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소식
“갭이어 정착 위해선 여력 없는 청년에 지원해야”
서울시 올해 시범사업 ‘서울형 갭이어’에 대한 청년들의 목소리
등록 : 2018-03-01 14:59
작년 서울청년의회, ‘갭이어’ 제안
서울시 올해 시범사업 예산 확보
여력 없는 청년 위해 경비 지원 필요
대학 등록 연기 가능해야
“서울시는 갭이어를 일자리 정책으로 여기면 안 됩니다. 교육·복지·일자리 등 다양한 부서가 협력해 통합 정책으로 추진해야지, 특정 부서에 던져주는 식으로는 청년이 원하는 지점에 닿을 수 없습니다.”(이혜민 사이랩 청년활동가)
“갭이어답게 설계 과정부터 청년의 자율성과 주체성이 반영돼 정책을 만들어야 합니다.”(김소연 지리산이음 청년파트너)
지난 2월20일 오후 서울시청 태평홀에서 열린 서울청년포럼. 올해 시범사업으로 진행될 ‘서울형 갭이어’를 놓고 청년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1960년대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갭이어’(Gap Year)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 자원봉사 등을 하며 다양한 사회 경험을 쌓는 한 해를 뜻한다.
지난해 7월23일 열린 서울청년의회에서 ‘서울형 갭이어’가 대표적인 청년 정책으로 제안됐다. 청년이 단기간 아르바이트 등에 매몰되는 대신, 일정 기간 여행, 봉사, 인턴, 창업 등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당시 청년의원이었던 이혜민 청년활동가는 “유럽 등에서는 사회에 막 진입하는 청년에게 새로운 경험을 해서 생각을 확장할 기회를 반드시 갖게 한다. 한국 청년들도 자체 설문조사에서 82.1%가 지금의 삶을 멈추고 자기를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며 ‘서울형 갭이어’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형 갭이어’ 예산을 책정하고, 갭이어 때 경비를 지원하거나 각종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준비한다. 이날 서울청년포럼에서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청소년 때 다른 사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만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속한 곳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욕구 등을 발견하게 되는데, 한국은 입시 교육과 경쟁 교육 체제라 참 어렵다. 청년기에라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울형 갭이어’ 시범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갭이어 사업을 처음 운영한 제주도는 제주 청년 30명에게 21일 동안 서울에서 지내며 육지와 교류할 기회를 제공했다. 항공, 숙박, 식비 일부와 컨설팅·강연을 포함한 워크숍 등을 지원했다. 박경호 제주도 청년정책심의위 부위원장은 “참가자 대부분이 만족했지만 3주가 너무 짧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갭이어 사업을 준비하는 전주시는 2개월 이상 지원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제주도도 올해 갭이어 예산을 지난해의 두 배로 늘렸고, 횟수와 대상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김재홍 커리어투어 대표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 때문에 쉴 수 없는 청년들도 많다. 쉬더라도 알바를 해야 하는 처지에선 어떻게 보면 갭이어가 사치일 수 있다. 생활비든 활동비든 비용 지원이 있어야 여력 없는 분들도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지적했다. 김소연 청년파트너도 “여유 있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청년이 참여할 수 있게 경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숨가쁘게 달려온 청년에게 1년 동안 연구년을 준다는 의미에서 ‘갭이어 연구비’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2016년부터 서울시 청년허브, 작은자유, 생명평화대학 등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운영한 ‘청년×재충전 프로젝트’ ‘지리산×청년도서관’ ‘지리산포럼 청년섹션’ 등의 활동도 소개했다. ‘지리산×청년도서관’에 참가한 청년은 3박4일 동안 지리산에서 지내며 도시 밖 생활을 생각하고 ‘삶의 전환’을 구상할 수 있었다. 대학 등 공공기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혜민 청년활동가는 “미국 아이비(Ivy) 리그에서 갭이어가 활성화된 이유는 대학에 합격한 입학생이 등록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인데, 국내 대학은 등록금을 낸 뒤에야 휴학이 가능하다”며 “입학생이 갭이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학부터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서울시는 지난해 서울청년의회에서 제안된 ‘서울형 갭이어’를 올해 시범사업으로 준비한다. 사진은 2015년 열린 서울청년의회.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7월23일 열린 서울청년의회에서 ‘서울형 갭이어’가 대표적인 청년 정책으로 제안됐다. 청년이 단기간 아르바이트 등에 매몰되는 대신, 일정 기간 여행, 봉사, 인턴, 창업 등 새로운 환경에서 활동하며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당시 청년의원이었던 이혜민 청년활동가는 “유럽 등에서는 사회에 막 진입하는 청년에게 새로운 경험을 해서 생각을 확장할 기회를 반드시 갖게 한다. 한국 청년들도 자체 설문조사에서 82.1%가 지금의 삶을 멈추고 자기를 돌아보고 싶다고 했다”며 ‘서울형 갭이어’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서울시는 ‘서울형 갭이어’ 예산을 책정하고, 갭이어 때 경비를 지원하거나 각종 무료 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방식으로 시범사업을 준비한다. 이날 서울청년포럼에서 전효관 서울혁신기획관은 “청소년 때 다른 사람, 다른 시간, 다른 공간을 만나는 건 대단히 중요하다. 자신이 속한 곳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욕구 등을 발견하게 되는데, 한국은 입시 교육과 경쟁 교육 체제라 참 어렵다. 청년기에라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서울형 갭이어’ 시범사업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갭이어 사업을 처음 운영한 제주도는 제주 청년 30명에게 21일 동안 서울에서 지내며 육지와 교류할 기회를 제공했다. 항공, 숙박, 식비 일부와 컨설팅·강연을 포함한 워크숍 등을 지원했다. 박경호 제주도 청년정책심의위 부위원장은 “참가자 대부분이 만족했지만 3주가 너무 짧다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갭이어 사업을 준비하는 전주시는 2개월 이상 지원하는 것으로 들었다”며 “제주도도 올해 갭이어 예산을 지난해의 두 배로 늘렸고, 횟수와 대상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김재홍 커리어투어 대표는 “학비와 생활비 부담 때문에 쉴 수 없는 청년들도 많다. 쉬더라도 알바를 해야 하는 처지에선 어떻게 보면 갭이어가 사치일 수 있다. 생활비든 활동비든 비용 지원이 있어야 여력 없는 분들도 쉬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지적했다. 김소연 청년파트너도 “여유 있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청년이 참여할 수 있게 경비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시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숨가쁘게 달려온 청년에게 1년 동안 연구년을 준다는 의미에서 ‘갭이어 연구비’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2016년부터 서울시 청년허브, 작은자유, 생명평화대학 등과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지리산이음’이 운영한 ‘청년×재충전 프로젝트’ ‘지리산×청년도서관’ ‘지리산포럼 청년섹션’ 등의 활동도 소개했다. ‘지리산×청년도서관’에 참가한 청년은 3박4일 동안 지리산에서 지내며 도시 밖 생활을 생각하고 ‘삶의 전환’을 구상할 수 있었다. 대학 등 공공기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혜민 청년활동가는 “미국 아이비(Ivy) 리그에서 갭이어가 활성화된 이유는 대학에 합격한 입학생이 등록을 연기할 수 있기 때문인데, 국내 대학은 등록금을 낸 뒤에야 휴학이 가능하다”며 “입학생이 갭이어를 선택할 수 있도록 대학부터 가능성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낙연 기자 yanni@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