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스타트업의 요람, 먹거리창업센터

등록 : 2017-09-28 14:02
지난해 12월 문을 연 서울먹거리창업센터는 농식품 관련 창업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8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의 한 식당에서 농식품 스타트업(신생혁신기업) 세 곳이 함께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농사펀드’는 크라우드 펀딩(대중 모금)으로 투자자를 모집해, 농부에게 필요한 영농자금을 지원해주는 플랫폼 기업이다. 이날의 행사는 유기농법으로 닭을 키우고 가공품을 만드는 농부와 요리사, 소비자가 한데 모여 음식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원격 요리교육과 식자재 배달서비스를 하는 ‘키친라이브’와 블렌딩(두 가지 이상을 섞음) 차를 만드는 ‘힛더티’도 힘을 보탰다.

요즘 농식품 부문에서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런 농식품 스타트업들의 명소는 서울시 송파구 가락동 서울먹거리창업센터이다. 센터는 서울시가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농식품 관련 창업과 기업의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문을 열었다. 가락시장 현대화 시설인 가락몰 1관과 2관 3층(약 500평)에 자리 잡고 있다. 농사펀드 등 현재 농식품 관련 스타트업 45곳에서 150여명이 일하고 있다.

지난 8월 말까지 센터는 세번에 걸쳐 입주기업을 모집했다. 평균 경쟁률은 5 대 1로 꽤 높았다. 무료로 사무 공간을 주는데다 시제품을 만들 수 있는 오픈키친 등이 잘 마련되어 있어 농식품 분야의 (예비)창업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김동균(50) 센터장은 “창업 초기에 임대료 부담 없이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올 3월에 열린 소셜 다이닝 행사 모습.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제공

센터는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심사를 받는다. 공간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내보낸다. 고용 창출, 매출, 특허, 입점 등의 성과를 포함해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출근 배점이 가장 크다. 센터에 잘 나와서 열심히 일하는 기업들에 우선 도움을 주려는 의도다. 실제 지금까지 10곳 정도가 심사에서 탈락해 센터를 떠났다. “스타트업들은 대개 두서너명으로 시작하는데, 같이 시작한 사람들끼리 갈등이 생겨 중도에 흩어지는 경우가 적잖다”고 김 센터장은 설명했다.

센터는 입주자의 요청을 수시로 확인하고 운영에 반영한다. 얼마 전 사무실 공간을 창고로 바꿨다. 입주자 간담회에서 상품 보관을 위한 창고 시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기 때문이다. 입주자들이 시설을 잘 사용해 사업을 활발히 하는 것에 가장 중점을 두고 있다.

센터의 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것은 ‘소셜 다이닝’이다. 소셜 다이닝이란 입주기업의 제품을 주제로 삼아 요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자리이다. 입주기업들이 서로 도와가며 기획하고 진행한다. 시제품을 만들고 제품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는 오픈키친을 적극 활용한다. 다음달 19일에는 ‘건강한 급식과 먹거리’라는 주제로 ‘칼슘사과’와 ‘프레시고’ 두 스타트업이 협업해 소셜 다이닝을 열 예정이다.


문을 연 지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센터는 농식품 스타트업의 요람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해외사업 진출 등 구체적인 성과도 곧 가시화할 전망이다. 최근 글로벌 음식배달 앱인 ‘우버이츠’와 제휴해 입주기업 제품을 온라인 플랫폼에 소개하기로 했다. 우버이츠는 세계 40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는 국내는 물론 해외 판로 지원에도 더 발 벗고 나서려 한다”고 김 센터장은 힘줘 말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