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구로공단 추억여행 가이드 “더 자주, 더 오래 했으면…”
구로 1호 마을해설사 천경희씨
등록 : 2017-12-21 15:34
2013년 첫 마을해설사 양성과정 수료
마을여행 74회 중 30여회 안내 담당
구로의 역동적 발전상 설명
해설 준비 꼼꼼, 항상 달려갈 준비
“여러분은 지금 우리나라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담고 있는 곳으로 가고 있어요. 예전엔 구로공단, 지금은 지밸리라 하지요. 국가산업단지 1호인 구로공단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일군 역사적인 곳이에요.” 지난 8일 오전 구로구 마을해설사 천경희(58)씨가 ‘구로 속 마을여행’(구로 마을여행) 참가자들에게 안내를 시작한다. 구로구청에서 키콕스(한국산업단지공단) 벤처센터로 가는 차 안에서 지금의 지밸리가 있기까지 과정을 10여분간 설명했다. 이날 구로구의 중학생 25명과 고등학생 3명이 참가했다.
‘추억과 희망의 구로공단 여행’(구로공단 여행)은 2013년 시작됐다. 구로구는 올해 들어 구로공단 여행을 지역의 다른 역사적 장소까지 더해 구로 마을여행으로 프로그램을 확장했다. 마을여행은 마을해설사가 참가자들과 함께 걸으며 각각의 장소에 얽힌 역사적 사건, 추억 등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설명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천씨는 구로구의 1기 마을해설사다. 구로구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마을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간 147명이 수강했고 102명이 수료했다. 이 중 면접시험을 거쳐 22명이 마을해설사로 뽑혔다. 2013년 첫해엔 필기와 면접 시험을 거쳐 3명이 해설사로 위촉되었다. 그 가운데 한명이 천씨다.
전업주부였던 그가 사회활동을 시작한 것은 막내가 대학에 들어간 2010년부터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박물관 등을 많이 다녔어요. 역사문화체험 활동이 재밌고 좋아서 그 분야 강사로 나섰죠.” 2013년 우연히 구청 소식지를 읽다 마을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참가했다. 그사이 주민자치회 활동도 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일에 부지런히 다녔다. 구로 마을여행은 날씨가 좋은 9~11월에 주로 한다. 지난 5년 동안 74회 열렸고 800여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천씨는 30여회 안내를 맡았다. 그가 마을여행 안내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구로 지역의 청소년, 중·장년층 주민들이 많다. 공무원들도 마을여행에 참가한다. 구로구 자매도시인 충북 괴산 지역의 초등생들도 있고, 다른 지역 60~70대들이 추억여행을 오기도 한다. “60대 풍문여중 동창생 8명이 오셔서 당시 구로공단의 첫 수출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태극기 흔들던 추억을 나누기도 했어요.” 마을여행 안내를 하다보면 곤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한다. “옛 구로공단의 노동문제 얘기에 정치색을 입히는 어르신들도 있어 조심스럽죠.” 그래도 대부분의 참가자는 구로를 좀더 알게 되었다고 고마워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얼마 전 마을여행에 참여했던 구로주민 임다영(26)씨가 그에게 감사인사를 문자로 보냈다. “구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마을여행에서 구로가 역동적으로 변해왔고 그 속에 많은 사람의 애환이 담겨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친절한 설명에 고맙다고 했어요.” 천씨는 해설을 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주변에선 구로에 오래 살았고 역사나 문화에 관심도 많아 해설사 일이 쉽겠다고 하지만, 전 늘 부족한 것 같아 준비를 많이 해요.” 그가 만든 50쪽 분량의 자료집은 해마다 보완한 내용이 덧대어 있다. 사진도 천씨가 가서 찍고, 인터넷 정보나 도록 등도 활용하며 지역의 관련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수시로 자료 수집을 한다. 2014년 구로공단 50주년 행사 때 공개된 사진을 활용해 연도별 지역 변화 모습도 정리해놓았다. 안내 전날에는 미리 현장 답사를 해서 동선이나 전시물 변동도 꼭 확인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그는 구로의 으뜸 해설사로 평가받는다. 마을여행에 두어 번 참가한 이성 구로구청장은 천씨를 만날 때면 “재미있는 마을해설사님”이라고 부른다. 마을여행을 담당하는 문화관광과 김윤자 팀장은 “체험강사 경험도 있고, 열정을 담아 해설해서 올해 마을해설사 심화 교육엔 현장코스 강사로 초빙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을해설사로서 천씨의 오래된 바람이 있다. 산업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구로공단의 발자취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 이 구청장도 산업박물관 건립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단으로 구로공단은 역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평소에도 늘 구로공단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산업박물관은 구로구 정수장 위치에 2019년에 들어설 예정이다. 천씨는 마을해설사 활동을 하면서 구로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마을 해설을 더 자주, 더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갑작스럽게 마을여행 일정이 생기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갑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8일 키콕스(한국산업단지공단) 벤처센터 앞에서 구로구 마을해설사 천경희씨가 참가자들에게 ‘수출의 여인상’ 복원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전업주부였던 그가 사회활동을 시작한 것은 막내가 대학에 들어간 2010년부터였다. “아이 둘을 키우며 박물관 등을 많이 다녔어요. 역사문화체험 활동이 재밌고 좋아서 그 분야 강사로 나섰죠.” 2013년 우연히 구청 소식지를 읽다 마을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알게 되어 참가했다. 그사이 주민자치회 활동도 하면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일에 부지런히 다녔다. 구로 마을여행은 날씨가 좋은 9~11월에 주로 한다. 지난 5년 동안 74회 열렸고 800여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천씨는 30여회 안내를 맡았다. 그가 마을여행 안내를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구로 지역의 청소년, 중·장년층 주민들이 많다. 공무원들도 마을여행에 참가한다. 구로구 자매도시인 충북 괴산 지역의 초등생들도 있고, 다른 지역 60~70대들이 추억여행을 오기도 한다. “60대 풍문여중 동창생 8명이 오셔서 당시 구로공단의 첫 수출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태극기 흔들던 추억을 나누기도 했어요.” 마을여행 안내를 하다보면 곤혹스러운 일을 겪기도 한다. “옛 구로공단의 노동문제 얘기에 정치색을 입히는 어르신들도 있어 조심스럽죠.” 그래도 대부분의 참가자는 구로를 좀더 알게 되었다고 고마워해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얼마 전 마을여행에 참여했던 구로주민 임다영(26)씨가 그에게 감사인사를 문자로 보냈다. “구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마을여행에서 구로가 역동적으로 변해왔고 그 속에 많은 사람의 애환이 담겨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며, 친절한 설명에 고맙다고 했어요.” 천씨는 해설을 잘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한다. “주변에선 구로에 오래 살았고 역사나 문화에 관심도 많아 해설사 일이 쉽겠다고 하지만, 전 늘 부족한 것 같아 준비를 많이 해요.” 그가 만든 50쪽 분량의 자료집은 해마다 보완한 내용이 덧대어 있다. 사진도 천씨가 가서 찍고, 인터넷 정보나 도록 등도 활용하며 지역의 관련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해 수시로 자료 수집을 한다. 2014년 구로공단 50주년 행사 때 공개된 사진을 활용해 연도별 지역 변화 모습도 정리해놓았다. 안내 전날에는 미리 현장 답사를 해서 동선이나 전시물 변동도 꼭 확인한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그는 구로의 으뜸 해설사로 평가받는다. 마을여행에 두어 번 참가한 이성 구로구청장은 천씨를 만날 때면 “재미있는 마을해설사님”이라고 부른다. 마을여행을 담당하는 문화관광과 김윤자 팀장은 “체험강사 경험도 있고, 열정을 담아 해설해서 올해 마을해설사 심화 교육엔 현장코스 강사로 초빙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을해설사로서 천씨의 오래된 바람이 있다. 산업박물관을 짓는 것이다. “구로공단의 발자취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곳이 꼭 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 이 구청장도 산업박물관 건립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공단으로 구로공단은 역사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평소에도 늘 구로공단 전체가 박물관이라고 말한다. 산업박물관은 구로구 정수장 위치에 2019년에 들어설 예정이다. 천씨는 마을해설사 활동을 하면서 구로에 대한 애정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마을 해설을 더 자주, 더 오래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갑작스럽게 마을여행 일정이 생기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갑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