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회식, 용산 ‘열정도 골목’ 어떠세요?
인쇄소 골목이 청년 창업 맛집거리로 재탄생
등록 : 2017-10-19 14:21
이색 식당 열어 열정으로 다부지게 운영
2년여 만에 40여개 식당·가게 번창
다양한 메뉴로 회식 1~3차 모두 해결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 야시장도 명물
하여간 수상한 골목이다. ‘용산 열정도’ 이야기다. 지난 13일의 금요일 밤, 골목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걷다가 남영역 차고지 공사장까지 가버렸다. 지게차 아저씨가 불쑥 나타나 “열정도는 저쪽이야”라며 어둠의 저편을 가리켰다. 다시 어둠을 헤쳐 열정도에 들어서니 만화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쭈꾸미 팔아 장가가자’ 날림체 간판에 나도 모르게 합장을 했다. 식당에 들어서면 청년들이 나와 고향 친구 맞듯 반겼다. 눈빛이 빛난다. 이 반짝임을 두고 청년들은 입을 모아 “바로 열정이죠”라고 답했다.
노후한 인쇄소 골목이 청년 창업 골목으로
서울 용산 인쇄소 골목(원효로1가)이 청년들의 창업거리 ‘열정도’로 재탄생한 건 3년여 전이다. 2014년 12월부터 하나둘 독특한 식당들이 자리잡더니 어느새 신흥 맛집지도를 뚝딱 그려냈다. 올해 초 한 공영방송에서 이들의 삶을 3일간 다큐 형식으로 찍어 내보냈는데,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이 자기 가게를 다부지게 운영해가는 모습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공감을 샀다. 현재 골목 사람들의 나이는 대략 삼십대 초반. 막 외식업에 발을 들인 이십대 인턴부터 사십대 중반의 키덜트(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족 사장님까지 두루 섞여 지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저녁이면 지나가는 이 하나 없어 으슥했던 골목이, 식구와 친구들이 모여 저녁 먹는 동네로 변신한 것이다. 약 300m 골목에 고기, 곱창, 주꾸미, 치킨, 커피, 아이스크림 등 메뉴도 다양한 가게가 골고루 자리잡아, 직장인들은 1차 모임부터 3차까지 해결할 수 있다. 덕분에 열정도 골목의 진가는 연말 회식 철에 빛을 발했다. 마치 광고문구 같지만, 주변 직장인들의 증언이다.
저녁 아홉시께 ‘치킨혁명’에서 빠져나오던 이상연(35)씨는 평소 출퇴근 때 삼각지역을 이용하는데, 지난해 처음 와본 열정도 골목에 빠져 ‘불금’마다 즐겨 찾는다고 했다. “처음엔 열정도라고 해서 무슨 ‘섬’이 생긴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휘황찬란한 주상복합건물 사이에 고즈넉이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 ‘섬’ 같기도 해요. 일단 맛있어서 좋아요.”
같은 시각 ‘열정도쭈꾸미’를 찾은 두 대학생은 “매운 게 당겨서 ‘야작’(야간작업)하다가 왔다”고 했다. 건너편에 있는 두유전문 디저트집 ‘두화당’에서 입가심을 한다며, ‘열정도 대표 코스요리’라고 웃었다.
열정도 골목의 에너지 넘치는 청년가게
열정도 골목의 청년 상인들은 무엇보다 목소리가 밝고 크다. 표정 또한 환하니 긍정의 에너지가 손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독특한 골목 분위기 때문에 ‘기를 얻으려고’ 온다는 손님들도 많다.
열정도 골목의 시작을 만든 청년상인 중 한 명인 김윤규(30) 대표는 “젊은 친구들이 같은 목표로 일을 하고 있는데, 사실 외식업이 육체적으로 힘든 업종이다. 기왕에 재밌게 하자고 크게 파이팅한다. 밝게 일을 하려는 의지가 전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내 가게’ 하나 꾸리는 게 꿈이었다. 집안의 가세가 기울었거나 지방에서 막 상경한 청년들은 경험과 자본금이 부족했다. 당시 용산구 원효로1가는 재개발이 중단된 후 버려진 골목이나 마찬가지였다. 청년들은 이곳에서 잠재력을 실험해보기로 했다. 4년차 접어든 지금 미디어의 조명을 받고 소기의 성과도 이뤘지만, 지난 5월에는 ‘열정’ 하나로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의 문제로 반성과 사과의 시간을 보냈다.
“장사에만 몰입하느라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등 부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현재 노무법인과 정식 계약을 하고 계약서 작성과 직원교육 등 창업 때 놓친 부분을 챙겨, 내부적으로도 단단히 다져가고 있습니다” 김 대표의 말이다.
현재 열정도에는 마흔여개의 식당과 가게가 있다. ‘열정도고깃집’과 ‘열정도쭈꾸미’ ‘치킨혁명’ 감자요리와 맥주 전문집인 ‘감자집’, 쫄깃한 꼬치안주에 사케를 곁들이는 ‘꼬치집’처럼 쾌활한 분위기로 이미 입소문 난 식당이 있다면, 곱창집 ‘곱상’, 차돌박이집 ‘차돌남’ 등은 막 문을 연 식당이다.
열정도 골목의 술집들도 저마다 담담한 간판을 올렸다. 와인은 ‘철인28호’와 ‘팔레트비’, 싱글몰트 위스키는 ‘백룸’, 수제맥주는 ‘붐박스’, 테킬라와 보드카 등 다양한 주종의 술은 ‘카페 인스테이션’ 등이 담당한다. 안주까지 1만~3만원 안팎으로 해결된다. 열정도 골목의 모든 매장은 월~토요일 자정까지 장사를 한다.
2017년 열정도 마지막 야시장 ‘핼러윈 파티’
열정도 골목의 또 다른 자랑은 야시장이다. 매달(3~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열리는 열정도 야시장 ‘공장’이 어느새 스물한번째 개장 준비에 들어갔다.
오는 28일 열정도 골목에서 열리는 야시장은 ‘핼러윈’이 주제다. 오싹하고 유쾌한 품목을 중심으로 골목 전체가 한껏 꾸며진다. 2017년 열정도에서 열리는 마지막 야시장이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버스커들이 거리를 달구고, 맥주 거품 넘치는 푸드트럭도 자리할 예정이다. 시간과 뜻이 맞는다면 호박 불빛 하나 챙겨 열정도 골목으로 떠나보시길. 꿈으로 가득 찬 청년들이 문을 활짝 열고 기다린다.
용산 ‘열정도’ 가는 길
주차 공간이 좁으므로 대중교통 이용 권장
• 지하철: 남영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
• 버스: 503, 162, 262(간선) / 1711, 7016(지선) / 용산02, 용산04(마을)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열정도고깃집
서울 용산 인쇄소 골목(원효로1가)이 청년들의 창업거리 ‘열정도’로 재탄생한 건 3년여 전이다. 2014년 12월부터 하나둘 독특한 식당들이 자리잡더니 어느새 신흥 맛집지도를 뚝딱 그려냈다. 올해 초 한 공영방송에서 이들의 삶을 3일간 다큐 형식으로 찍어 내보냈는데, ‘돈 없고 빽 없는’ 청년들이 자기 가게를 다부지게 운영해가는 모습은 동시대 젊은이들의 공감을 샀다. 현재 골목 사람들의 나이는 대략 삼십대 초반. 막 외식업에 발을 들인 이십대 인턴부터 사십대 중반의 키덜트(아이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족 사장님까지 두루 섞여 지낸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저녁이면 지나가는 이 하나 없어 으슥했던 골목이, 식구와 친구들이 모여 저녁 먹는 동네로 변신한 것이다. 약 300m 골목에 고기, 곱창, 주꾸미, 치킨, 커피, 아이스크림 등 메뉴도 다양한 가게가 골고루 자리잡아, 직장인들은 1차 모임부터 3차까지 해결할 수 있다. 덕분에 열정도 골목의 진가는 연말 회식 철에 빛을 발했다. 마치 광고문구 같지만, 주변 직장인들의 증언이다.
열정도쭈꾸미
두화당
열정도 골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