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창경궁 춘당지 주변으로 파라솔이 펼쳐져 있고 연못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간다.
2016년 현재 4월. 1984년 궁궐 복원 사업으로 궁 안의 유락 시설들은 대부분 철거되었고 본래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서울시, 기억발전소 제공
1965년 3월10일 서울 시민들의 꽃놀이 장소였던 창경궁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 그 시절 창경궁은 대관람차와 회전놀이기구, 동물원 같은 위락 시설이 있어 분위기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당시 강원도 양양에 살던 ‘국민학교’ 5학년생 유덕배(61)씨도 케이블카가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부모님을 졸랐다. 식구들이 많아 서울 나들이는 언감생신이었다. 5년 뒤 아버지 사업으로 가족 모두가 상경하면서 유씨의 창경궁 나들이는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전차를 타고 창경궁에 도착하니 벚꽃 구경 온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는 아버지와 함께 춘당지 북쪽 언덕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갔다.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는 탑승객들은 바깥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유씨는 자신의 소원이 이뤄지는 것 같아 설레었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많았던 인파에 대기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아버지가 집에 가자고 성화를 대는 바람에 그는 눈앞에서 케이블카 타기를 포기했다. 이듬해 미국으로 떠났던 그는 1986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2년 전인 1984년 창경궁 복원사업으로 케이블카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박소진 기억발전소 기획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