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이 사람
“1시간 이상 컴퓨터 안 보고 맑은 공기 쐽니다”
성매매 광고와 전쟁 중인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최은경 상담원
등록 : 2018-02-01 16:00
지난해 4만2287건 적발해 신고
시민감시단 1000명이 1차 모니터
상담원 1명당 1년 1만2000여 건 봐
음란물이나 다름없어 스트레스 심해
지난해 12월23일, 서울시 인터넷시민감시단의 허아무개 단원이 감시단 카페에 모니터링 내용을 올렸다. 국내 한 대형 포털의 블로그에 성매매 광고가 떴다는 것이다. 허씨는 이 광고의 인터넷 웹페이지 주소(URL)와 광고 화면을 갈무리(캡처)해 올렸다. ‘fdsahtrwyfdas’라는 계정 이름으로 작성된 광고는 ‘미스(MISS) 출장대행과 이색알바, 섹파 소개’가 주요 내용이었다.
감시단 카페에서 광고를 살핀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의 최은경(38) 상담원은 “전형적인 조건만남·출장대행 광고”라고 결론짓고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키소)에 신고했다. 키소는 게시물 심의와 신고 처리를 담당하며, 인터넷의 역기능을 줄이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자율규제 단체다.
최 상담원은 “말 그대로 ‘전쟁’이죠. 지난해에만 서울시 시민감시단이 성매매 광고 4만9321건을 모니터링해 4만2287건을 신고했으니까요”라고 소개했다.
서울에선 허씨와 같은 감시단원이 지난해에 1000명 ‘활동’했다. 이들은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의 성매매 알선과 광고, 음란물 등을 지나치지 않고 모니터링해 신고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단원들은 여성이 60%, 남성이 40%로 구성됐고, 20~30대의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았다고 한다. 인터넷 모니터링 사례는 성인 인증 절차가 없는 음란물 아동·청소년이 등장하거나 청소년임을 암시하는 복장이 등장하는 음란물 조건만남 또는 출장여성을 연결하는 사이트 유흥업소(‘풀싸롱’)를 홍보하며 성매매 경로를 제공하는 사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감시단은 2011년 255명으로 출발해 2014년부터 1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해마다 감시단으로 활동할 20살 이상의 시민을 선착순 모집하는데, 올해의 8기 감시단 1000명은 2월13까지 모집한다. 최 상담원은 “아무래도 성매매 광고 등을 보는 일이라 단원은 ‘20살 이상’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감시단원이 불법·유해 정보를 모니터링해 단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카페에 올리면 최 상담원은 센터의 여성 동료 3명과 함께 신고 여부를 가리는 ‘2차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에는 모니터링한 4만9321건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4만2287건이 신고 처리됐다. 모니터링 건수로 계산하면 ‘2차 업무’ 담당자 한 사람당 1만2300여 건을 들여다본 셈이다. “스트레스요? 심하죠. 음란물을 매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집니다. 되도록 1시간 이상은 컴퓨터를 들여다보지 말고 꼭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잠시라도 휴식하자고 권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의 불법·유해 정보는 키소에, 일반 사이트와 스마트폰 앱 등의 불법·유해 정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각각 신고돼 사이트 폐지·삭제, 이용 해지, 접속 차단 등의 규제를 하게 된다.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실의 오수연 주무관은 “신고된 불법·유해 정보의 90% 이상이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불법·유해 정보의 규제 건수는 2014년 6만110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2015년 4만436건으로 줄어든 뒤 2016년에 5만1164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규제 건수가 줄어든 것은 포털의 자정 기능 강화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랜덤채팅 앱’이나 ‘텀블러’ 같은 공간을 악용해 불법·유해 정보가 교묘하고 치밀하게 퍼져가기 때문이다. 최 상담원은 “텀블러는 미국 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국내에서 차단이 어렵다. 우리 정부의 음란물 규제 요청도 수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텀블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블로그처럼 이용자 공간을 만들어 글이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로, 음란물 문제가 미국 사회 안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텀블러와 달리 트위터와 구글, 페이스북은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심의 협력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랜덤채팅 앱은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지로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큰데, 감시단은 지난해에만 랜덤채팅 앱에서 1139건을 신고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이 있는 최 상담원은 2015년 다시함께상담센터에 들어와 4년째 일하고 있다. 센터는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보호와 자립 기반 지원, 성매매 예방사업 등을 위해 2003년 설립됐다. 최 상담원은 “온라인에서 성매매를 알선·광고하거나 음란한 내용을 담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감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최은경 서울시 다시함께상담센터 상담원이 인터넷시민감시단이 모니터링한 온라인 음란물을 살펴보고 있다.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서울에선 허씨와 같은 감시단원이 지난해에 1000명 ‘활동’했다. 이들은 포털과 인터넷 사이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등 온라인의 성매매 알선과 광고, 음란물 등을 지나치지 않고 모니터링해 신고하는 자원봉사활동을 한다. 단원들은 여성이 60%, 남성이 40%로 구성됐고, 20~30대의 대학생과 직장인이 많았다고 한다. 인터넷 모니터링 사례는 성인 인증 절차가 없는 음란물 아동·청소년이 등장하거나 청소년임을 암시하는 복장이 등장하는 음란물 조건만남 또는 출장여성을 연결하는 사이트 유흥업소(‘풀싸롱’)를 홍보하며 성매매 경로를 제공하는 사이트 등이 대표적이다. 시민감시단은 2011년 255명으로 출발해 2014년부터 1000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울시는 해마다 감시단으로 활동할 20살 이상의 시민을 선착순 모집하는데, 올해의 8기 감시단 1000명은 2월13까지 모집한다. 최 상담원은 “아무래도 성매매 광고 등을 보는 일이라 단원은 ‘20살 이상’으로 연령 제한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감시단원이 불법·유해 정보를 모니터링해 단원들만 접속할 수 있는 카페에 올리면 최 상담원은 센터의 여성 동료 3명과 함께 신고 여부를 가리는 ‘2차 업무’를 맡는다. 지난해에는 모니터링한 4만9321건 가운데 86%에 해당하는 4만2287건이 신고 처리됐다. 모니터링 건수로 계산하면 ‘2차 업무’ 담당자 한 사람당 1만2300여 건을 들여다본 셈이다. “스트레스요? 심하죠. 음란물을 매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니 정신적으로 피폐해집니다. 되도록 1시간 이상은 컴퓨터를 들여다보지 말고 꼭 맑은 공기를 마시며 잠시라도 휴식하자고 권합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의 불법·유해 정보는 키소에, 일반 사이트와 스마트폰 앱 등의 불법·유해 정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각각 신고돼 사이트 폐지·삭제, 이용 해지, 접속 차단 등의 규제를 하게 된다.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실의 오수연 주무관은 “신고된 불법·유해 정보의 90% 이상이 규제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불법·유해 정보의 규제 건수는 2014년 6만110건으로 가장 많았다가 2015년 4만436건으로 줄어든 뒤 2016년에 5만1164건으로 다시 늘어났다. 규제 건수가 줄어든 것은 포털의 자정 기능 강화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한다. 그렇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스마트폰의 ‘랜덤채팅 앱’이나 ‘텀블러’ 같은 공간을 악용해 불법·유해 정보가 교묘하고 치밀하게 퍼져가기 때문이다. 최 상담원은 “텀블러는 미국 사이트라는 점 때문에 국내에서 차단이 어렵다. 우리 정부의 음란물 규제 요청도 수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텀블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기능을 갖고 있으면서 블로그처럼 이용자 공간을 만들어 글이나 사진을 올릴 수 있는 사이트로, 음란물 문제가 미국 사회 안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텀블러와 달리 트위터와 구글, 페이스북은 국내 인터넷 사업자의 자율심의 협력 시스템에 참여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랜덤채팅 앱은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지로 알려지며 사회적 논란이 큰데, 감시단은 지난해에만 랜덤채팅 앱에서 1139건을 신고했다. 사회복지사 자격이 있는 최 상담원은 2015년 다시함께상담센터에 들어와 4년째 일하고 있다. 센터는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보호와 자립 기반 지원, 성매매 예방사업 등을 위해 2003년 설립됐다. 최 상담원은 “온라인에서 성매매를 알선·광고하거나 음란한 내용을 담은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감시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