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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곳에 흩어진 서울 기록물 한자리에 모은다

내년 상반기 개원 서울기록원 준공 진두지휘 조영삼 원장

등록 : 2018-03-15 15:02
녹번동 서울혁신파크에서 공사 중

경북 청도에 보관 중인 10만여 건 외

본청 등 문건 중 30년 이상 된 문서도

촛불시위 등 시민기록물도 보존

조영삼 서울기록원장이 서울시청 본청의 지하 4층 서고에서 서울기록물을 설명하고 있다. 조 원장 뒤편의 기록물 중에서 30년 이상 보존할 가치가 있는 것들은 서울기록원으로 옮긴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최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청와대 기록물이 논란이 됐다. 검찰이 지난 1월 서초동 영포빌딩 지하의 다스(DAS)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이 전 대통령 임기 중 청와대 등에서 작성된 다량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다스 사무실에서 대통령기록관으로 가야 할 대통령기록물이 나온 것이다. 이 일로 정부의 기록물 관리 실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렇다면 서울은 어떨까?

지난 1월4일 서울시 행정국 산하에 서울기록원이라는 조직이 생겼다. 서울 지역 안의 공공기록 관리를 총괄하는 기관이다. 오는 10월 완공 예정인 서울기록원의 신축 공사(은평구 녹번동 서울혁신파크 안)에 분주한 조영삼(52) 서울기록원장을 만났다.

서울기록물이란 뭘 말하나?


“서울시가 한 일을 기록하고 설명하는 종이 문서, 사진, 디지털 문서, 동영상 등을 말한다. 시 행정과 관련된 시정기록이다. 각종 행사에서 수집한 박물류(물건)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30년 이상 보존할 가치가 있는 기록물과 준영구 기록물, 영구 기록물이 서울기록원에 보존·관리된다. 이와 함께 시민기록도 서울기록물로 함께 보존할 계획이다.”

시민기록이라니?

“다른 지방기록물관리기관과 달리 서울시는 시민이 작성한 기록물 중에서 시대적 가치를 지닌 기록물을 서울기록물로 분류해 보존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2016년의 ‘촛불혁명’과 관련된 유인물이나 그림, 시민단체의 회의록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의 마을공동체가 생산한 기록물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시민기록물을 적극적으로 수집하는 것은 중요한 숙제다.”

그렇다면 박원순 서울시장의 업무수첩도 서울기록물인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르면 주요 직위자의 업무 관련 메모는 공식문서가 아니어도 등록해서 관리하도록 돼 있다. 이 법령 규정에 따라 서울시장의 업무수첩도 공공기록으로 관리해야 한다.”

서울기록물 관리는 왜 필요한가?

“서울시가 무슨 일을 했는지 설명하는 근거다. 동시에 서울시가 한 일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이를 손등과 손바닥이라고 흔히 표현한다. 물론 그 기록은 미래에 활용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고.”

지금 서울기록물은 어떻게 관리되나?

“서울시청 본청 지하 4층의 본관 서고, 서소문별관 1층 서고, 경북 청도의 서울시 문서고 등 3곳에 나눠 보관된다. 종이 문서류가 29만5천여 권, 디지털 기록이 750만여 건 등이다. 종이 문서류는, 청도에 있는 10만1500권 모두 신축되는 서울기록원으로 옮긴다. 1910년대 이후 일제 강점기에 작성된 역사가 오래된 것들이다. 본청과 서소문별관 서고에 있는 나머지 기록물은 30년 이상 보존이 필요한 것들을 추리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본청 서고에 있는 토지측량 관련 기록이다. 1910년에 작성됐다.”

서울기록원의 신축은 어떤 의미가 있나?

“그동안 세 곳에 기록물이 흩어져 있어 이용에 불편함이 컸다. 시민 접근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다. 아울러 학교, 언론사, 문화기관 등 다양한 매개자들을 통해 서울 기록이 시민들과 만나는 것도 한층 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을 알고 싶을 때 기록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허브 구실을 하게 될 것이다.”

내년 상반기 개관하는 서울기록원의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기록원은 지하철 불광역 인근인 서울혁신파크 안에 지하 2층, 지상 5층, 연면적 1만5004㎡(4547평) 규모로 세워질 예정이다. 오는 10월 건물이 준공되면 몇 개월 동안의 준비를 거쳐 2019년 상반기에 정식 개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특별시와 광역 시도에 ‘지방기록물관리기관’을 두도록 한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이행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달 국가 기록관리 분야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외국 도시들의 기록물 관리 수준은?

“런던 아카이브, 파리 아카이브, 뉴욕주립 아카이브 등을 벤치마킹했다. 수백 년 전통이 있고, 보유한 자료도 엄청나다. 뉴욕주립 아카이브의 경우 혼인서약서 같은 개인 기록들, 일상의 기록들까지 보관하고 있다. 금혼식이나 은혼식 즈음에 찾아와 복사본을 신청해 기념 액자로 만드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대학교에서 한국사와 기록관리 등을 공부한 조 원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2005~08년)에 청와대비서실에서 기록연구사로 일했다. 2013년부터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과장으로 근무하며 서울시 기록물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영포빌딩에서 대통령기록물이 나온 데 대해 “국가 기록물 관리에 대한 낮은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선진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