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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주얼리지원센터, 신진 디자이너의 패기를 품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 ‘42콜렉션’ 공모전서 1, 2위 차지한 하문·비아름

등록 : 2017-11-23 14:36
센터 1관 옆 서순라길에 최근 개관

꽃과 탄생 결합한 탄생화 패키지로

개인 디자이너·브랜드 성장 도와

“주얼리 디자인의 가치 인정받고파”

‘42콜렉션’ 공모전에서 1, 2위를 차지한 ‘하문’의 문다이(왼쪽부터)·함희주 디자이너와 ‘비아름’의 박현경 디자이너가 지난 8일 종로구 권농동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에 모였다.

귀걸이와 목걸이가 12개씩 나란히 있으니 다 비슷비슷해 보였다. 귀걸이의 보석을 받치고 있는 부분을 자세히 보니 마치 꽃받침처럼 생겼는데, 12개의 모양이 다 달랐다. 목걸이도 전부 꽃 모양이지만 동그라미, 네모, 타원형 등 다양했다. 지난 8일 종로구 권농동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 ‘스페이스42’에서는 주얼리 디자이너 세 명이 “와, 예쁘다”며 귀걸이와 목걸이를 구경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디자인한 제품이지만, 실제 제품은 처음 본다고 했다.

지난 6월 종묘 서쪽 담장 옆 서순라길에 문을 연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은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전시·판매 공간이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는 서울시가 도심형 고부가가치 산업인 주얼리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운 컨트롤타워(지휘부)다. 종로에 전국 주얼리산업 종사자의 20%가 밀집해 있다. 2015년 7월 종묘 서쪽 담장 옆 서순라길에 주얼리 종합지원센터인 1관이 먼저 문을 열었고, 50m 떨어진 곳에 신진 디자이너를 위한 전시·판매 공간인 2관이 올해 6월 생겼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 2관은 공개모집으로 선발한 27팀의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주얼리와 꽃’을 모티브로 ‘42콜렉션’ 공모전을 지난 7월 열었다. 1월은 라넌큘러스(꽃말: 매력·매혹), 2월은 튤립(꽃말: 사랑의 고백), 3월은 벚꽃(꽃말: 순결, 절세미인) 등 달마다 탄생화를 정하고 주얼리와 꽃을 묶어서 패키지 상품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었다. 공모전 결과, ‘하문’의 함희주(29)·문다이(31) 디자이너와 ‘비아름’의 박현경(32) 디자이너가 1, 2위를 차지했다. 박 디자이너는 “탄생석이나 별자리를 이용한 주얼리 제품은 많이 봤지만, 탄생화는 처음인 것 같다. 꽃과 탄생 모두 주얼리에서 흔한 주제인데, 둘을 결합한 아이디어가 신선했다”고 말했다. 문 디자이너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탄생화를 선물하며 ‘나는 너를 지탱하고, 응원한다’는 의미를 전하도록 귀걸이의 보석 아래를 꽃받침으로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하문과 비아름이 디자인한 탄생화 주얼리. 보석을 받치는 부분을 꽃받침으로 디자인해 ‘나는 너를 지탱하고 응원한다’는 뜻을 담았다.

2010년 일본의 주얼리 전문학교에서 처음 만난 함·문 디자이너는 2014년 서울시 청년창업지원을 받아 ‘하문’을 창업했다. 이듬해 일본에서 전시회를 여는 등 외국으로도 진출해 현재 일본, 중국, 홍콩 등의 편집매장에 입점해 있다. 문 디자이너는 “국내 시장은 대기업이나 외국 명품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개인 디자이너들이 뚫기 힘들다. 반면 일본에서는 개인이 창업해도 백화점 편집매장에 입점하거나 전시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까지 미국 대학과 대학원에서 주얼리를 전공한 박 디자이너는 “한국의 주얼리 브랜드들이 유럽풍으로 홍보해 외국 브랜드로 오해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외국 명품 브랜드 제품의 국내 시장 잠식과 디자인·브랜드 약화에 따른 국내 주얼리산업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의 2014년 자료를 보면, 국내에 진출한 11개 수입 브랜드의 매장 수는 106개로 2010년과 견줘 34.2%가 늘어났다. 매출액은 모두 4461억원으로 2010년보다 60.6% 늘었다.

“한국 브랜드는 촌스럽게 여기고 외국 명품만 선호하는 경향이 싫어서” ‘비아름’ 브랜드에 ‘서울’이라고 명시하고, 제품에도 한글을 새기고 있는 박 디자이너는 주얼리 제품을 사는 고객의 성향 차이도 크다고 했다. “미국에서는 결혼식에서 결혼반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보다 훨씬 커요. 그런데도 명품 브랜드보다 작은 주얼리 가게에서 나만을 위한 특별한 디자인 제품을 사는 걸 좋아하거든요. 한국 사람들은 백화점에 가서 명품 브랜드 매장에서 가장 비싼 제품을 찾는데, 다른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걸 따라가는 성향이 강한 것 같아요.”

함 디자이너도 “일본 손님들은 브랜드보다 디자인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고, ‘18K 몇 돈이에요?’라고 묻는 게 아니라 금이 안 들어가더라도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그 가치를 인정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얼리 제품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서울주얼리지원센터의 역할도 기대했다. “한국에도 개인 주얼리 브랜드가 많은데,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장소가 너무 없어요. 서울주얼리지원센터에 개인 브랜드가 모이면 대중에게 알릴 기회가 될 것 같아요. 이런 장소가 더 많이 생겨 주얼리 인식이 바뀌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주얼리지원센터에 제품이 입점한 뒤 매출이 크게 늘지는 않았지만, 공공기관에 입점한 효과를 조금씩 느끼고 있다. 함 디자이너는 “서울주얼리지원센터의 온라인 쇼핑몰을 보고 연락하는 스타일리스트와 외국 바이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 싱가포르, 홍콩, 유럽 등 외국 온라인 매장에서만 주얼리를 팔고 국내에서는 팔지 않았던 박 디자이너는 “외국 고객이 한국에 관광하러 오면서 ‘어느 매장에서 제품을 볼 수 있느냐’고 묻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었는데,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종묘 옆에 입점해 다행”이라고 했다.

글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