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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급식판에 오른 홍성 무농약 사과
서울시 ‘도농상생 공공급식’ 현장 “공장 아닌 농장…유통 아닌 교류를”
등록 : 2017-11-30 14:51
지난 11월14일 충남 홍성군 장곡면 ‘젊은협업농장’ 정민철 이사(가운데)의 너스레에 노원구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서울시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12월부터 노원구-홍성군 등 5개 지역으로 확대했다.
홍성유기농영농조합법인은 가장 크고 좋은 채소(오른쪽)를 학교 급식에, 그다음 좋은 채소를 마트에 납품하고 있다. 한 조합원이 도전 3년 만에 재배에 성공한 무농약 사과(왼쪽)는 작고 볼품없지만, 맛은 일품이다.
그러나 김경숙 홍성군 주무관은 “무농약 사과가 지난주부터 학교급식에 들어가기 시작했는데, 겉에 까만 점도 있고 보잘것없다며 항의가 들어와 생산자가 엄청 낙담했다. 노원구와의 ‘도농상생 공동급식’이 시작된다는 소식에 한줄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진 대표는 “홍성은 1958년부터 농업학교인 풀무학교를 졸업한 분들이 유기농업을 꾸준히 하면서 유일하게 민간 주도로 지정된 ‘유기농업 특구’다. 또 귀농 인구가 가장 많은 곳 중 하나로 지금도 30, 40대 젊은 분들이 계속 귀농하고 있다. 농가의 63%가 60살 이하라 우리 조합은 30년 이상 망하지 않을 것 같다”며 웃었다. 배옥병 서울시 먹거리정책자문관은 “한국에서 유기농업을 가장 앞장서서 해온 홍성군은 지역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시스템도 가장 모범적”이라며 “그런 곳과 일대일로 맺어진 노원구는 복 받은 지역”이라고 말했다. “귀농하고 싶은데, 빈집 좀 알아봐주세요.” 월계2동 아가랑어린이집 조선희(56) 원장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김율배 홍성군 급식지원팀장이 “그러면 서울 아이들은 누가 지키냐”며 농담으로 받았지만, 조 원장은 진지했다. “퇴직 후 남편과 함께 귀농할 계획이라 오늘 유심히 살펴봤는데 홍성이 참 좋네요. 특히 농장에서 만난 젊은 친구들이 건전한 생각을 하고 있어 미래가 밝고 응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가격이야 조금 비싸긴 하겠지만, 아이들의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이고 싶고, 도농상생의 가치도 느끼지만 보육료는 계속 동결되고 친환경 농산물 단가는 비싸 현실적인 부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며 주저하는 원장들도 많았다. 이에 대해 배옥병 자문관은 “어린이집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서울시는 한끼 식비마다 차액 500원씩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며 “급식을 하는 일선 학교들을 보면, 제일 크고 상태 좋은 것만 찾으면서 가격은 비싸다고 한다. 사실 유기농을 하면 벌레 먹은 배춧잎, 울퉁불퉁한 호박처럼 다양한 크기와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번에 유기농을 공부한 원장님들은 크지 않은 농산물도 살 테니 가격 부담을 조금 덜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미숙 노원구 교육복지국장은 “오늘 같이 온 원장님들은 못난이 과일이 오더라도 믿고 쓸 것 같다. 이런 구매가 확산되면 도농상생과 먹거리 안전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국공립 어린이집연합회 강점연 회장(합동마을어린이집 원장)은 “홍성에 오기 전에는 ‘지금도 급식 잘하고 있는데, 왜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새로 하라는 건지'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와서 보니 이해가 되고,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의미를 깨닫고 간다”고 말했다. 정민철 이사는 ‘도농상생 공공급식’을 “농산물을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을 연결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노원구도 마을 만들기에 열심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농산물을 유통하자’가 아니라 ‘마을을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것을 나누자’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어떨까요? 노원구 청년들이 여기 와서 배우고, 우리 청년들도 노원구로 배우러 가는 그 길에 농산물도 함께 오갔으면 좋겠습니다.” 홍성/글·사진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