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믿고 맡기자 멋진 청소년 축제가 탄생했다
‘관악 혁신교육지구, 모두의 축제’ 전야제 현장…서울형혁신교육지구 새 교육 모델로 자리
등록 : 2017-09-21 15:11
학교 홍보 부스마다 아이디어 가득
청소년이 기획 주도, 어른은 지원만
공무원도 청소년 역량에 놀라며 변해
청소년을 ‘교복 입은 시민’ 수용 대세
지난 8일 저녁 관악구 낙성대공원은 평소와 달리 시끌벅적했다. ‘관악 혁신교육지구, 모두의 축제’ 전야제에 참석하기 위해 청소년 수백명이 모였다. 무대를 중심으로 십여개의 학교 홍보 부스가 줄지어 들어서 있었다. ‘나만의 책갈피 만들기’를 내세운 영락고 부스에서는 이영아(2학년) 전교회장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방문객이 밑그림에 색칠하면 코팅한 뒤 매듭까지 해서 예쁜 책갈피를 만들어줄 계획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코팅기를 쓸 수 없게 된 것이다.
영락고는 3년 전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으로 시작한 독서 동아리가 전교생 3분의 2가 참여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학교 수준이 높아지며 지역 평판도 좋아져 올해는 매주 수요일 8교시에 ‘독서와 토론’ 수업을 배치했다. 김주현 영락고 진로교사는 “곧 중학교 3학년생들이 고등학교를 지원할 때라 학교 홍보가 무척 중요하다. 축제기획팀 학생들이 어떻게 알릴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다른 학교 홍보부스를 둘러보던 김영선 당곡고 교감은 “축제에 처음 왔는데 충격을 받았다. 다른 학교는 준비를 정말 많이 했더라. 함께 왔던 선생님 두분이 ‘이래서는 안 되겠다’며 부랴부랴 학교로 돌아갔다. 청소년이 사진을 찍을 만한 큰 그림이랑 몇 가지를 챙겨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축제는 혁신교육지구 관악교육두레와 청소년·교사·학부모로 구성된 축제 소위원회가 준비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만들어진 청소년의회가 있다. 황선호(당곡고 2학년) 관악청소년의회 환경복지위원장은 “어른이 주도하는 다른 행사와 달리 ‘모두의 축제’는 청소년이 의견을 내면 어른들이 실현 여부만 검토하고 지원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내일 본행사에서 할 번개모임(플래시몹, 불특정 다수가 특정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약속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것) ‘꿈을 쏘다’ 주제도 우리가 정했고, 빅뱅의 ‘뱅뱅뱅’ 음악에 맞춰 안무도 직접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관악청소년의회 초대 의장을 맡았던 송민석(구암고 3학년)군은 “올해 청소년의회와 각 학교 학생회가 잘 소통하다 보니 지난해 축제보다 홍보부스와 공연팀 모두 늘었다. 초·중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 모두의 축제는 해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계속 나아지고 있다. 박미향 관악구 교육정책보좌관은 “첫해 ‘먹을거리가 없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와 지난해는 학부모가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았고, 올해 전야제에선 푸드트럭을 섭외해 500인분을 준비했다. 청소년은 일단 잘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22개 자치구, 지역주민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해 만들어가는 새로운 교육모델이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주체와 지역의 벽을 뛰어넘어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교육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다. 기존 청소년축제는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면 학교에서 공연할 학생을 선발해 보내는 식이었다. 관이 주도하는 상의하달식에 익숙했던 공무원들은 “어른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청소년까지 상대해야 하느냐”며 힘겨워했다. 서로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공무원은 청소년축제 홍보 동영상을 다른 행사처럼 외부 업체에 위탁하려 했지만, 교사는 ‘학생들이 더 잘할 수 있으니 믿고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학교 랩 동아리가 직접 만든 랩으로 훌륭한 동영상이 탄생했다.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깨면서 공무원도 달라지고 있다. 최정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어른들이 학생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모든 혁신교육지구에서 청소년 주도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주도하는 다양한 혁신교육지구 축제는 오는 11월까지 열린다.(표 참조)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8일 관악구 낙성대공원에서 열린 ‘관악 혁신교육지구, 모두의 축제’ 전야제에서 청소년이 공연하고 있다. 이번 축제는 혁신교육지구 관악교육두레와 청소년·교사·학부모로 구성된 축제 소위원회가 준비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번 축제는 혁신교육지구 관악교육두레와 청소년·교사·학부모로 구성된 축제 소위원회가 준비했다. 그 중심에는 지난해 만들어진 청소년의회가 있다. 황선호(당곡고 2학년) 관악청소년의회 환경복지위원장은 “어른이 주도하는 다른 행사와 달리 ‘모두의 축제’는 청소년이 의견을 내면 어른들이 실현 여부만 검토하고 지원하는 식으로 준비했다. 내일 본행사에서 할 번개모임(플래시몹, 불특정 다수가 특정 장소에 모여 짧은 시간 약속된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것) ‘꿈을 쏘다’ 주제도 우리가 정했고, 빅뱅의 ‘뱅뱅뱅’ 음악에 맞춰 안무도 직접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관악청소년의회 초대 의장을 맡았던 송민석(구암고 3학년)군은 “올해 청소년의회와 각 학교 학생회가 잘 소통하다 보니 지난해 축제보다 홍보부스와 공연팀 모두 늘었다. 초·중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새로운 기준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올해로 3년차를 맞이한 모두의 축제는 해마다 부족한 부분을 메우며 계속 나아지고 있다. 박미향 관악구 교육정책보좌관은 “첫해 ‘먹을거리가 없어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와 지난해는 학부모가 먹을거리를 만들어 팔았고, 올해 전야제에선 푸드트럭을 섭외해 500인분을 준비했다. 청소년은 일단 잘 먹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 22개 자치구, 지역주민이 함께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해 만들어가는 새로운 교육모델이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주체와 지역의 벽을 뛰어넘어 마을과 학교가 함께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교육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니다. 기존 청소년축제는 교육청에서 각 학교로 공문을 보내면 학교에서 공연할 학생을 선발해 보내는 식이었다. 관이 주도하는 상의하달식에 익숙했던 공무원들은 “어른 민원인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청소년까지 상대해야 하느냐”며 힘겨워했다. 서로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공무원은 청소년축제 홍보 동영상을 다른 행사처럼 외부 업체에 위탁하려 했지만, 교사는 ‘학생들이 더 잘할 수 있으니 믿고 맡겨보자’고 제안했다. 시간은 걸렸지만 학교 랩 동아리가 직접 만든 랩으로 훌륭한 동영상이 탄생했다. 청소년에 대한 편견을 깨면서 공무원도 달라지고 있다. 최정윤 서울시교육청 장학사는 “어른들이 학생을 ‘교복 입은 시민’으로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은 걸리겠지만, 모든 혁신교육지구에서 청소년 주도가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주도하는 다양한 혁신교육지구 축제는 오는 11월까지 열린다.(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