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그르 감기는 치맛자락에 인생을 싣고…

내일부터 모레까지 ‘2017 위댄스 세계거리춤축제’

등록 : 2017-10-12 14:00 수정 : 2017-10-12 17:36
서울문화재단서 여섯번째 개최

장한평역~장안동사거리 1.2㎞ 구간서

커버댄스·스윙·탱고·살사 등

각종 춤사위에 동시대 삶을 담아

스윙댄스동아리 ‘빅애플바’ 연습실

금요일 밤, 교대역 근처의 빌딩 지하실. 평범한 차림의 사람들이 하나둘 모였다. 100여명이나 됐다. 연휴를 코앞에 둔 9월의 마지막 ‘불금’이었다. 모두가 들떠 휴가지를 찾아 떠날 때, 이들은 흔들리지 않고 연습실로 왔다. 이달 14~15일에 열리는 세계거리춤축제 ‘2017 위댄스’에 참여하는 스윙댄스 동아리 ‘빅애플’ 회원들이었다. “평소엔 200명 넘게 모이죠. 원래 꾸밈없고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이 춤을 춰요.” 음악을 고르는 백선욱(40) 대표가 말했다. 곧 빠른 리듬의 스윙재즈가 쿵쿵 진동했다. 빙그르르 도는 치맛자락에 구둣발 소리가 감겼다. 웃음과 열기가 차올랐다.

200여 국내외 댄스팀 참가, 30개팀 출전


대한민국 춤 동아리 2000여개, 사교춤 인구 300만명을 웃도는 오늘날. 영화 <라라랜드>처럼 서울에서도 곧 춤으로 물든 거리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는 14~15일 동대문구 장한로 일대에서 춤 축제가 열린다. 서울문화재단이 마련한 ‘2017 위댄스 세계거리춤축제'는 200여개 춤동아리와 국내외 팀, 1000여명의 시민들이 만들고 참여한다.

축제 기간 내내 장한평역에서 장안동사거리에 이르는 1.2㎞ 구간에서 서울국제커버댄스대회와 스윙, 탱고, 살사 춤대회가 열린다. 40여개의 아트마켓과 먹거리 부스도 설치된다. 15일 오후 1시부터는 시민 춤꾼들의 ‘위댄스 어워드’가 열린다. 지난 8월 예선을 통과한 30개팀들의 본선 경연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 삶을 춤으로 만들어 경합을 벌인다.

2016 세계거리 춤축제 국악공연과 스트리트댄스 공연

경연에 참여하는 윤휘준(29)씨 팀은 사회에 막 뛰어든 신입사원들의 애환을 춤으로 표현해 예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에 나가고, 버스에 시달려 돌아오지만, 그래도 발랄한 젊음이 있죠. 또래들이 저희 춤을 보고 공감하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양민혜(18)양도 같은 반 친구들과 본선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은 자기만의 꿈이 있는데 어른들에게 억압되어 펼치지 못하는 것들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춤으로 자유를 찾아가는 과정을 친구들과 연구하고 있어요.”

2016 세계거리 춤축제 k팝 커버댄스

축제 동안 사교춤 무료 강습 행사도 열린다. 14일 메인 무대에서 전문 강사들이 스윙(오후 4~5시, 무대2), 살사(오후 2~3시, 무대1), 탱고(오후 5~6시, 무대3) 각 춤의 기본동작을 알려준다. 남녀노소 누구나 현장에서 바로 춤출 수 있도록 해주며 현장 접수도 한다.

문화공간 투어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13~14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관광버스를 타고 동대문구 장안동을 탐방한다. 1907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 사설극장인 ‘광무대’(현 동대문종합시장 주차장)와 청량리, 배봉산 입구, 용두공원 등 춤의 역사가 깃든 장소를 돈다. 지점마다 배우들이 항장무와 검무 등의 공연을 재연해 보여준다.

강연과 토크쇼도 마련됐다. 14일 오후 1시부터 경남호텔 11층 컨벤션홀에서 ‘아버지와 지루박’을 주제로 ‘지루박’(지터벅)이 한국에 정착되던 과정을 강의한다. 오후 2시부터는 스포츠댄스(스포츠 요소를 더한 사교춤) 원로 박영택 회장과 송경희 박사가 한국 사교춤 역사를 이야기한다.(문의: 02-2242-9898)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