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상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는 일부터…
이혼을 꺼낸 남편에 당황스러운 결혼 25년차 주부 “이혼이 답일까요?”
등록 : 2018-01-18 14:16
3~4년 전부터 남편과 대화 거의 없어
이혼 절대 하고 싶지 않은데…
문제 해결 외면해오지 않았는지
문제 이해한다는 것, 교훈 얻는 것
Q결혼한 지 25년 된 52세 주부입니다. 대학생 아들이 둘 있습니다. 3~4년 전부터 남편이 저의 전화를 받지 않고 대화도 거의 없이 지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알지도 못한 채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서로가 투명인간인 것처럼…. 처음엔 화나고 답답하더니 차츰 적응해가니 별문제 없이 지냈습니다. 작년 10월쯤부터 남편이 이혼을 원합니다. 자기는 지나온 세월이 불행했다고, 남은 삶 50년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집을 얻어 나간답니다.
저는 이혼할 생각은 안 해봤습니다. 그냥 갱년기려니 하고, 기다리다보면 돌아오겠지 했는데 저만의 생각이었나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남편은 유전자가 너무 달라서 같이할 수가 없다네요. 전 성격도 밝고 남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는데 남편은 정반대입니다. 저는 이혼은 절대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남편이 혼자 나가서 살겠다고 하니 답답하고 눈물만 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혼이 답일까요? 디셈버
A25년을 함께 산 남편이 어느 날 문득 이혼을 요구해오니 많이 당황스럽고 막막하시겠네요. 요즘 많은 남성이 이혼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아내가 가정경제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디셈버님의 남편처럼 성격 차이를 문제 삼아 이혼을 요구합니다. 남성들은 ‘가장의 의무와 역할로 사는 데 지쳤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가 아닌 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아내로, 엄마로 사는 삶만 있고 자기 자신의 삶이 없는 결혼생활을 회의하듯, 남성들도 결혼이 짐 지워준 삶의 무게에 회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독립할 경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여성들의 현실에 있습니다. 오랜 기간 집안일에 익숙해져 사회에서 일할 능력도, 용기도 상실한 여성들에게 이혼은 상상하기 두려운 미래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득불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일 역시 모욕적입니다. 아내들은, 치사하고 더럽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산다고 털어놓으며 쓰디쓴 눈물을 삼킵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들이 결혼해서도 경제적 자립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합의로 가능하지만 이혼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옵니다. 게다가 배우자 중 한 사람이 결별을 요구하면 상대 배우자는 그걸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이젠 법도, 문화도 예전처럼 결혼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 독립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울까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심정일 겁니다. 지금 디셈버님은 어떤 상황인지 조심스럽게 묻고 싶네요. 당신은 이혼에 대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나요? 부부 관계에 좀더 관심을 가지셨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안타까움도 느끼게 됩니다. 당신의 사연을 읽어보니 남편은 몇 년 전부터 태도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대화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도를 추측해볼 수도 있지만, 남편이 부부 관계에 완전히 실망해서 소통하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 이전에 어떤 신호를 보냈을 것입니다. 짜증이나 잔소리, 원망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고, 또 소심한 요구나 기대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고, 그의 냉담한 태도도 그냥 갱년기여서 그러려니 하며 참고 견디셨나 봅니다. 사소한 문제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 맞닥뜨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통 낙천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유쾌한 감정으로 도망쳐 문제에 직면하기를 회피합니다. 디셈버님도 혹시 그런 분이 아닐지 자신을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삶의 문제와 마주 서기를 번번이 피하려고 한다면 결혼생활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많은 불이익이 찾아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긍정적으로 사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을 부정적이라고 무시해서 관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문제를 다룰 수 없게 됩니다. 어쩌면 남편은, 당신이 좀더 진지하게 자신을 대해주기를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디셈버님! 25년을 사셨다면 배우자에 대해 좀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남편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남편이 느끼는 고통은 무엇이며, 아내인 당신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졌는지 말입니다. 물론 남편들도 아내에 대해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겠지요. 그런데 당신은 남편이 어떤 불만을 가졌는지, 지난 3~4년간 왜 그토록 부부간 대화가 단절되었는지, “유전자가 너무 다르다”는 남편의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으시네요.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면 문제를 파악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저는 디셈버님이 남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문제로 대화할 때는 설득하거나 반발하기보다 충분히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입니다. ‘좋다. 이혼을 각오하겠다. 그런데 그전에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 당신이 나와 살면서 뭐가 불만이었는지, 내가 당신을 어떻게 대했으면 좋았을지 말해보라’고 말입니다. 부부간에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가 안내하는 부부 상담을 받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어보는 것, 그것이 갈등 해소의 시작입니다. 물론 관계의 골이 이미 깊어졌다면 이혼을 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이해하게 될 수는 있겠지요.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문제로부터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는 뜻이니까요.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A25년을 함께 산 남편이 어느 날 문득 이혼을 요구해오니 많이 당황스럽고 막막하시겠네요. 요즘 많은 남성이 이혼을 꿈꾸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아내가 가정경제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디셈버님의 남편처럼 성격 차이를 문제 삼아 이혼을 요구합니다. 남성들은 ‘가장의 의무와 역할로 사는 데 지쳤다. 누구의 남편, 누구의 아버지가 아닌 내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여성들이 아내로, 엄마로 사는 삶만 있고 자기 자신의 삶이 없는 결혼생활을 회의하듯, 남성들도 결혼이 짐 지워준 삶의 무게에 회의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독립할 경제 능력을 갖추지 못한 여성들의 현실에 있습니다. 오랜 기간 집안일에 익숙해져 사회에서 일할 능력도, 용기도 상실한 여성들에게 이혼은 상상하기 두려운 미래입니다. 하지만 남편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부득불 결혼생활을 유지해야 하는 일 역시 모욕적입니다. 아내들은, 치사하고 더럽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산다고 털어놓으며 쓰디쓴 눈물을 삼킵니다. 그래서 저는 여성들이 결혼해서도 경제적 자립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합의로 가능하지만 이혼은 부지불식간에 찾아옵니다. 게다가 배우자 중 한 사람이 결별을 요구하면 상대 배우자는 그걸 외면하기 어렵습니다. 이젠 법도, 문화도 예전처럼 결혼을 보호하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제적 독립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울까요? 벼랑 끝으로 내몰린 심정일 겁니다. 지금 디셈버님은 어떤 상황인지 조심스럽게 묻고 싶네요. 당신은 이혼에 대비한 경제력을 가지고 있나요? 부부 관계에 좀더 관심을 가지셨더라면 좋았을걸 하는 안타까움도 느끼게 됩니다. 당신의 사연을 읽어보니 남편은 몇 년 전부터 태도에 변화가 있었습니다. 전화도 받지 않고 대화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도를 추측해볼 수도 있지만, 남편이 부부 관계에 완전히 실망해서 소통하기를 포기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그 이전에 어떤 신호를 보냈을 것입니다. 짜증이나 잔소리, 원망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고, 또 소심한 요구나 기대 같은 것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그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것 같고, 그의 냉담한 태도도 그냥 갱년기여서 그러려니 하며 참고 견디셨나 봅니다. 사소한 문제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 맞닥뜨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외면하고 도망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보통 낙천적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즐겁고 유쾌한 감정으로 도망쳐 문제에 직면하기를 회피합니다. 디셈버님도 혹시 그런 분이 아닐지 자신을 돌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삶의 문제와 마주 서기를 번번이 피하려고 한다면 결혼생활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많은 불이익이 찾아옵니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긍정적으로 사는 것에만 의미를 둔다면,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을 부정적이라고 무시해서 관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생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는 부정적인 문제를 다룰 수 없게 됩니다. 어쩌면 남편은, 당신이 좀더 진지하게 자신을 대해주기를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디셈버님! 25년을 사셨다면 배우자에 대해 좀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남편의 가치관이나 삶의 방식은 무엇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남편이 느끼는 고통은 무엇이며, 아내인 당신에 대해 어떤 불만을 가졌는지 말입니다. 물론 남편들도 아내에 대해 마찬가지입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 대한 정보가 많아야겠지요. 그런데 당신은 남편이 어떤 불만을 가졌는지, 지난 3~4년간 왜 그토록 부부간 대화가 단절되었는지, “유전자가 너무 다르다”는 남편의 이야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하지 않으시네요. 이해와 정보가 부족하면 문제를 파악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저는 디셈버님이 남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심각한 문제로 대화할 때는 설득하거나 반발하기보다 충분히 듣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입니다. ‘좋다. 이혼을 각오하겠다. 그런데 그전에 당신의 생각을 알고 싶다. 당신이 나와 살면서 뭐가 불만이었는지, 내가 당신을 어떻게 대했으면 좋았을지 말해보라’고 말입니다. 부부간에 소모적인 논쟁을 피하기 위해 전문가가 안내하는 부부 상담을 받아보실 수도 있습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충실하게 들어보는 것, 그것이 갈등 해소의 시작입니다. 물론 관계의 골이 이미 깊어졌다면 이혼을 피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의 원인과 본질을 이해하게 될 수는 있겠지요. 그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문제를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은 문제로부터 아주 중요한 교훈을 얻는다는 뜻이니까요. 지면 상담을 원하시는 분은 blessmr@hanmail.net으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박미라 마음칼럼니스트·<천만번 괜찮아><치유하는 글쓰기> 저자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