여름 건축학교 등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건축영화 상영, 건축가 대담, 나만의 건축 드로잉 등 시민 참여 프로그램도 많다.
건축과 영화를 한자리에서 만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국내 유일의 건축 테마 영화제로, 올해가 아홉번째다. 건축 속에 담긴 인간의 삶과 건축의 사회적·문화적 의미를 영화를 통해 살피고 생각해보는 축제다. 오는 4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아트하우스 모모,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다. 21개 나라의 영화 34편이 상영돼 역대 최대 규모다.
한편, 서울시는 각종 건축 관련 행사가 열리는 9월을 ‘서울 건축문화의 달'로 지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각도로 건축을 조명하고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시민들이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건축문화제에 소개될 올해 서울시건축상 대상 수상작 ‘한내 지혜의 숲’.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현장 프로젝트인 ‘똑똑한 보행도시’ 중 ‘뇌파산책’.
서울국제건축영화제 개막작인 정재은 감독의 ‘아파트 생태계’.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