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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천변 변화 바라는 한마음 느껴요”

인터뷰 | ‘보옴밤’ 조성경 대표

등록 : 2017-11-09 14:30 수정 : 2017-11-13 12:39
보옴밤 조성경(왼쪽) 대표와 고승현 디자이너. 보옴밤 제공

“‘보옴밤’의 정신으로 서두르지 않고 나아가려고 합니다.”

도봉구 한글문화 거리 입주작가 중 한명으로 선정돼 지난 10월 중순 문을 연 디자인 공방 ‘보옴밤’ 조성경(25) 대표의 다짐이다.

보옴밤? 많은 이들이 궁금해할 이 독특한 가게 이름은 김수영 시인의 시 ‘봄밤’에서 따온 것이다.

“시에서 김 시인은 계속 ‘서둘지 마라’를 반복합니다. 현재 청년들은 한겨울 같은 상황에서 어떻게든 봄을 맞아야겠다는 무한 강박관념에 갇힌 듯합니다. 저는 이 시가 그런 청년들에게 서둘지 않아도 봄은 올 것이라는 치유의 메시지를 던진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옴밤’은 그 ‘봄밤’의 ‘봄’을 ‘보옴’으로 늘림으로써 ‘서두르지 말자’는 뜻을 더욱 도드라지게 느끼도록 한 것이다.

조 대표와 교회 후배인 고승현(24) 디자이너가 함께 운영하는 ‘보옴밤’의 주요 상품은 도봉구와 관련된 문인들의 작품을 디자인 제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다. 현재는 우선 김수영 시인의 두편의 시, ‘봄밤’과 ‘눈’을 활용한 디자인 핸드노트를 만들어 팔고 있다. 앞으로는 문인 작품 디자인 제품뿐만 아니라, 미술관 관람, 함께 영화 보기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들도 만들어 진행할 예정이다.

도봉구가 임대료를 지원하는 기간은 앞으로 6개월. 그러나 조 대표는 결코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사업은 처음이지만, 반년이면 가게 운영에 필요한 여러 가지 일들을 몸으로 깨닫게 되는 시간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조급함을 막아주는 큰 힘이다. 방학천변 한글문화 거리 사업에는 조 대표뿐 아니라 가죽공예, 유리공예, 캐릭터 디자인, 칠보공예, 반려동물 가구 제작 등은 물론 간식용 크레이프 가게에 이르는 12명의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다.

주변의 응원도 큰 힘이 된다. “어떤 날은 방학천 주민 한분이 문을 열고 들어와 ‘이렇게 좋은 가게를 여기에 내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시기도 했다.” 조 대표는 또 “김수영 시인의 유가족들도 저작권료 없이 시를 사용하는 것을 허락해주셨다”며 “이 모두가 방학천변의 변화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조 대표를 비롯해 12명의 입주작가들이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서두르지 않고 중단 없이 한걸음씩 나아가는 사이, 방학천변에선 어느덧 ‘보옴밤’이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느끼게 될 것 같다.

글·사진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