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고사성어

잊지 말고 조장도 말 것

물망물조(勿忘勿助) 말 물, 잊을 망, 도울 조

등록 : 2017-12-14 14:16
“마음에 잊지도 말고(心勿忘) 조장해서도 안 된다(勿助長)”는 말에서 나왔다. <맹자> ‘공손추장구 상’에 있다.

중국 춘추시대 송나라에 성격이 급한 농부가 있었다. 그는 이른 봄부터 밭에 나와 부지런히 씨를 뿌리며 한 해 농사가 잘되기를 소원했다. 그런데 매일같이 밭에 나와 살펴봐도 곡식 싹이 잘 자라는 것 같지 않았다. 농부는 안타까운 나머지 싹이 빨리 자라도록 돕고 싶어 싹 한 포기를 잡아당겼다. 싹의 키가 확실히 커 보였다. 이윽고 밭의 모든 싹을 다 잡아당기고는 집에 돌아와 가족들에게 자랑스레 말했다. “오늘 내가 곡식이 잘 자라도록 도와주느라 너무 피곤하다.” 놀란 아들이 날이 밝자마자 밭으로 뛰어가 보니 밭의 싹이 모두 시들거나 말라비틀어져 있었다.

빨리 자라도록 도와준다며 싹을 잡아 뽑는 어리석은 농부의 이 이야기에서 ‘알묘조장’(苗助長) 또는 ‘발묘조장’(拔苗助長)이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더 심해지도록 부추긴다’는 뜻의 ‘조장’(助長)이란 단어도 여기서 유래했다.

맹자는 호연지기(浩然之氣) 기르는 법을 설명하면서 이 알묘조장의 고사를 예로 들며 “마음에 잊지도 말고(心勿忘), 그렇다고 억지로 조장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勿助長)”고 가르친다. “세상에 싹이 잘 자라기를 바라지 않는 농부는 드물다. 그렇다고 유익함이 없다고 해서 그냥 (싹을) 내버려두면 김을 매지 않는 것이나 다름없고, 잘 자라도록 돕는다며 싹을 뽑는 것은 유익함도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싹을) 해치는 일이다.”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본래 목표를 버려서도 안 되고, 빨리 결과를 보려고 성급하게 굴거나 무리수를 둬 목표 자체를 해치는 일은 더더욱 안 된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일이란 없다. 스스로 노력하되 서두르지 않고 인내를 가지고 순리를 좇는 자세가 중요하다. 극단을 지양하고 중용의 도리를 견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목표에 가장 가깝게 이르는 길이다.

<중용>에 ‘연비어약’(鳶飛魚躍)이란 말이 나온다. “솔개가 하늘을 날고, 물고기가 연못에서 뛰어오른다”는 <시경>의 구절이다. 세상 만물이 자연법칙을 따라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천도라는 중용의 가르침이다.

물망물조의 지혜로 연비어약의 이상을 그리는 것, 정치의 요체라고도 할 수 있다. ‘촛불’의 2017년이 저물고 있다. 집권 2년차가 되는 2018년에도 문재인 정부가 ‘물망물조’의 자세로 민의를 수렴해주기를 바란다.


이인우 선임기자 iwl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