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이 조례
445명 ‘절주 리더’ 양성…교육효과 커
광진구 ‘건전음주문화 환경조성·지원 조례’
등록 : 2017-12-21 15:49 수정 : 2017-12-21 16:03
밤에는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활동
아차산은 금주·금연 청정공원 지정
구청 직원 전원 음주사고 방지교육
광진구, 절주 사업으로 장관상 받아
지난 14일 오전 광진구 광장동 광장중학교 체육관에서는 커다란 고글을 쓴 3학년 학생이 비틀거리며 걷고 있었다. 1자로 서 있는 고깔들을 비켜 가지 못하고 허둥대는 친구를 본 학생들은 깔깔깔 웃으며 재미있어했다. 혹시나 넘어질까봐 학생 옆에서 따라가던 송미경(44)씨가 “어땠어?” 물어보니 고글을 벗은 학생은 “이상해요. 내 맘대로 안 돼요”라고 답했다. 한쪽에서는 남경순(45)씨가 학생들에게 ‘음주 고글’을 설명하고 있었다. “술을 마셨을 때 몸 상태를 가상으로 체험해보는 거예요. 4단계 고글을 쓰면 소주 2병 이상 마신 만취 상태를 느낄 수 있는데, 집에 제대로 갈 수 있을까요? 땅이 저절로 위로 올라오고, 전봇대가 나랑 친구 하자고 하는지 느껴보세요.”
이 재미난 일은 광진구가 성장기 청소년에게 올바른 건강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직접 학교로 찾아가는 ‘청소년 이동 건강체험·홍보관’ 행사였다. 절주 영양·비만 금연 가공식품 바로 알기 식중독 예방 등 5개 분야로 나눠 하는데, 절주 분야는 음주 상황을 가상한 고글을 쓰고 단계별 가상음주 체험을 했다. 보건소 간호사, 영양사, 운동사, 상담사 등으로 구성된 건강전문가들이 지도하는 다른 분야와 달리 절주 교육을 맡은 송씨와 남씨는 자원봉사자인 ‘절주 리더’였다.
광진구는 기존 보건소 위주의 절주 사업을 구민이 주도할 수 있도록 절주 리더를 길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중·고등학교, 대학교, 학부모, 일반 주민, 사업장 등 생애주기와 생활 터별로 445명의 절주 리더가 나왔다. 지난달 전문교육을 받고 이날 처음 교육에 나선 송씨는 “고글을 쓰고도 잘 걷는 아이에게 농담 삼아 ‘술 좀 마셔봤나봐’ 했더니 ‘소주 두 병까지 마셔봤다’고 답해 깜짝 놀랐다. 우리 딸도 중 3인데 가끔 술에 호기심을 보여 남편이 교육 삼아 조금씩 줄 때가 있다. 고글 체험을 아이들이 재미로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자신이 몸을 통제할 수 없는 경험을 한다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겪어보고 절주와 금주를 할 수 있게끔 유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진구민의 자발적 절주·금주 노력은 2009년 11월 ‘광진구 건전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서 비롯됐다. 이 조례는 책임지는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절주 관련 자원봉사자(단체)를 지원 민간단체나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는 음주예방과 절주 교육을 지원 주민의 절주(음주예방) 교육·홍보관 설치·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공원이나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장소는 음주 청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에는 구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아차산을 금연·금주 청정공원으로 지정했다. 지역사회에 건강하고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절주 리더 중 일부는 지난해 3월부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으로도 활동한다.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2명과 담당 공무원이 한 조를 이뤄 한달에 한번씩 주류 판매업소에 가서 청소년 불법 주류 판매를 여부 감시·홍보한다. 사단법인 청소년육성회 광진지부 회원으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인 송씨는 “같은 주민의 입장에서 업주에게 청소년 음주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고, ‘우리 가게는 19살 미만 청소년에 술을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스티커도 가게에 붙이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광진구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관하는 ‘2017년 지역사회 절주 사업 우수사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08년 25.2%이었던 고위험 음주율이 2015년 16.3%로 35.3%나 줄어들어 서울시 1위, 전국 5위를 기록했다. 또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과 음주 폐해 경험률도 많이 줄어 사업수행 충실성과 효과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진구는 직원에게도 절주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광진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절주 교육에는 민원 관련 필수 직원만 빼고 모든 직원이 참석했다. 송년회와 각종 모임 등으로 술자리가 잦은 연말을 앞두고 음주 폐해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김기동 구청장이 전 직원 절주 교육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김 구청장은 “이번 절주 사업 우수기관 선정은 구민 건강을 위해 시기·장소·대상자별 절주 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한 결과”라며 “앞으로 절주 리더, 시민단체 등 주민 중심의 활동을 강화하고 유관기관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글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지난 14일 오전 광진구 광장동 광장중학교 체육관에서 ‘음주 고글’을 쓰고 만취 상태를 경험하는 학생을 ‘절주 리더’ 송미경(왼쪽)씨와 남경순(오른쪽)씨가 도와주고 있다.
광진구민의 자발적 절주·금주 노력은 2009년 11월 ‘광진구 건전음주문화 환경조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서 비롯됐다. 이 조례는 책임지는 음주문화 조성을 위해 지역주민의 참여를 확대하고, 절주 관련 자원봉사자(단체)를 지원 민간단체나 각급 학교에서 실시하는 음주예방과 절주 교육을 지원 주민의 절주(음주예방) 교육·홍보관 설치·운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도시공원이나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장소는 음주 청정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12월에는 구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아차산을 금연·금주 청정공원으로 지정했다. 지역사회에 건강하고 건전한 음주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절주 리더 중 일부는 지난해 3월부터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으로도 활동한다.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 2명과 담당 공무원이 한 조를 이뤄 한달에 한번씩 주류 판매업소에 가서 청소년 불법 주류 판매를 여부 감시·홍보한다. 사단법인 청소년육성회 광진지부 회원으로 청소년유해환경감시단인 송씨는 “같은 주민의 입장에서 업주에게 청소년 음주의 문제점을 말씀드리고, ‘우리 가게는 19살 미만 청소년에 술을 팔지 않는다’는 내용의 스티커도 가게에 붙이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6일 광진구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주관하는 ‘2017년 지역사회 절주 사업 우수사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2008년 25.2%이었던 고위험 음주율이 2015년 16.3%로 35.3%나 줄어들어 서울시 1위, 전국 5위를 기록했다. 또 연간 음주운전 경험률과 음주 폐해 경험률도 많이 줄어 사업수행 충실성과 효과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광진구는 직원에게도 절주 교육을 철저히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광진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절주 교육에는 민원 관련 필수 직원만 빼고 모든 직원이 참석했다. 송년회와 각종 모임 등으로 술자리가 잦은 연말을 앞두고 음주 폐해의 문제점과 심각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김기동 구청장이 전 직원 절주 교육의 필요성을 특별히 강조했다는 후문이다. 김 구청장은 “이번 절주 사업 우수기관 선정은 구민 건강을 위해 시기·장소·대상자별 절주 사업을 발굴하고 운영한 결과”라며 “앞으로 절주 리더, 시민단체 등 주민 중심의 활동을 강화하고 유관기관과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더욱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글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