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 예능
드라마와 올림픽
등록 : 2018-01-18 14:17
문화방송(MBC)이 7주 동안 평일 미니시리즈를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 월화는 <투깝스>가 끝나는 22일부터, 수목은 <로봇이 아니야>가 끝나는 31일부터다. 대신 이 기간에는 2007년 방영한 드라마 <하얀거탑>을 재방송한다. 방송사에서 유례없는 결정이다. 지금껏 파업을 제외하고 드라마를 특정 기간 동안 만들지 않은 적은 없다. 문화방송은 “9~11월 파업으로 인한 업무 차질을 정상화하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선보이려는 것”이라고 한다.
더 들여다보면, 2월9~25일까지 평창겨울올림픽이 열리는 이유가 숨어 있다. 올림픽 때마다 드라마 피디들은 곤혹스러워한다. 올림픽 열기가 뜨겁다보니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잘 보지 않기 때문이다. 경기 시간이 저녁인 경우에는 생중계를 해야 해서 결방도 잦았다. 올림픽 전에 시청률 높던 드라마가 올림픽 기간에 결방하면서 이후 관심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방송사들은 새 드라마 첫 방송을 올림픽 뒤에 하거나, 올림픽 기간에는 하이라이트를 내보내며 시간을 벌기도 한다. 문화방송도 22일과 31일 새 드라마를 시작해봤자, 올림픽 기간에 결방이 불가피하니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고, 승기를 타사에 내줄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등 굵직한 행사가 있는 해는 편성 전략을 짜는 것도 머리가 아프다.
올림픽을 피하려는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정규방송을 하나라도 더 내보내며 올림픽 특수를 노린다. 드라마 중간에 올림픽 내용을 넣을 수는 없지만, 예능은 관련 아이템으로 관심을 끌 수 있다. 먼저 시작한 경기 중에 잘한 선수를 초대해서 인터뷰하거나, 선수들이 머무는 선수촌을 찾아가 출연자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설정을 만들기도 한다. 평소 관심을 못 받다가도 올림픽 관련 아이템을 잘만 만들면 화제 몰이도 된다. <이경규가 간다>(문화방송)는 1998년부터 매회 월드컵경기장을 찾아가 현장감 넘치는 내용을 선보여 관심이 집중됐던 경우다. 수많은 특집 중에서 눈길을 끌어야 하니, 예능 피디들은 기막힌 아이템을 찾느라 또 머리가 아프다.
드라마는 최대한 피하려고 하고, 예능은 자꾸 만나려고 하고. 올림픽과 티브이의 상반된 관계는 2월까지 유지된다. 아쉬운 건, 문화방송과 한국방송(KBS)의 파업으로 방송사마다 평창올림픽 준비가 잘 안 됐다는 것이다. 2020년 도쿄여름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2019년에 방송할 올림픽 관련 소재인 대하드라마를 벌써 준비하는 등 분주하다. 그러나 준비야 어찌 됐든 그 나름대로 드라마는 펼쳐지지 않을까?
남지은 <한겨레> 문화부 대중문화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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