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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에만 있는 장애인 권익증진팀 “매년 조례 한 건씩”

강서구 장애인 권익증진 티에프

등록 : 2017-11-02 15:05
노현송 구청장 임기와 함께 구성

전문가 6명과 담당 공무원 4명

장애인 전국 최다 구 특성 살려

강서구 특수학교 진통도 주민에게

정보 제공만 제대로 하면 해결 가능

10월18일 가양레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5회 강서구 장애인 어울림 한마당’에서 강서구 장애인 권익증진 티에프(전담팀) 위원 6명이 참가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진형식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 장정아 장애인복지과 주무관, 황선영 KC대 교수, 김성기 장애인복지과장, 김정환 장애인복지과 팀장, 최다이 늘푸른나무복지관 사무국장. 강서구 제공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장애인 관련 자리에 참석할 때마다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팀이 있다. 강서구에만 있는 장애인 권익증진 티에프(TF, 전담팀)다. 지난 10월18~19일 가양동 레포츠센터에서 열린 ‘장애인 어울림 한마당’과 ‘장애인 취업박람회’에서도 노 구청장은 어김없이 전담팀을 언급하며 활동 성과도 알렸다. “2014년 7월부터 지금까지 전담팀에서는 5건의 장애인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장애인체육회 설립을 끌어냈고, 장애인복지팀이 복지과로 승격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

강서구는 등록 장애인이 2만8200여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지역이다. 구의 장애인단체, 지원조직은 2014년 자치단체장 선거 기간 동안 매니페스토 서약서를 만들어 후보자들에게 이행 서명을 받았다. 서약서는 다양한 장애인 복지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별도의 장애인 권익증진 조직을 구성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1년에 한번 모이는 기존의 장애인 민관협의회 ‘장애인복지위원회’가 실제 구정에 구체적으로 영향을 주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노 구청장의 임기 시작과 함께 전담팀이 바로 꾸려졌다. 전담팀은 모두 10명의 위원으로 이뤄졌다. 장애인복지과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지역의 장애인단체장·복지전문가·대학교수 등 6명과 담당 공무원 3명이 위원으로 참가한다. 위원들은 장애인 권익증진을 위한 조례 제정을 이끌어내고,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사업의 우선순위를 검토한다. 예산이 어느 정도 필요한지 등 여러 여건을 분석하고 중장기 사업을 살펴 의견을 모은다.

전담팀에는 위원들이 전하는 현장의 목소리를 행정과 정책에 반영한 사례들이 쌓여가고 있다. 늘푸른나무복지관 최다이 사무국장은 다양한 장애인 지원 대책을 꼽았다. “대부분의 장애인 복지정책이 지체장애 위주라, 청각·시각 등 수가 적은 장애인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다. 이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기도 어렵다. 발달장애인 보장구 확대에 견줘 청각장애인 의사소통 지원 도구에 대한 지원도 없는 게 현실이다. 전담팀에서 이런 점을 논의하면서 농아인 쉼터 조성, 기존 수화통역센터의 열악한 시설 개선, 수화 활성화 조례 제정이 이어졌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이 장애인 권익증진 티에프와 10월19일 가양레포츠센터에서 열린 ‘제1회 강서구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둘러보고 있다. 강서구 제공

전담팀은 장애인 관련 조례를 해마다 한개꼴로 만들어냈다. 누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진형식 소장은 “중증장애인 자립생활 지원 조례가 가장 의미 있고 만들기가 힘들었다”고 전한다. 다른 구에는 한두 개뿐인 민간 운영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센터가 강서구에는 여덟 개가 있다. 전담팀은 조례 초안에 대한 이들의 의견을 꼼꼼히 들었다. 이 조례는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위한 자치구 지원의 근거로서 의미가 있다. 또한 민간 자립생활센터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사업들을 조례에 밝혀 부실 운영을 막을 수 있게 됐다.

위원들끼리 때론 의견이 엇갈리기도 한다. 각자가 처한 자리에서 목소리를 전하다 보면 의견 충돌이 생기기도 한다. 이럴 땐 대개 황선영 교수(KC대 사회복지학부)가 중립적이거나 현실적인 관점으로 조율에 나선단다. 황 교수는 “얼마 전 장애인기금 조성에 대해 전담팀에서 실효성을 논의할 때 관점들이 많이 달랐다. 기금 조성의 복잡한 절차, 구의회의 관여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일반예산을 편성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위원들은 강서구 장애인 권익증진 전담팀의 가장 큰 강점으로 복지 업무 경험이 많은 공무원들이 참여하고 있음을 꼽았다. 김성기 과장과 김정환 팀장은 장애인 복지 분야에서 20년 넘게 일하고 있다. 김 팀장은 전담팀이 생길 때부터 지금까지 팀 운영을 맡고 있다. 위원들은 김 팀장의 진정성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김 팀장은 “장애인 복지 행정을 제대로 하려면 ‘장애인들과 함께한다’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전담팀 위원들이 장애인 정책 마련의 든든한 멘토가 되어준다”고 말했다.

최근 강서구의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거셌다. 교육지원과가 담당 부서라 전담팀이 관여하지는 않지만, 위원들은 “외부에 알려진 것과 달리 강서구 장애인들은 주민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라고 본다”며 “학교 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민에게 제대로 알리면 충분히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위원들은 전문팀 활동으로 민관 협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체감했다고 한다. 진 소장은 “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각계의 의견을 듣고 조정하면서 강서구에서는 장애인들의 시위 횟수가 줄었다”며 “다른 행정 영역에도 민관 협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