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맛과 멋 즐기는 5060세대 문화 공간 꿈꾼다”
협동조합 식당 ‘루덴스키친’ 유상모 이사장·조명진 상임이사
등록 : 2018-02-01 15:27
루덴스조합 회원 100만원씩 갹출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문화공간
유 이사장, 탱고 배우며 삶의 활력
조 이사, 식당 10년 경영 경험 살려
‘60파티 문화’ 만들고 싶어
강추위가 이어진 1월27일 토요일 오후, 지하철 불광역 3번 출구 옆 건물 2층 음식점 ‘루덴스키친’엔 40여 명의 루덴스협동조합원이 모여 신년 파티를 열었다. 유상모(56) 이사장은 밝은 얼굴로 조합원들에게 짧게 인사말을 했다. “올해는 루덴스협동조합이 자리 잡는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조합원들은 지난 한 해 수고한 그에게 따뜻한 박수를 보냈다.
송혜란 이사가 사회를 맡아 조합원들끼리 친해지는 게임도 하고 사람책 콘서트를 이어갔다. 조합원 김수동씨와 배영복씨가 자신의 삶에 대한 얘기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풀어냈다. 오카리나와 기타, 트럼펫을 연주하는 조합원의 공연도 펼쳐졌다. 건강한 음식과 문화가 있는 신년 파티의 흥겨움에 조합원들의 얼굴이 환해진다.
‘50플러스 세대(50~64살)의 유쾌한 삶으로의 전환’을 내세운 루덴스협동조합은 지난해 3월 탄생했다. 중장년층 인생 2막 설계를 위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인생학교’ 동문 8명으로 시작했다.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루덴스에서 따왔다. 건강하고 유쾌하게 인생 후반기를 살자는 뜻으로 내걸었다. 조합원 수는 1월 말 현재 66명이다. 각자 출자금 100만원을 내 시작한 첫 사업이 ‘루덴스키친’이다. 맛과 멋이 있는 50플러스 문화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열었다. 유 이사장이 문화공간을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에 협동조합 사무실을 서부캠퍼스에 뒀는데 좀 더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서부캠퍼스 남경아 관장이 많이 부추겼죠. (웃음)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면 수익 기반도 있어야 해 문화 공간이 곁들여진 음식점을 여는 데 뜻이 모였어요.” 유 이사장은 자신처럼 50플러스 세대가 끼를 찾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루덴스키친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그는 탱고를 배우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 한 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고 삶의 태도가 많이 변했단다. “대부분의 중년이 일생 일만 하고 삶을 즐길 줄 모르고, ‘경험이 없어서’ ‘내가 어떻게 저런 걸 해’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틀을 깨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어떤 ‘거리’로 건강하고 유쾌하게 살아갈지 풀기 위해 루덴스키친 인테리어 콘셉트를 공연장과 모임방으로 잡았단다. 유 이사장과 함께 조명진(64)씨가 조합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직장인 인생설계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조 이사는 루덴스키친 운영을 맡았다. 그는 삼성동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경영한 경험이 있다. 한번 하기로 정한 일은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이유를 찾아 문제를 풀어간다. “인테리어를 직접 챙겼는데도 개장이 예상보다 한 달이나 늦어져, 더 미루면 이 사업을 못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밀어붙였죠.” 50석의 홀과 모임방(10, 20인실)을 갖춘 루덴스키친은 점심때는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는 해조류 등 제철 음식으로 차린 ‘만원의 행복 한정식 한상차림’을 내놓는다. 오후 3시부터는 만남과 토론의 장소로 변신한다. 저녁에는 라이브 포차(포장마차)로 와인, 수제맥주 등과 제철 재료로 만든 다양한 안주를 판다. 매장 한쪽에 작은 무대와 빔프로젝터가 있고 음향설비가 갖춰져 있어 아무나, 아무거나,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다. 현재는 탱고 춤과 오카리나, 통기타 공연이 틈틈이 열리고 있다. “연말 행사를 고려해 서둘러 문을 여는 바람에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기엔 시간이 부족했어요. 매출 안정이 과제예요”라고 조 이사가 말했다. 루덴스키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루덴스협동조합이 동시에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유 이사장은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중장년층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만든다는 점에서 50플러스가 어떻게 잘 놀 수 있는지 연구하는 실험실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60파티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 ‘요새 누가 환갑해’라는 사회 분위기에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데, 60살은 인생에서 의미 있는 시간으로 파티를 열어 마음껏 즐겼으면 해요. 잘 놀아야 생각도 열리고 관계도 풍성해지죠.” 2월부터는 요일별로 테마를 정해 문화 프로그램을 연다. 홍보분과를 맡은 정용자 조합원이 주위의 의견들을 들어 프로그램을 짰다. 월요일엔 영화감상, 화요일엔 시낭송, 수요일엔 건강한 먹거리 강의, 목요일엔 책 속의 명구, 금요일엔 공연 등이다. 두 사람은 루덴스협동조합의 루덴스키친 사업은 눈길을 헤쳐나가는 산행 ‘러셀’(등산할 때 앞장서서 눈을 쳐내어 길을 다지면서 나아가는 일)을 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한다. 오래된 상권을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문화거리로 만드는 첫 발걸음이고, 어려운 여건에서 앞서 길을 만들면 뒤에 따라오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루덴스가 좋은 모델을 만들어 다른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 근처에 2, 3호점이 나와 50플러스의 자발적 문화 공간이 캠퍼스를 기반으로 확대되길 기대해요.”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1월25일 은평구 불광동 협동조합 식당 ‘루덴스키친’의 작은 무대에서 유상모 이사장(왼쪽)과 조명진 상임이사가 흥겹게 노래하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50플러스 세대(50~64살)의 유쾌한 삶으로의 전환’을 내세운 루덴스협동조합은 지난해 3월 탄생했다. 중장년층 인생 2막 설계를 위한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인생학교’ 동문 8명으로 시작했다. 루덴스는 ‘놀이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루덴스에서 따왔다. 건강하고 유쾌하게 인생 후반기를 살자는 뜻으로 내걸었다. 조합원 수는 1월 말 현재 66명이다. 각자 출자금 100만원을 내 시작한 첫 사업이 ‘루덴스키친’이다. 맛과 멋이 있는 50플러스 문화 공간을 만든다는 취지로 지난해 11월 열었다. 유 이사장이 문화공간을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처음에 협동조합 사무실을 서부캠퍼스에 뒀는데 좀 더 폭넓게 활동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을 마련하자는 의견이 나왔어요. 서부캠퍼스 남경아 관장이 많이 부추겼죠. (웃음) 활동을 계속 이어가려면 수익 기반도 있어야 해 문화 공간이 곁들여진 음식점을 여는 데 뜻이 모였어요.” 유 이사장은 자신처럼 50플러스 세대가 끼를 찾을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루덴스키친을 적극 활용하길 바란다. 그는 탱고를 배우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가지면서 하루 한 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고 삶의 태도가 많이 변했단다. “대부분의 중년이 일생 일만 하고 삶을 즐길 줄 모르고, ‘경험이 없어서’ ‘내가 어떻게 저런 걸 해’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틀을 깨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어떤 ‘거리’로 건강하고 유쾌하게 살아갈지 풀기 위해 루덴스키친 인테리어 콘셉트를 공연장과 모임방으로 잡았단다. 유 이사장과 함께 조명진(64)씨가 조합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직장인 인생설계 프로그램에서 처음 만나 8년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조 이사는 루덴스키친 운영을 맡았다. 그는 삼성동에서 10년 넘게 음식점을 경영한 경험이 있다. 한번 하기로 정한 일은 추진력 있게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안 되는 이유보다 되는 이유를 찾아 문제를 풀어간다. “인테리어를 직접 챙겼는데도 개장이 예상보다 한 달이나 늦어져, 더 미루면 이 사업을 못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밀어붙였죠.” 50석의 홀과 모임방(10, 20인실)을 갖춘 루덴스키친은 점심때는 인공감미료를 넣지 않는 해조류 등 제철 음식으로 차린 ‘만원의 행복 한정식 한상차림’을 내놓는다. 오후 3시부터는 만남과 토론의 장소로 변신한다. 저녁에는 라이브 포차(포장마차)로 와인, 수제맥주 등과 제철 재료로 만든 다양한 안주를 판다. 매장 한쪽에 작은 무대와 빔프로젝터가 있고 음향설비가 갖춰져 있어 아무나, 아무거나, 자신의 끼를 발휘할 수 있다. 현재는 탱고 춤과 오카리나, 통기타 공연이 틈틈이 열리고 있다. “연말 행사를 고려해 서둘러 문을 여는 바람에 홍보가 충분히 이뤄지기엔 시간이 부족했어요. 매출 안정이 과제예요”라고 조 이사가 말했다. 루덴스키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루덴스협동조합이 동시에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유 이사장은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하는 중장년층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 프로그램들을 만든다는 점에서 50플러스가 어떻게 잘 놀 수 있는지 연구하는 실험실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60파티 문화를 만들어보고 싶어 한다. “ ‘요새 누가 환갑해’라는 사회 분위기에 스스로 즐기지 못하는데, 60살은 인생에서 의미 있는 시간으로 파티를 열어 마음껏 즐겼으면 해요. 잘 놀아야 생각도 열리고 관계도 풍성해지죠.” 2월부터는 요일별로 테마를 정해 문화 프로그램을 연다. 홍보분과를 맡은 정용자 조합원이 주위의 의견들을 들어 프로그램을 짰다. 월요일엔 영화감상, 화요일엔 시낭송, 수요일엔 건강한 먹거리 강의, 목요일엔 책 속의 명구, 금요일엔 공연 등이다. 두 사람은 루덴스협동조합의 루덴스키친 사업은 눈길을 헤쳐나가는 산행 ‘러셀’(등산할 때 앞장서서 눈을 쳐내어 길을 다지면서 나아가는 일)을 하는 것과도 같다고 말한다. 오래된 상권을 50플러스 세대를 위한 문화거리로 만드는 첫 발걸음이고, 어려운 여건에서 앞서 길을 만들면 뒤에 따라오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루덴스가 좋은 모델을 만들어 다른 서울시50플러스 캠퍼스 근처에 2, 3호점이 나와 50플러스의 자발적 문화 공간이 캠퍼스를 기반으로 확대되길 기대해요.”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