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 만든 한글엽서엔 기발한 아름다움 ‘활짝’

‘제5회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 650여점 한글날 청계광장 전시

등록 : 2017-09-28 12:50 수정 : 2017-10-11 11:44
우편으로만 2643점 응모 받아

컴퓨터그래픽이나 포토샵 이용 금지

홍진희 선생님 ‘아름다운 한글’ 대상

일반부 대상 홍진희

‘10㎝×15㎝의 작은 종이 위에 담긴 큰 한글 사랑.’

올해로 5회째를 맞는 ‘한글날 예쁜 엽서 공모전’(주최 한겨레신문사)을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다. 2013년 한글날이 다시 국경일로 재지정된 것을 기념해 첫발을 뗀 공모전은 해를 거듭하면서 커져가는 우리 국민들의 한글 사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올해도 총 2643점의 응모작 중 수상작 33점을 비롯해 650여점이 한글날인 다음달 9일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 전시된다. 손바닥만 한 작은 엽서 위에 펼쳐진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아, 우리 한글이 정말 이렇게 아름다운 글자구나!”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작품들이다.


올해 응모 작품들은 일반부 783건, 중·고등부 1099건, 초등부 761건 등 고르게 분포돼 있다. 예쁜 엽서 공모전 운영팀은 “응모작 숫자도 여느 공모전보다 많지만, 하나하나 작품을 우편으로 보내준 정성은 우리나라 공모전 중 최고 수준일 것”이라고 말한다. 예쁜 엽서 공모전은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션 등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든 작품은 응모할 수 없다”는 규정에 맞춰 손으로 만든 엽서를 우편으로만 보내도록 하고 있다.

일반부 대상 홍진희

대상작, 소금 기법으로 독특한 분위기

일반부 대상은 ‘아름다운 한글’ ‘세계 속에 띄워라 한글’을 출품한 경기도 화성시 숲속초등학교 홍진희 선생님에게 돌아갔다. 수상자가 출품한 ‘아름다운 한글’은 엽서의 오른편에 자리한 ‘한글’이라는 든든한 줄기에서 ‘자음으로 된 잎’과 ‘모음으로 된 꽃’이 피어나는 모습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오른쪽에 있는 ‘한글’은 소금 기법을 이용해 만들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수상자는 소금 기법에 대해 “먹물의 농도를 조절해서 그림을 그린 뒤 소금을 뿌려서 우연의 소금꽃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한다. 역시 소금 기법으로 만든 구름 위에 종이비행기가 날아가는 작품 ‘세계 속에…’도 한글을 더 멀리까지 알리려는 염원을 담았다고 한다.

일반부 최우수상 수상자로는 수채화 기법으로 만든 ‘한글에 꽃이 피었습니다’를 출품한 박정선씨와 ‘가갸날’이라는 글자를 자수로 표현한 이상희씨가 뽑혔다. 4년째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황순선 숙명여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올해는 자수와 압화(누름꽃)를 이용한 작품이 출품되는 등, 출품작들의 표현이 더욱 새로워지고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중·고등부 대상 민태린

중·고등부 작품에서 아이디어 돋보여

심사위원인 이상현 캘리그래피 작가는 이와 더불어 “올해 중·고등부 작품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고 설명한다. 이 심사위원은 “대상을 받은 민태린(경남 웅상고등학교 2학년)양은 온통 영어 간판으로 이루어진 잿빛 풍경을 배경으로 삼은 뒤, 그것들이 한글 간판으로 바뀐 천연색 그림을 중심에 배치했다”며 “단지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한글을 살리자는 작품 제작 의도나 방향이 구체적으로 잘 표현됐다”고 평가했다.

대상 수상자인 민양도 “평소에 고쳤으면 하는 것들을 바탕으로 삼아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누가 보더라도 빨리 이해할 수 있게끔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초등부 대상은, 세종대왕이 ‘10월9일은 한글날! 오늘만큼은 은어, 외래어는 쉿!’이라고 말하는 모습을 표현한 수원 황곡초등학교 6학년 서산들군에게 돌아갔다.

이 심사위원은 “공모전의 연륜이 쌓여가면서 전반적으로 참가 작품들도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며 “예쁜 엽서 공모전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한글 감성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일을 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손편지를 쓰면서 틀리면 지우고, 글씨가 안 예쁘면 처음부터 다시 써보는 그런 느낌이 문자나 전자우편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색다른 한글 감성을 전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등부 대상 서산들

10월9일 9개 무료 프로그램 행사

오는 10월9일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예쁜 엽서전에서는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체험해볼 수도 있다. 이날 진행되는 9개 무료 체험프로그램 중 하나인 ‘한글 손편지 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 참가자는 가족·친구·연인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편지에 담은 뒤 행사장에 준비되어 있는 우체통에 넣으면 된다. 예쁜 엽서 공모전 운영팀은 “프로그램 참여자 중 200명을 추첨해 100일 뒤 우편으로 보내드린다”며 “석달 남짓 뒤에 받아보는 엽서가 오랫동안 못 봤던 친구 사이를 다시 이어주는 매개물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계광장에서는 엽서 보내기 외에도 ‘한글 수제 명함 이름 써주기’ ‘한글 가훈 써주기’ ‘한글 네일 아트’ ‘한국 전통 문양 예쁜 엽서 만들기’ ‘한글 페이스페인팅’ ‘한글 타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청계천 거리아티스트 ‘퍼포먼스 그룹 오’의 ‘갈라 뮤지컬 콘서트’와 대한민국 1호 쌍둥이 가야금 가수 ‘가야랑’의 전통국악공연도 행사장의 흥을 돋울 예정이다.

일반부 최우수상 이상희

중·고등부 최우수상 김민선

일반부 장려 송금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엽서 이미지 ‘예쁜 엽서 공모전 운영팀’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