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지방분권 실현 위해 1000만 서명운동 펼칠 것”
이해식 지방분권개헌 서울회의 상임대표·강동구청장
등록 : 2017-12-14 14:48
서울회의, 1987년 국민운동처럼 시행
주민자치국임을 헌법에 명시하고
입법·조직·재정·행정권 보장 명시
지방분권, 단체장이 아니라
주민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
지방세 비중 늘어나 자치 촉진
지방분권 개헌, 주민주권 회복운동
정부 형태(권력 구조)에 대한 여야의 이견으로 개헌 논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반면 여야 합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는 지방분권 개헌 추진을 요구하는 아래로부터의 움직임이 활발히 일고 있다. 지난 11월27일 오전 국회에서 지방분권개헌 서울회의(서울회의) 발대식을 연 서울구청장협의회장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지방의 자주적·창의적 역량을 키워 국가 경쟁력을 향상하고 균형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며 “저출산·고령화·저성장 등 거시적 변화에 대비하는 국가 발전 전략을 위해서도 지방분권 개헌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회의는 올해 2월 결성된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국민회의)의 산하 조직이다. 국민회의에는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등 지방 3대 협의체와 지역 언론·전문가 단체 등 9곳이 참여했다. 지난 11월7일 서울구청장협의회 회의에서 개헌에 힘을 보태려는 주민들과 함께 자치구 지역회의를 꾸리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자치구 지역회의의 연계망으로 서울회의가 만들어졌다. 서울회의 상임대표인 이 구청장은 12월8일 출범한 전국자치분권개헌 추진본부(전국추진본부)의 공동대표도 맡았다. 이날 추진본부의 국회 출범식에 참석한 이 구청장에게서 지방분권 개헌의 의미와 내용에 대해 들어봤다.
지방분권 개헌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는?
“우선 정치적 의미가 크다. 지방분권 개헌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지난 대선 때 5개당 후보가 모두 동의하고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와 협약서에 서명도 했다. 대선 후보 모두가 동의한 이유가 무얼까? 지금의 중앙집권적 정치 구조가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강동구청장으로 3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다. 구청장 재임 동안 현재의 중앙집권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실감해왔다. 저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는 국가의 획일적인 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다. 저성장, 4차 산업혁명과 같은 문제들도 지방의 창의적 역량을 살려줘야 해결할 수 있다. ”
지방분권과 자치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여전히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의 자질, 역량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산 낭비, 권한 남용 등의 문제 제기도 있다. 그러나 지방자치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 일부를 확대해 해석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이것이 지방자치 강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지방분권 개헌을 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에게 권한을 더 주는 것으로 오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진정한 자치와 분권은 주민에게 힘을 주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다. 지방자치의 강화는 주권자인 주민에게 권한을 더 주는 것이다. 개헌으로 주민소환제, 주민투표제, 주민발의제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지방분권개헌) 국민회의에서 내놓은 개헌안의 주요 내용은?
“지방분권 개헌에 담아야 할 내용의 첫째는 헌법 제1조 3항에 지방분권 국가임을 명시하는 것이다. 주민자치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명시하고 지방정부의 종류를 규정한다. 자치입법권과 조직권, 재정권, 행정권 보장을 명시한다.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등 직접민주주의 도입,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발안제 도입도 포함돼 있다. 지방자치와 분권 강화를 위해 지방 4대 협의체가 참여하는 중앙과 지방 협력회의도 주요 내용 중 하나다.”
자치입법권에 명시하려는 내용은?
“자치의회가 헌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주민의 자치권 실현을 위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무에 관해 자치법률을 제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았다. 현재는 법령의 범위 내로 명시돼 있는데, 법률·시행령·고시·예규·심지어 부처 업무 편람 등의 행정 행위 가이드라인도 포함된다. 감사원 감사 때도 기준이 된다. 지자체의 행정이 중앙에 완전히 종속되어 있어 지방 공무원들은 거의 꼼짝을 못한다. 현재 7만 건의 조례가 있지만 대부분 주민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
자치재정권에는 어떤 내용을 담았나?
“자치재정권은 자주 재원을 늘려주는 것이다. 기초자치세와 광역자치세의 세율과 징수 방법은 자치의회가 조례와 같은 자치법률로 정할 수 있어야 하고(자치조세권), 국가가 지방정부에 사무를 위임할 때 위임에 드는 비용은 국가가 부담하도록 해야 한다(자치제정권 배분). 이를 통해 현재 8 대 2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중에서 자연스럽게 지방세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인구 부족으로 세수 확보가 어려운 일부 지자체들의 우려와 반대 목소리가 있다. 이런 부분은 지방재정조정제도로 보완해야 한다. ”
서울회의의 앞으로 활동 계획은?
“전국자치분권개헌추진운동본부에서 1000만명 서명운동을 펼치기로 결의했다. 주민운동 차원으로 끌어내려고 한다. 1987년 개헌 때 국민운동처럼, 각 지역 단위의 회의 조직들 중심으로 할 것이다. 여기에 서울회의도 적극 참여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책자, 팟캐스트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내용도 알린다. 전자서명 사이트를 만들어 주민들이 손쉽게 참여하게 하고, 지자체의 누리집에도 연계하려 한다. 버스킹과 같은 오프라인 서명운동을 진행해 젊은층의 관심을 높이려 한다.”
주민운동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 모두 국민이자 주민이다. 국민이 아닌 주민은 있지만, 주민이 아닌 국민은 없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이다. 자치는 주민이 민주주의 권리를 공동체 주인으로서 행사하는 것이다. 촛불로 불의한 권력을 끌어내린 것은 국민으로서의 주권 행사다. 지방분권 개헌운동은 주민주권 회복운동이다. 공동체 안에 거주하는 주민의 주권자로서의 실천이다. 새로운 사회를 위한 운동으로 인식해 꼭 동참했으면 한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방분권개헌 서울회의 상임대표인 이해식 강동구청장은 지방분권 개헌운동이 주권자로서 주민의 실천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한다. 강동구 제공
지난 11월27일 오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방분권개헌서울회의 출범식 & 토크콘서트‘에서 이해식 강동구청장(가운데)과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지방분권개헌서울회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