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겸군자의 지도자

잠깐 고사성어-성궁기계(省躬譏誡) 살필 성, 몸 궁, 나무랄 기, 경계 계

등록 : 2017-09-28 12:23
‘스스로 낮추고 살펴서 남이 나를 나무라고 경계하는 말을 새겨듣는다’는 뜻이다. <천자문>에 나온다.

살필 성(省)은 ‘반성하다’는 의미, 몸 궁(躬)은 글자 속에 이미 활 궁(弓)이 있듯이 활처럼 구부린 몸을 표현한다. ‘성궁(省躬)’은 스스로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고 문제가 있으면 먼저 자신부터 허물이 없는지 살펴보라는 ‘반구저기’(反求諸己)의 의미다. <논어>에서 공자의 제자 증자는 하루에 세 번 자신을 반성한다. “사람들과 일할 때 최선을 다했는지, 벗들과 사귐에 성신(誠信)을 다했는지, 배운 것을 제대로 익혔는지.” 요컨대 자기를 돌아보는 것부터 하고 관계 맺기를 시작하라는 말이다.

‘기계’(譏誡)는 남이 나를 비판하는 내용에서 경계할 것을 찾는다는 뜻이다. <명심보감>에는 “내가 남을 헐뜯는 것은 재앙이고, 남이 나를 헐뜯는 것은 복(我虧人是禍 人虧我是福)”이라는 말도 있다. 남이 나에게 가하는 비판이 옳으면 스스로 고치는 계기로 삼고, 비판의 내용이 그르면 스스로 조심하는 계기로 삼으면 될 일이다.

<천자문>에서 ‘성궁기계’와 짝하는 성어는 ‘총증항극’(寵增抗極)이다. 사랑할 총, 더할 증, 막을 항, 다할 극으로, ‘은총은 넘치도록 받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지나친 총애는 오히려 위기의 단초가 되기 쉽다. 그러므로 넘치기 전에 미리 예방하거나 피하는 것이 현명한 처세다. <노자>의 ‘총욕약경’(寵辱若驚)이 그것이다. <예기>에서는 ‘낙불가극’(樂不可極)이 나온다. 현명한 사람은 극에 이르도록 즐기지 않는 법이다.

이런 말들은 한결같이 중용의 가르침 아래 있다. 같은 <천자문>에 ‘서기중용(庶幾中庸) 노겸근칙(勞謙謹勅)’이라는 구절이 있다. ‘서기중용’은 중용의 도에 가까운 것이고, ‘노겸근칙’은 겸손하게 노력하고 삼가고 다듬는다는 뜻이다. 중용의 도에 거의 다다른 상태가 바로 노겸근칙이다. 중용의 도는 바로 자기를 낮추고 스스로 삼가는 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주역> 상전에서 공자는 “노겸군자는 만민의 존경을 받으리라(勞謙君子 萬民福也)”고 선언한다. 공로가 넘치는데도 자기를 낮추는 지도자는 백성의 기쁨이라는 말이다.

노겸군자야말로 지도자의 이상이다. 그러나 백성의 입장에서 존경이 지나치면 자기가 사랑하는 지도자에게 해를 입힐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넘치는 순간, 자만의 위기도 시작된다. 정치에서 ‘팬덤’은 양날의 칼이다.

이인우 선임기자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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