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자치구의 ‘슬기로운 청렴생활’

강서구 ‘청렴쏭’ 방송, 구로구 ‘데이’ 캠페인 등 재기발랄

등록 : 2018-02-22 16:04
김영란법 이후 자치구들 청렴 강조

청렴 교육 대신 재미·공감 시도

강서구, 출근 시간에 ‘청렴쏭’ 방송

구로구, ‘데이’ 활용한 청렴 캠페인

지난 19일 강서구 감사담당관 지역순찰팀 김태수(오른쪽부터), 감사팀 김현봉, 민원갈등관리팀 이기혁 주무관이 팀에서 녹음한 청렴쏭을 듣고 의견을 나누며, 홍지훈 공보전산과 주무관(왼쪽 앞)과 방송용 음원 편집을 하고 있다. 강서구 제공

서울 자치구의 청렴도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국가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의 청렴도 평균점수는 지난해 8.38로 재작년(7.99)보다 올라갔다. 공직사회의 청렴도를 바라보는 시민의 눈높이도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의 실시 등으로 더 높아졌다. 자치구들은 다양한 청렴 제도를 시행하고, 청렴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딱딱하고 지루한 청렴 교육 대신에 재미와 공감을 더하는 색다른 시도를 하는 자치구가 있어 눈길을 끈다.

강서구청에서는 직원들이 만든 ‘청렴쏭’을 아침마다 출근 시간에 방송한다. 지난해 문홍선 부구청장의 제안으로 감사담당관 5개 팀(감사·조사·계약 심사·민원 갈등·지역 순찰)이 노래를 만들었다. ‘우유송’ ‘당근송’ 등 동요에 청렴 준수 사항을 넣어 재미있게 개사했다. ‘청렴한 세상 함께 키워요’ ‘부정부패하지 말아요. 모두가 힘들잖아요’ ‘청렴한 당신이 강서의 얼굴’ ‘우리같이 청렴 강서 그려요!’ ‘공정한 강서, 투명한 행정’ 등이 요일별로 3분쯤 방송된다.

강서구 청렴쏭 녹음은 팀원들이 했다. 열흘쯤 연습해 강서구민회관 스튜디오에서 녹음했다. 구립극단 감독과 영상정보팀의 전문 도움도 받았다. 지역순찰팀 김태수 주무관은 “한동안 우리 팀원들이 부른 청렴쏭이 나올 때는 굉장히 쑥스러웠지만, 동료들 반응도 좋고 청렴쏭을 따라 부르는 직원들을 보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구로구는 ‘데이’를 활용해 청렴 캠페인을 펼친다. 지난해 ‘1부서 1청렴 이행과제’ 선정을 했는데, 홍보전산과 청렴 담당 장은영 주무관이 3월14일 화이트데이를 청렴데이로 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장 주무관은 혼자서 500개의 청렴 문자메시지를 포춘쿠키 쪽지처럼 만들어 화이트데이에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골라잡은 청렴 메시지가 자기 생각과 딱 맞는다며 재미있어하는 직원들 모습을 보니 힘든 것도 잊었다”고 한다. 구로구는 올해엔 청렴과 어울리는 박하사탕을 메시지와 함께 나눠줄 계획이다.

구로구는 화이트데이를 ‘청렴데이’로 삼아 직원들에게 청렴 문구를 나눠주는 캠페인을 펼친다. 2017년 3월14일 구로구청 1층에서 이뤄진 캠페인 모습이다. 구로구 제공

직원들이 동아리 활동으로 청렴 문화 확산에 기여하는 자치구들도 있다. 성북구는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청렴 방송 동아리 직원들이 만드는 아침방송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동아리 직원들이 저마다의 끼를 발휘해 좋은 글과 음악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는 방송을 7년째 이어오고 있다. 현재 활동 중인 12명 회원이 피디, 작가, 아나운서, 엔지니어가 되어 직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음악 신청을 받아 방송한다.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에게 보내는 송사, 설 연휴와 평창겨울올림픽 소식 등 소소한 일상을 얘기하며 청렴 문구를 ‘살짝’ 끼워넣는다. 동아리 회원인 정선영 감사담당관 주무관은 “청렴에 대한 인식이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대문구에는 직원동아리 ‘청렴사랑’이 있다. 2015년부터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는 청렴 인물이나 시책을 소개하는 5분짜리 방송을 수요일마다 하고, 온라인 청렴 소식지도 월간으로 발행한다. 참여 직원 98명은 취재와 글쓰기, 방송 제작을 돌아가면서 맡는다. 2016년부터 동호회 활동을 해온 김수윤 주무관은 “다달이 청렴 소식지 모임에서 제 또래 직원들을 만나 의견을 나눌 기회가 많은 점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구는 마일리지, 학습 시간 부여 등으로 직원들의 동아리 참여를 독려한다.

국가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청렴 콘서트를 여는 자치구도 있다. 2016년엔 관악구, 지난해엔 은평구가 열었고, 올해는 강서구·도봉구·마포구·용산구가 공연·연극·토크쇼·강연 등을 결합한 청렴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 청렴연수원은 연초에 수요 조사를 한 뒤, 관심 있는 공공기관의 신청을 받아 예산과 선정 기준에 맞춰 다음 해 개최 기관을 정한다.

청렴 콘서트는 청렴연수원의 공무원들이 강사나 상황극의 배우로 나서서 반응이 좋다. 김일문 청렴연수원 주무관은 “무겁고 따분해하는 청렴 교육을 친근하게 다가가 마음에 울림을 주기 위해 콘서트 형식으로 기획했다”며 “시민과 접촉점이 많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청렴 콘서트 신청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현숙 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