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주인 되기
중년위기? 인생 중간평가할 시간입니다
슬기로운 중년 생활을 위하여
등록 : 2018-03-01 14:24
이기적 남편과 헤어지고 싶거나
아내와 사이에 벽이 느껴지는
중년위기에 놓인 부부들은
자기 인생을 되돌아볼 시간
요즘 ‘인생 2모작’을 많이 강조하지만, 뜻밖의 인생 2모작도 있습니다. 퇴직 후 새로운 일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처럼, 배우자를 바꾸고 국적을 바꾸는 사람도 증가 추세입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2모작이 아닌 ‘N모작’, 즉 다모작 시대에 접어든 것이죠. 그런 움직임은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어떤 모임의 뒤풀이 자리에서 만난 40대 후반 여성이 그러합니다.
“당장에라도 이혼하고 싶어요. 바깥에 비치는 제 남편의 이미지와 집에서 날마다 보는 진짜 남편의 실상은 너무도 다릅니다. 남들에게는 매우 온화하고 남을 자상하게 배려하는 사람처럼 보일지 몰라도 자기랑 가장 가까운 저한테는 그렇게 이기적일 수 없습니다. 아주 차가운 남자예요. 그동안 아이들 때문에 용기를 못 냈지만 곧 결행할 겁니다. 정말 지긋지긋해요.”
그 얘기를 조용히 듣던 중년의 남성 한 분은 맥주 한 잔을 들이켜더니 자신의 마음을 솔직히 드러냈습니다.
“와이프와 대화하기가 가장 힘듭니다. 퇴근해 집에서 말이라도 붙이려 하면 드라마 시청하는 데 방해된다고 자꾸 짜증을 냅니다. 할 수 없이 골방에서 혼자 인터넷이나 하게 되는데,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와이프랑 저 사이에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벽!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젊었을 때 뭘 모르고 결혼했지만, 진정한 반려자는 아니더군요. 지금까지의 인연으로 충분하고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는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 인생을 살아볼까 합니다.” 분명 인생 위기입니다.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부부 관계, 소통의 단절을 말합니다. 그동안 배우자의 철저한 무관심에 지칠 대로 지쳤거나, 사회생활하느라 거의 대화 없이 살아왔던 부부 관계에 위기가 온 것이죠. 가장 가까운 줄 알았던 배우자와 소통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 겁니다. 결혼 뒤 각자 다른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끼어드니 부인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남자는 ‘관심’이라고 하지만 부인은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이와 또 다른 문제는 중년이라는 시점입니다. 알 수 없는 분노, 서러움, 새로운 인생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서울시 산하 50플러스센터에 강연자로 초청받아 갔을 때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분노를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그 공통점은 과연 뭘까요? 흔히 ‘중년위기’라 말하는 증상이 찾아온 겁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던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걸어온 길에 극심한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몸은 35살에 정점을 맞고, 마음은 49살에 정점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받아들여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그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중년위기라 보았지만,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난 현대사회에서는 그 기간이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년>(Midlife)이란 책을 펴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키런 세티야 교수는 불과 서른다섯의 나이에 심각한 중년위기 증상을 겪었다고 토로합니다. 그는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 그것도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 아름다운 가족에 둘러싸여 외견상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살아왔던 길이 후회되고 밀실에 갇힌 듯한 답답함과 공허감이 혼합된 묘한 내적 방황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년위기란 반드시 40~50대에 겪는 증상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발간에 즈음해 미국 잡지 <뉴요커>는 역사적인 중년위기 증상을 조명하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이탈리아 작가 알리기에리 단테의 작품 <신곡> 초반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 어두운 숲에 처해 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게 완강했는지/ 얼마나 하기 힘든 말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이 글을 쓸 때 단테의 나이도 서른다섯 살, 그가 살았던 14세기에는 중년에 해당합니다. 물론 종교적 모티브를 가진 작품이긴 하지만, 21세기라는 관점에서는 중년위기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같은 피렌체 출신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40살부터 55살까지는 이렇다 할 명작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괴테는 38살 생일잔치를 하자마자 10년 동안 봉직했던 궁중 생활을 뒤로하고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납니다. <열하일기>를 쓰던 연암 박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혹독한 중년위기 증상을 앓았던 겁니다. 미국 작가 게일 쉬이의 <통로>(Passages)는 미국 의회 도서관이 선정한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10권 중의 한권으로 선정되었는데, 주제가 바로 중년위기입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조금 더 빨리 중년위기 증상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진짜 살아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중년위기란 인생의 중간평가 시간입니다. 단테, 괴테, 미켈란젤로, 연암 모두 중년위기 증상을 겪은 뒤 오히려 더 생산적인 시기를 맞았습니다. 사춘기의 격동 뒤에 어른이 되는 것처럼, 중년위기 뒤에 진정한 창조가 찾아올 겁니다. 그 풍랑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ㅣ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와이프와 대화하기가 가장 힘듭니다. 퇴근해 집에서 말이라도 붙이려 하면 드라마 시청하는 데 방해된다고 자꾸 짜증을 냅니다. 할 수 없이 골방에서 혼자 인터넷이나 하게 되는데,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와이프랑 저 사이에 벽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벽! 그래서 깨달았습니다. 젊었을 때 뭘 모르고 결혼했지만, 진정한 반려자는 아니더군요. 지금까지의 인연으로 충분하고 이제부터라도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얼마 전에는 혼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제 인생을 살아볼까 합니다.” 분명 인생 위기입니다. 두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 부부 관계, 소통의 단절을 말합니다. 그동안 배우자의 철저한 무관심에 지칠 대로 지쳤거나, 사회생활하느라 거의 대화 없이 살아왔던 부부 관계에 위기가 온 것이죠. 가장 가까운 줄 알았던 배우자와 소통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을 발견한 겁니다. 결혼 뒤 각자 다른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훨씬 많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끼어드니 부인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상황입니다. 남자는 ‘관심’이라고 하지만 부인은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이와 또 다른 문제는 중년이라는 시점입니다. 알 수 없는 분노, 서러움, 새로운 인생에 대한 막연한 동경 같은 것이 터져나오기도 합니다. 서울시 산하 50플러스센터에 강연자로 초청받아 갔을 때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분이 알 수 없는 불안과 초조함, 그리고 상대를 가리지 않고 터져나오는 분노를 하소연하고 있었습니다. 그 공통점은 과연 뭘까요? 흔히 ‘중년위기’라 말하는 증상이 찾아온 겁니다. 앞만 보고 열심히 달려오던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걸어온 길에 극심한 회의를 느끼고 새로운 도전에 강렬한 유혹을 느끼는 현상을 말합니다. 몸은 35살에 정점을 맞고, 마음은 49살에 정점이라고 했던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받아들여 서양에서는 전통적으로 그사이에 벌어지는 심리적 갈등을 중년위기라 보았지만, 평균수명이 많이 늘어난 현대사회에서는 그 기간이 더 확대되고 있습니다. 최근 <중년>(Midlife)이란 책을 펴낸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키런 세티야 교수는 불과 서른다섯의 나이에 심각한 중년위기 증상을 겪었다고 토로합니다. 그는 미국의 백인 주류사회, 그것도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 아름다운 가족에 둘러싸여 외견상 남부러울 것 없어 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살아왔던 길이 후회되고 밀실에 갇힌 듯한 답답함과 공허감이 혼합된 묘한 내적 방황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중년위기란 반드시 40~50대에 겪는 증상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발간에 즈음해 미국 잡지 <뉴요커>는 역사적인 중년위기 증상을 조명하는 칼럼을 실었습니다. 이탈리아 작가 알리기에리 단테의 작품 <신곡> 초반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 대표적입니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나는/ 어두운 숲에 처해 있었네/ 아, 이 거친 숲이 얼마나/ 가혹하게 완강했는지/ 얼마나 하기 힘든 말인가!/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 새로 솟는다….” 이 글을 쓸 때 단테의 나이도 서른다섯 살, 그가 살았던 14세기에는 중년에 해당합니다. 물론 종교적 모티브를 가진 작품이긴 하지만, 21세기라는 관점에서는 중년위기라고 해석하는 겁니다. 같은 피렌체 출신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는 40살부터 55살까지는 이렇다 할 명작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괴테는 38살 생일잔치를 하자마자 10년 동안 봉직했던 궁중 생활을 뒤로하고 홀연히 이탈리아로 떠납니다. <열하일기>를 쓰던 연암 박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혹독한 중년위기 증상을 앓았던 겁니다. 미국 작가 게일 쉬이의 <통로>(Passages)는 미국 의회 도서관이 선정한 이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10권 중의 한권으로 선정되었는데, 주제가 바로 중년위기입니다. 그녀의 연구에 따르면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조금 더 빨리 중년위기 증상을 겪는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변하지 않으면 성장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성장하지 않으면 우리는 진짜 살아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중년위기란 인생의 중간평가 시간입니다. 단테, 괴테, 미켈란젤로, 연암 모두 중년위기 증상을 겪은 뒤 오히려 더 생산적인 시기를 맞았습니다. 사춘기의 격동 뒤에 어른이 되는 것처럼, 중년위기 뒤에 진정한 창조가 찾아올 겁니다. 그 풍랑은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손관승 CEO·언론인 출신의 라이프 코치ㅣ저서 <투아레그 직장인 학교> 등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