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독립 선언한 엄마·아빠들의 ‘따로 또 같이’
21일 ‘서울50+페스티벌’ 아빠·엄마학교 공동부스 운영
등록 : 2017-10-19 14:57
지난달 28일 오전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 아빠학교협동조합 강찬영(왼쪽부터)·김태영씨와 엄마학교협동조합(준) 김정은·박정옥씨가 모였다. 이들은 21일 낮 12시부터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리는 ‘2017 서울50+페스티벌’에서 공동부스를 운영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이들은 21일 낮 12시부터 저녁 8시까지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리는 ‘2017 서울50+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엄마학교협동조합(준)과 아빠학교협동조합 조합원들이었다. 100살 시대를 살아가는 50+세대(50~64살)의 특성을 이해하고 50대 이후의 삶을 바로 보기 위해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마련한 이번 행사는 50+세대의 삶과 이야기를 나누는 축제다. 1부에서는 50+세대가 직접 참여하는 합창·댄스·연주 등의 공연과 관련 정책을 사진에 담은 기획 전시가 진행된다. 2부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토크 콘서트, 가수 이은미의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김태영(50) 아빠학교협동조합 이사는 “처음에 아빠학교는 축제 때 북 콘서트를 할까 준비했는데 공사가 너무 크더라. 그런데 옆에서 엄마학교가 착착 준비하는 걸 보니까 묻어가는 게, 아니 같이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함께 준비하자고 했다. 아빠학교 조합원이 모두 12명인데 대부분 직장이 있어서 오늘은 나 혼자 왔지만, 축젯날은 모두 나오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은(56) 엄마학교협동조합(준) 이사장이 “축제 때 힘이 필요한 일이 엄청 많을 것 같은데, 안 나오면 바가지 엄청 긁을 것”이라고 말해 다들 웃었다. “그날 공연이며 먹을거리, 놀거리가 다양하게 많아서 가족 단위로 와도 좋겠다”는 김태영 이사의 말에 엄마학교 조합원들은 “아빠학교 조합원들을 남편보다 더 자주 만나는 것 같다”며 깔깔댔다. 김태영 이사는 “아빠학교와 엄마학교의 문화가 확실히 다르다. 아빠들은 회의 때 의견을 물어도 썰렁하다가 각자 업무를 배분해야 일이 진행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고 아이디어가 막 나온다”고 감탄했다. 아빠학교협동조합은 아빠로서 자신을 성찰하고, 후배 아빠들에게 가족과 사회에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는 곳이다. 시작은 3년 전 대안교육 활동가들이 모인 자리였다. ‘지금까지는 아빠로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열심히 살았는데, 아이들도 모두 졸업했으니 이제는 우리 자신을 위해 뭔가 하자’는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아빠를 위한 인문학 강좌’였다. “아빠들을 대상으로 강의 주제를 조사했는데, 관심이 가장 많았던 건 ‘아빠와 정치’였지만, 실제로 참석자가 가장 많았던 건 ‘아빠의 성’이었다”고 김태영 이사가 말하자 여자들은 “그럴 줄 알았다”며 박장대소했다. 지난해 9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등기를 마친 아빠학교협동조합은 지난 3월 50플러스 중부캠퍼스 개관과 함께 공유 공간에 입주해 자녀와 함께 떠나는 ‘아빠와 여행’ 등을 준비하고 있다. 엄마학교협동조합(준)은 ‘엄마’라는 주제로 책을 쓴 40, 50대 여성들이 뭉쳐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모임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면서 겪는 고충을 블로그에 15년 동안 써온 김정은 이사장은 지난해 2월 첫번째 엄마로서 의무를 다한 시간에 엄마를 사직하고 그 이후의 삶을 살겠다는 <엄마 난중일기>를 펴냈다. 그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박정옥(40·<엄마독립만세> 저자)씨가 김정은 이사장을 만났다. 둘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엄마들에게 적절한 사회적 관계와 성장을 돕는 단체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함께할 사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 시대 엄마들의 고민을 담은 <맘대로대>의 저자 최현경(52)씨 등 모두 6명이 뭉쳤다. 지난 5월에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공모한 `50+단체 설립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중부캠퍼스 공유 공간을 아빠학교 등과 함께 쓰고 있다.
지난 8월2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관계자들이 마포구 공덕동 서울시50플러스재단과 중부캠퍼스를 방문해 고선주 중부캠퍼스 관장(맨 왼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서울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