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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평양, 두 도시는 서로 배울 게 있다”

2017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평양전’ 총감독 임동우 교수

등록 : 2017-12-28 14:19
평양 아파트를 모델하우스로 만든

‘평양전’은 독특하게 꾸민 전시공간

서울은 평양의 녹지 운영 경험을

평양은 서울의 부동산 개념 참고할만

임동우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교수가 지난 22일 자신이 운영하는 홍대 앞 건축사무소에서 평양 시가지 모형 지도를 들고 평양의 도시 변화 과정을 설명했다. 임 교수는 서울과 평양이 도시 발전 과정에서 서로에게 배울 점이 있다고 강조한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꽉 막힌 남북관계를 서울-평양 교류로 풀 수는 없을까?’

지난 9월2일~11월5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평양전-평양살림>(총감독 임동우 홍익대 건축도시대학원 조교수, 이하 ‘평양전’)이 관람객들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그리고 당시 전시 총감독인 임 교수는 지난 12월19일 서울시청 8층 다목적홀에서 ‘2017년 도시재생 유공 시민 표창’을 받으며 다시 한번 그 질문을 환기시켰다.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의 한 파트로 열린 <평양전>은 평양 중산층 아파트를 모델하우스로 꾸민 독특한 전시공간 덕에 더욱 눈길을 끌었다. 또 전시 기간 중 건축전문가들과 서울시민이 서울시장과 평양시장에게 편지를 쓰는 행사를 열기도 했다. 전시 막바지인 11월1일에 한 심포지엄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한 가운데, 편지들을 읽고 서울-평양의 교류를 다짐하는 시간도 가졌다. 편지에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서 조선 인민들에게 진정한 변화와 진보를 줄 수 있는 아이디어 공유 수단으로서 건축을 활용”(영국 건축가 알렉스 데이비슨)하라는 등 건축을 통한 남북 교류를 촉구하는 내용들이 많았다.


<평양전>을 총감독한 임 교수가 평양에 관심을 가진 것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2006년 하버드대 대학원에 진학하면서부터다. ‘평양 건축’을 주제로 석사논문을 쓴 임 교수는 2011년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효형출판 펴냄)를 펴내는 등 꾸준히 북한 건축에 관심을 가졌다. 임 교수는 2013년 ‘뉴욕 젊은 건축가’상을 받았고, 2014년에는 베니스 건축비엔날레의 한국관에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받기도 했다. 지난 22일 임 교수가 운영하는 홍대 앞 건축사무소 ‘프라우드’(PRAUD)에서 그를 만나 ‘평양전 그리고 평양전 이후’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 9~11월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평양전-평양살림’ 전시공간 모습. 평양 중산층 아파트를 참고해 모델하우스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임동우 교수 제공

<평양전>은 전시공간을 평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형태로 꾸며 화제가 됐다.

“모델하우스형 전시공간은 세 가지를 상징한다. 첫째, 평양의 아파트는 장막에 가려진 도시 평양에서도 가장 개인적인 공간이다. 이것을 공공의 장소에 드러내보고 싶었다. 둘째, 모델하우스를 통해 평양이 ‘실재하지만 우리에게는 환영과 같은 존재’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이를 위해 모델하우스를 차용했다. 왜냐하면 한국의 모델하우스는 외국에는 거의 없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파는 기형적 건축 형식’이기 때문이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듯한 평양도 우리에게는 그런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셋째, 관람객들이 모델하우스의 소파에 편안히 앉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북한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게 하고 싶었다.”

현재 남한의 많은 이들이 북한을 ‘불변하는 사회’로 여기고 있다. 건축을 통해 본 북한의 모습은 어떤가?

“북한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중산층 아파트가 바로 그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다. 1950~60년대 평양은 전형적 사회주의 도시로 기획됐다. 핵심 중 하나는 도시를 무한히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녹지 등으로 완충해 확장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애초 인구 30만명 정도로 기획된 평양에도 1970~80년대 인구 팽창 탓에 아파트들이 많이 생겨났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시장화가 진행되면서, 땅의 금전적 가치가 차등화하는 등 부동산 개념이 등장했다. 현재의 중산층 아파트는 시장에서 성장한 ‘전주’(물건을 담보로 잡고 돈을 꾸어주는 사람) 등에 의한 부동산 개발 압력을 반영한 것이다.”

평양이 부동산 개념에 눈뜨고 있다면, 서울은 도시재생에 힘을 쏟고 있다. 이렇게 변화하는 두 도시가 서로 배우고 도와줄 점은 없을까?

“서로 배울 부분이 분명히 있다. 평양의 녹지 운영 경험은 서울이 참고할 만하다. 서울의 변화도 막 부동산 개념에 눈뜬 평양이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북한도 하나의 시장이라고 본다. 남북문제에서는 역사·민족·문화적으로 차이를 메워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북한에서 이제 시장이 생겨나는데, 중국 자본이 그 대부분에 침투하고 있다. 그런 데서 한국의 입장이 어떻게 반영될 수 있을까도 중요하다.

2017 서울도시건축 비엔날레에 참가한 50개 부스 중 유일하게 ‘평양전-평양살림’을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에서 담당하고, 예산도 교류협력기금에서 쓴 것도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애초 북한 연구를 오래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하는 사람이 없어서 책임감 때문에 계속 이어온 면이 있다. ‘도시 리서치’가 주된 연구 영역이다. 도시가 어떻게 변화하고 그 안에서 건축 유형은 어떻게 나타나는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앞으로 북한의 변화를 지켜볼 계획이다. 제가 생각했던 변화 방향이 있는데, 그렇게 진행될지 관심이 있다. 가령 <평양 그리고 평양 이후>를 펴낼 때쯤엔 북한이 대동강 수변공간 개발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 했는데, 그 후 북한이 2015년 대동강변에 실제로 미래 과학자거리를 지었다. 서울에도 관심이 크다. 올해는 한강에 다리가 놓이면서 다리 주변 건축물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연구하기도 했다. 앞으로 두 도시에 대한 관심을 계속 이어나갈 생각이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