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홍보모델 4년 다둥이 가족 “더 못해 아쉬워요”

양천구 홍보모델 마친 곽상학·노연정씨 여섯 식구

등록 : 2017-09-07 14:32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뻣뻣

이젠 자연스런 포즈도 척척

“새로운 일 도전해 추억 쌓자”

구청 홍보모델 기대 이상 만족

지난 7월 ‘다둥이 가족’ 곽상학·노연정 부부가 4명의 자녀와 함께 최근 개관한 양천구 장난감도서관에서 구 가족 홍보모델로 참여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양천구 제공

“얘들아, 여기서 사진 찍자!”

지난달 26일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 인터뷰하러 온 곽상학(46)·노연정(46)씨 가족이 청암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저출산 시대에 보기 드물게 자녀 넷의 ‘다둥이 가족’이다. 부부는 딸 예진이(16) 아래로 세 아이를 차례로 입양해 대식구를 꾸렸다.

아빠가 사진 찍자는 말을 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착착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은택이(6)는 누나 무릎에, 은찬이(4)는 아빠 무릎에 살짝 앉는다. 은준이(2)는 유모차에 앉아 엄마 곁에서 카메라를 본다. 모두 얼굴엔 웃음을 머금는다. 전문 모델처럼 표정들이 참 자연스럽다.


곽씨 가족은 지난 7월까지 4년 동안(4~5기) 양천구 가족 홍보모델로 활동했다. 해마다 두세 차례 홍보 촬영에 참여한 덕분에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러운 자세가 절로 나온단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사진 촬영할 땐 표정관리가 안 됐어요. 특히 야외촬영 땐 덥고 힘든데, 웃어야 해 많이 힘들었어요”라고 예진이가 말했다. 당시 중학생이었던 예진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척추측만증을 진단받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통증으로 밝은 얼굴을 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도 카메라 앞에 서면 웃는 표정을 잘 지었어요”라고 엄마가 전한다.

은택이도 어려움이 있었다. 입양한 지 1년이 넘도록 은택이는 말을 잘하지 못했다. 자폐 성향을 보여 언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사람들과 눈도 잘 맞추지 않았다. “집에서 식구끼리 편안하게 놀 듯 사진 촬영을 하니 은택이 표정이 차츰 자연스러워졌어요”라고 아빠가 전한다. 사진작가와도 편하게 놀면서 은택이는 사진 촬영을 즐겼단다.

곽씨가 가족 홍보모델이 되려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짧은 인생, 웃으며 살고 도둑질 빼고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어서, 둘째는 가족들과 더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셋째는 저출산 시대 다둥이 가족이 모델이 되면 사회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에서였다. 가족들이 ‘괜히 신청했다가 떨어지면 창피하다’며 주저했을 때, 곽씨는 “살면서 가끔은 상처받는 것도 괜찮다”며 설득했다고 한다.

가족 홍보모델 활동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단다. 예진이는 “밝은 표정을 지을 수 있을지 걱정하다가도 막상 찍으면 재미있고, 사진이 구청 소식지(왼쪽 사진)나 누리집에 실리면 친척이나 친구들이 연락을 줘 뿌듯했어요”라고 말한다.

가족의 의상을 담당했던 엄마 노씨는 옷 색깔은 튀지 않게 파스텔톤의 하늘색, 분홍색 등 밝은색으로 하고, 서로 겹치지 않도록 애썼다. “구청 홍보팀에서 촬영 연락이 오면 옷을 뭘 입을지 고민도 됐지요. 하지만 재미있는 추억이 생긴다는 기대에 마음이 설楮”

부부는 30년 넘게 사는 지역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된 것도 좋았다고 한다. “보건소, 장난감도서관, 생태공원 등의 촬영에 참여하면서 양천구가 소외된 주민이 없게 따뜻한 구정을 펼친다는 걸 느꼈다”고 곽씨가 말했다. 인위적으로 연출하지 않고 경험하는 걸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보여주려 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홍보모델을 하면서 가족에게 좋은 일이 생긴 것에 부부는 감사한다. 예진이는 2년 전 12시간의 척추측만증 수술을 무사히 견뎌내 다시 건강해졌다. 은택이도 말문이 트이고 자폐증 증상도 거의 없어졌다. 그사이 식구도 늘었다. 은택이가 크면서 외로울 것 같아 은찬이를 입양했다. 두 아이의 성격이 달라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막내 은준이를 입양했다. 예진이는 “동생이 셋이나 되어 힘들 때도 있지만, 우리 가족이 자랑스러워요”라고 말했다.

중등교사인 곽씨는 지난해 세종시로 근무지를 옮겼다. 대도시 생활을 접고 덜 복잡한 곳에서 여유 있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서 가족 모두 이사했다. “저희는 미리 계획을 짜서 움직이지 않고 마음이 생기면 의논해 실행하는 편이에요”라고 그가 아내 노씨를 보며 말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가족 홍보모델을 더는 못 한다는 것이다. “세종시에 가족 홍보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해볼까 해요”라며 곽씨가 장난스레 웃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