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의 귀농 안착을 도와드립니다”
서울시, 지역 체류형 비용 60% 지원에 ‘서울농장’까지 마련해 농촌 적응 도와
등록 : 2017-09-28 13:57 수정 : 2017-09-28 21:54
노윤옥씨, 체류 4개월만 정착 결정
“열정적인 담당자의 지원과 조언 덕분”
10~11월 도농 일자리 교류 3회 진행
‘서울농장’, 내년 전국 2~3곳 문 열어
노윤옥(46·강서구)씨는 10년 전부터 조그만 텃밭이 딸린 농가주택에서 자급자족하는 삶을 꿈꿨다. 그러나 중장비 기사인 남편은 귀농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고, 맞벌이 생활에 바빠 아무런 진척이 없었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고 판단한 노씨는 25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지난해 그만두고 본격적인 귀농 준비에 들어갔다. 약초관리사 자격증을 따고 1박2일 지역 탐방도 따라다니며 선배 귀농인들을 만났다.
그러나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자신은 서지 않고 막연한 두려움만 앞섰다. 그때 ‘서울시에서 체류형 귀농 희망자에게 적응비용 60%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봤다. 귀농을 꿈꾸는 서울시민이 농촌에 머물며 농사일을 체험하고 지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 귀농교육센터의 교육비와 숙소 임차료의 60%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남편의 근무지인 경북 울진과 가까운 영주를 선택했다. 지난 3월 영주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도착하자 걱정과 달리 깔끔한 아파트형 숙소와 교육장이 노씨 부부를 맞이했다. 과수, 밭작물, 양봉 등을 배우며 선배 귀농인의 농가도 방문했다. 잡초와 가뭄과 우박을 통해 자연의 무서움을 느꼈다. 반면 살충제 달걀 등 먹을거리 파동에서는 믿을 만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을 발견했다. 영주에 오기 전까지 귀농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남편 황우석(48)씨도 달라졌다. 4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농부로 인생 2막을 열기로 결정했다. 노씨 부부는 지난 7월 농지 8200㎡(약 2500평)를 계약했다. 노씨는 “귀농지는 3년 뒤에나 정할 생각이었는데, 교육센터 담당자들이 토지 구매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3년 더 고생할 필요 없겠다 싶어 영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며 “좋은 교육장과 열정적인 담당자, 멋진 동료 교육생을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은퇴 뒤 귀농·귀촌하는 서울시민이 늘고 있다. 그러나 ‘묻지 마 귀농’을 선택했다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생활에 좌절해 서울로 돌아오는 이들도 많다. 서울시는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이 농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체류형 귀농 지원’은 올해 처음으로 시작한 사업이다. 상반기 경북 영주, 충북 제천, 전남 구례 등 3곳 24세대에 이어 하반기에는 전북 무주와 전남 강진에 9세대가 머물고 있다. 송광남 서울시 도시농업과장은 “귀농에 관심 있는 서울시민이 농촌에 살며 다양한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영농 체험을 최소 비용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 상주에서는 지난 11일부터 4박5일 동안 ‘도농일자리교류사업’이 진행됐다. 서울시민 20명이 농가에서 배 수확을 도왔다. 윤수열(65·성북구)씨는 “배밭에서 일하면 그늘이 많아 별로 안 힘들 줄 알았는데, 종일 하고 나니 온몸이 힘들다”며 “같이 일하는 농민들께 농사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귀농을 위해선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배 수확뿐 아니라 선배 귀농자와의 만남, 농작업 안전교육, 지자체 정책 소개, 지역 탐방 등을 하며 농부의 삶을 미리 경험했다. 박정재(31·송파구)씨는 “상주 농민들과 생활하면서 귀농을 준비하며 고민했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젊은이들의 귀농·귀촌을 위해 서울시가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가 함께 진행하는 도농일자리교류사업은 10, 11월에도 전남 강진과 영암에서 세 차례 열린다. 한번에 20명씩 모집하는데, 20~65살 서울시민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신청서는 서울시 지역상생 누리집(sangsaeng.seoul.go.kr)에서 양식을 내려받아 전자우편(seoulsangsaeng@gmail.com)으로 보내면 된다. 참가비는 5만원으로 교육비, 숙박비, 왕복교통비, 식대, 여행자보험이 포함되어 있다. 6박7일 일정을 마치면 참가자에게 일급 6만원씩 5일치 30만원이 지급된다. 이영기 서울시 정책기획관은 “도농일자리교류사업은 서울의 일손과 농촌의 일자리를 연결하고,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시민이 현실적인 농촌의 일과 삶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귀농 전 미리 농사일을 체험하고, 지역생활에 적응할 수 있는 ‘서울농장’도 지역에 마련된다. 서울시가 귀농 지원을 위한 농장을 직접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방자치단체가 폐교 등 농장을 마련할 수 있는 터와 귀농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서울시가 농장 1곳당 최대 7억원의 시설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 서울농장에는 숙소와 강의장, 영농실습장, 농자재 보관창고 등이 들어선다. 지난달까지 접수한 결과, 12개 지자체가 세부계획이 담긴 제안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시는 지역의 여건과 제공 터, 지원 프로그램 내용 등을 따져 다음달에 2~3곳을 최종 발표할 예정이다. 서동록 서울시 경제진흥본부장은 “농업과 농촌에 대한 서울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서울시민의 요구에 맞춰 다양한 지역 특성을 반영해 서울농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노윤옥(오른쪽)·황우석 부부가 지난 21일 충북 충주시 사과시험장을 견학하고 있다. 노씨 부부는 서울시의 귀농 지원을 받아 영주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입교한 지 4개월 만에 영주에 정착하기로 마음먹었다. 노윤옥씨 제공
그러나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자신은 서지 않고 막연한 두려움만 앞섰다. 그때 ‘서울시에서 체류형 귀농 희망자에게 적응비용 60%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봤다. 귀농을 꿈꾸는 서울시민이 농촌에 머물며 농사일을 체험하고 지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 귀농교육센터의 교육비와 숙소 임차료의 60%를 지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남편의 근무지인 경북 울진과 가까운 영주를 선택했다. 지난 3월 영주시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에 도착하자 걱정과 달리 깔끔한 아파트형 숙소와 교육장이 노씨 부부를 맞이했다. 과수, 밭작물, 양봉 등을 배우며 선배 귀농인의 농가도 방문했다. 잡초와 가뭄과 우박을 통해 자연의 무서움을 느꼈다. 반면 살충제 달걀 등 먹을거리 파동에서는 믿을 만한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와 시장을 발견했다. 영주에 오기 전까지 귀농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남편 황우석(48)씨도 달라졌다. 4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농부로 인생 2막을 열기로 결정했다. 노씨 부부는 지난 7월 농지 8200㎡(약 2500평)를 계약했다. 노씨는 “귀농지는 3년 뒤에나 정할 생각이었는데, 교육센터 담당자들이 토지 구매에 대한 행정적 지원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3년 더 고생할 필요 없겠다 싶어 영주에 정착하기로 결심했다”며 “좋은 교육장과 열정적인 담당자, 멋진 동료 교육생을 만난 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도농일자리교류사업’에 참가한 박정재(오른쪽)씨가 지난 12일 경북 상주에서 농민의 지도를 받으며 배를 따고 있다. 서울시 지역상생교류사업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