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화장실 ‘잠입’한 기자
등록 : 2017-11-09 14:10
지난달 31일 이른바 ‘송송커플’이 결혼했다. 아시아 스타의 결혼식인 만큼 하객들도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중국에서 온 장쯔이도 있었다. 비공개였지만 혹시나 볼 수 있을까, 결혼식장이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호텔은 만실이었고, 식장 앞도 혹시나 해서 기다리는 팬들로 붐볐다. 대규모 시상식을 방불케 했다.
팬들만큼 바쁜 이들도 있었다. 스타들의 결혼식장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취재진이다. 연예담당 기자와 연예정보 프로그램 리포터들은 스타의 결혼식날에 가장 신경이 곤두선다. ‘송송커플’처럼 비공개 결혼식이 많아 어떻게든 새로운 내용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가 중계>(KBS2) 등 연예정보 프로그램의 경우 못 들어갈 걸 알면서도 결혼식장 앞으로 돌진해 경호원한테 잡혀 끌려나오는 장면을 일부러 의도하기도 한다. 결혼식장 취재는 못 했더라도 경쟁 프로그램보다 재미있는 화면을 내보내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대부분 기자들은 단독 정보에 머리를 싸맨다. 작전은 필수다. 결혼 몇 개월 전부터 어디서 결혼하는지,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는지 등 정보를 알아내려고 발품을 판다. 몇명씩 나눠 유명 호텔 예식장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묻는다. 관계자들한테 ‘로비’를 해서 장소를 물색하기도 한다.
장소를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요즘은 대부분 비공개여서 취재진이 들어갈 수가 없다. 취재력은 철통 보안을 뚫는다. 결혼식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맞은편 호텔을 잡거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 기다리는 건 기본이다. 연예인 부부가 성당에서 결혼한다는 걸 알아낸 한 기자는 당일 새벽 그 성당에서 미사를 본 뒤 식이 시작되는 밤까지 성당 화장실에 숨어 있기도 했다. 한 여자 연예인 결혼식장에서는 고급 외제차를 타고 가 하객인 척 들어간 기자도 있다. 이도 저도 안 되면 ‘지인 찬스’를 쓴다. 연예인 부부와 아는 지인을 찾아 사정하며 동행하는 것이다. 청첩장을 들고 앞서 걸어가는 이를 뒤따라가다 확인하는 장소 앞에서 일행인 척 말을 걸며 함께 들어가는 속임수도 쓴다.
이제는 드론까지 등장했다. ‘송송커플’ 결혼식에는 아시아에서 모인 20여개 매체들까지 가세했다. 중국에서 결혼식을 생중계하자며 150억원을 제안하기도 했을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이들은 10여대의 드론을 준비해 왔고, 그중 2~3대의 드론을 불법적으로 띄웠다. 이 중 한 온라인 매체는 결혼식 장면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스엔에스)에 중계하기도 했다. 감추려는 스타와 캐내려는 취재진. 둘 다 피곤한 이 싸움을 그만 끝내면 어떨까. 그냥 결혼하게 해줍시다!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