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볼만한 전시&공연

농락하며 농락당하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인간군상 조명

중립국

등록 : 2018-02-01 15:21

전쟁이 끝나자 어느 중립국 마을에 피난민들이 돌아왔다. 마을 복구를 약속한 해방군 사단장은 사람들에게 전범자 색출을 요구한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 전범자를 하나둘쯤 제물로 바치자”라며 마을의 유지들은 순진한 청년 ‘아벨만’에게 재판을 받아달라고 간청한다. 그들만의 재판으로 99년형 유죄가 내려지는데, 대다수 사람이 강하게 반발한다. 이에 사단장은 유지들을 구속하고, 감금된 이들은 밖으로 나가기 위해 대책을 강구한다. 지난 1월26일 시작해 오는 2월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중립국>(문새미 연출)의 내용이다. 고 이근삼(1929~2003) 작가의 희곡 <아벨만의 재판>을 각색한 이번 공연은 이기심으로 가득 찬 마을 사람들에게 희생되는 아벨만의 이야기를 다룬다.

문 연출가는 이번 공연을 앞두고 “이 작품은 내가 겪은 경험과 맞닿아 있다. 처음에는 스스로 청년이라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마을 사람이 되어 있었다”라고 말했다. 연극 속에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시에 존재한다. 주인공은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원치 않는 재판을 받는 피해자이다. 이렇듯 연극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지 않고 서로를 물어뜯는 인간들만 있을 뿐이다. 극 중 인물들은 전쟁을 탓하며,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합리화하는 비열함을 드러낸다. 상대방의 존엄을 농락하고 자신 역시 농락당하기를 자처하는 부질없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중립국>은 새로운 예술 흐름을 선도하는 연극인을 발굴해 작품 개발과 공연 발표를 지원하는 뉴스테이지 선정 작품이다. 이 사업은 그동안 김정·김수정·구자혜 등 차세대 연출자들의 등용문으로 자리매김했으며, 꾸준한 지원으로 안정적인 발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시간: 평일 20시 주말 16시 관람료: 전석 3만원 문의: 02-743-9336, 010-9957-9012

이규승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장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