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사람과 흡사해질수록 우리는 로봇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거부감을 갖는다. 그러다가 로봇과 인간의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면 호감도는 다시 올라 인간에게 느끼는 감정으로 변하게 된다. 1970년 일본의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는 인간과 ‘흡사한’ 로봇과 인간과 ‘똑같은’ 로봇 사이에 존재하는 구간으로, 로봇에 대한 거부감이 느껴지는 영역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과 기계의 구별이 모호해지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어쩌면 지금이 인간과 기계를 구분할 수 있는 불쾌한 골짜기의 마지막 지점일지 모른다. 이런 전환의 시기에 인간다움을 생각해볼 수 있는 미디어아트 페스티벌이 열린다. 10월20일~11월5일 금천예술공장에서 열리는 ‘다빈치 크리에이티브 2017’은 앞에서 언급됐던 ‘불쾌한 골짜기’를 주제로 미디어아트 13작품을 비롯해 4개의 퍼포먼스와 콘서트, 테드 강연 등을 선보인다.
이번 축제는 전 세계 미디어아트의 현재를 체험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주목할 것으로는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지옥을 떠올릴 정도의 관객 참여 퍼포먼스 <인페르노>가 있다. 참여자는 20kg이 넘는 로봇을 어깨에 붙이고 움직임을 제어당한 채 강제로 춤을 추게 되며, 인간이 만든 로봇에게 통제당하는 악몽을 경험하게 된다. 또한 가상현실 기기인 오큘러스를 쓰면 라파엘로의 <미의 세 여신>에서 모티브를 딴 세 여자가 어깨동무를 한 채 당신의 눈앞에 나타난다. 조이스틱을 이용해 세 여자의 움직임을 조정할 수 있으며, 그녀들 사이에 개입할 수 있을 정도로 타인의 신체에 침입해보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밖에 가상에서 경험하는 탄환의 충격 등을 알려줄 <임팍트>와 로봇이 된 관객이 자신의 몸을 경험하는 <에테리얼> 등도 준비됐다. 한편, 페스티벌 현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는 음료 쿠폰, 네온팔찌, 스티커, 배지 등 선물도 푸짐하게 준다.
관람료: 무료 문의: 02-807-4800 www.sfac.or.kr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홍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