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타고 1분, 500m 상공의 또 다른 서울

롯데월드타워 123층 전망대… 송년·신년맞이 핫플레이스

등록 : 2017-12-21 14:54
개장 8개월간 120만명 전망대 구경

360도 펼쳐지는 아파트 군락 장관

서울 주요 관광코스로 정착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눈길

서울스카이 전망대

서울 송파구 ‘스카이라인’이 새롭게 그려진 건 지난 4월이다. 123층(전체 높이 555m) 높이의 롯데월드타워가 개장해 서울에 세계에서 세번째로 높은 도시 전망대가 솟았다. 전 세계 초고층타워 ‘건설기’는 바람을 지배하는 일과도 통한다. 그래서일까? 롯데월드타워는 건설 허가가 떨어진 날로부터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개장 8개월째인 지난 15일 금요일 오후. 전망대에 올라 서울 유람에 나선 시민들을 만나보았다.

롯데월드 타워.

전망대가 보여준 서울 아파트 전경


1분.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에서 123층까지, 500m를 오르는 데 걸린 시간이다. 사면에서 영상을 쏘는 ‘더블데크 엘리베이터 스카이셔틀’ 문이 열리면, 서울 전경이 유리 병풍 속으로 예고 없이 펼쳐진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순간, 공연은 시작된 셈이다.

타워 123층 전망대(500m)에서 바라본 오후 다섯시의 도시는 북한산과 남산타워, 그 밖의 옥상에서 바라본 서울과 또 다르다. 사람 정수리 모양이다. 가르마 같은 한강을 사이에 두고 모근 같은 아파트가 수십만 채 빼곡하다. 굽이치는 한강 지류를 따라 도시 욕망연대기가 흐른다. 가까이에 송파, 서초, 강남의 네모진 도시구획이, 도톰한 몽촌토성이, 저 멀리 남한산성도 어렴풋하다. 옆에 앉은 이들은 서른셋 동갑내기 신혼부부라고 했다. 남자의 말이 귓가에 감겼다. “저렇게 집이 많은데, 우리 집 한 채가 없네!” 웃음 터진 여자가 손가락을 세워 ‘쉿!’ 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가게

금요일, 지상 위 500m의 사정

쉿! 이 말은 어쩌면 타워 자체의 상징 같다. 손가락을 세운 듯 우뚝 들어선 초고층빌딩이 도시 일대를 압도한 모습. 멀리서 본 롯데월드타워의 형상이기 때문이다. 롯데월드타워 누적 방문객 수는 11월 기준 1억7000명, 그중 서울스카이(전망대) 방문객 수는 120만명으로 집계됐다. 주말에는 평균 8000명의 관람객이 전망대에 오르고 있다.

저녁 6시. 삼사십대 직장인들은 연말 부서회식차 전망대를 찾았다고 했다. “서울 야경 구경하다가 레스토랑에서 밥 먹고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보기로 했는데, 야경이 반짝반짝 진짜 예쁘네요. 역시 한국인들은 야근을 많이 하는구나 생각했죠.” 장아무개 팀장의 소감이다.

롯데월드타워 광장에는 800만개 조명으로 밝힌 초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설치됐다.

베를린 공영방송사에서 한국 출장길에 들렀다는 프로듀서 클란의 심정도 비슷하다. 그이는 외투를 벗어 유리창 반사광을 가리는 데 한창이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한국을 주제로 ‘서울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어요. 서울의 일몰과 야경을 찍으려고 하다가 계속 실패했거든요. 함께 온 동료는 한국·일본 특파원인데, 저 친구가 이곳으로 오라고 일러주더라고요.”

저녁 7시. 주부 박재영(48)씨는 동창 여섯과 광진구에서, 20대 자매는 엄마와 함께 “추억을 만들려고” 성북구에서 왔다고 했다. 그 밖에도 서울에서 가장 높이 올라온 이들은 각자의 흥분과 특별한 사정을 주저 없이 펼쳤다.

롯데월드몰의 ‘반고흐카페‘는 반 고흐 뮤지엄(Van Gogh Museum)의 글로벌 프로젝트다.

소비·문화·여행을 위한 작은 마을

롯데월드타워는 현재 관광업계가 주목한 2017년 여행 트렌드, ‘몰링’(복합 쇼핑몰에서 쇼핑과 여가까지 즐기는 소비 형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타워의 전망대는 117층부터 123층까지다. 미리 알리지 않은 200㎜ 구경 이상의 망원렌즈나 위험 물질을 갖지 않았다면, 사전 예약과 현장 구매로 검색대를 통과한 뒤 고층에 오를 수 있다. 층마다 스카이데크,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123층의 레스토랑은 서울을 사방에 두르고 음료와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연인들에게 인기다.

롯데월드타워 2018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쇼 시뮬레이션.

1층부터 12층까지는 금융센터·메디컬센터·갤러리 등이, 14층부터 38층까지는 다국적 기업의 오피스 공간이 있다. 42층부터 71층은 업무·주거시설, 101층까지는 초고층 호텔 ‘시그니엘 서울’, 114층까지 7개 층은 대형 오피스 시설이 차곡차곡 자리잡았다.

타워 단지 전체 연면적은 축구 경기장 115개를 합친 크기다. 전망대에서 만난 직장인 회식팀이 이곳에서 ‘몰링’을 할 정도로, 롯데월드타워와 몰, 아쿠아리움, 시네마, 콘서트홀, 갤러리 등을 합치면 멀리 떠나지 않고도 하루 꽉 채워 흥겹게 놀 수 있다.

글·사진 전현주 객원기자 fingerwhale@gmail.com

사진 롯데물산 제공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