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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회전만 안 해도, 나도 미세먼지 줄이기!

서울시 단속 현장 동행취재 공회전 단속, 8대 저감 대책

등록 : 2018-03-15 15:14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기후대기과의 이해관 공회전 단속반장(오른쪽)이 지난 8일 공익요원 서민성씨와 함께 종로구 동화면세점 뒷길에서 시동을 켜놓은 채 주차한 차를 열화상카메라로 찍고 있다. 지난 3월 초부터 공회전 단속에 본격 도입된 열화상카메라로 공회전 차를 찍으면 차량의 머플러 부분이 온도가 올라가 붉게 표시된다(왼쪽 아래 사진). 또 영상과 함께 촬영 시작 시점과 종료 시점이 기록돼 단속 효율성이 높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선생님께서는 차량을 공회전 상태로 5분 이상 비워두셨습니다.”

지난 8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뒤편 도로,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기후대기과 이해관 단속반장이 시동을 켠 채 차를 길가에 세워두고 일을 보고 돌아오는 차 주인에게 운전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차주는 잠시 얼굴이 굳어졌지만, 곧 순순히 면허증을 꺼내 건네준다. 이어 5만원짜리 과태료 ‘딱지’를 받아볼 주소를 말한 뒤 확인서에 서명까지 마쳤다.

이날 서울시 기후대기과에서는 이 반장팀을 포함해 모두 6개 팀이 서울시 4대문 안쪽을 중심으로 공회전 차량 단속을 집중해 벌였다. 기자가 동행취재한 이 반장팀은 서울시의회 앞 세종대로에서 출발해 동화면세점 뒷거리 → 세종문화회관 뒤편 → 정부종합청사 앞길 → 경복궁 내 대형버스 주차장까지 쭉 걸어가면서 공회전 단속과 계도를 함께 했다. 단속반원들의 바쁜 움직임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미세먼지가 많아지는 3월이 되면 서울시 기후환경본부는 어느 때보다 바쁘다. 국립환경과학원 등에 따르면, 보통 3월은 우리나라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달이다. 지난해 3월은, 야외활동을 제한하는 ‘나쁨’(51㎍/㎥ 이상) 수준 이상을 기록한 날이 7일이나 됐다. 올해도 휴일인 지난 11일 정오 기준 서울의 미세먼지 농도(PM2.5)는 54㎍/㎥로 ‘나쁨’을 기록했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2월27일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시가 지난해 내놓은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를 시민 참여를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개선한 것이다. 그런데 모두 8개 조치 중 차량 관련이 5개나 된다. ‘차량 2부제 100만 시민 참여’ ‘서울형 공해차량 서울 전 지역 운행제한 추진’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등급제 전국 최초 도입’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는 개인·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시민단체·자치구와 함께 배출가스와 공회전 차량 합동 집중단속’이 그것이다.

이는 그만큼 차량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주원인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서울연구원이 2015~16년 연구한 ‘초미세먼지 상세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 미세먼지 자체 발생량 중 자동차와 건설기계로 이루어진 교통 부문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37%를 차지한다. 이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난방(39%)과 거의 비슷했다. 그 뒤를 비산먼지(22%), 생물성 연소(2%)가 잇는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대기정책과장은 “경직성이 강한 난방과 달리 차량은 노력 여하에 따라 미세먼지 배출 감소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개선 대책에서 차량 관련 사항들이 많은 이유다. 이 가운데 공회전 단속은 2004년 1월1일 처음 시작한 이후 지속해서 규정이 강화돼왔다. 공회전이 연료 낭비뿐만 아니라 불완전연소 등으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다량 발생시킨다는 인식이 퍼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초기에는 모든 장소에서 운전자가 차에 없을 때만 공회전 단속을 할 수 있었지만, 2014년 7월부터는 터미널·차고지·노상 주차장 등을 중심으로 ‘중점 공회전 제한장소’ 제도를 시행했다. 이 장소에서는 운전자가 있어도 따로 경고 없이 공회전 차량을 단속할 수 있다. 현재 서울에 중점 공회전 제한장소는 2772곳이 지정돼 있다. 다만 지금도 공회전 제한장소가 아닌 곳에서는 차에 운전자가 타고 있으면, 일차적으로 운전자에게 경고해야 한다. 운전자가 그 뒤에도 공회전을 계속할 때만 공회전 시간을 재서 허용시간을 넘기면 과태료를 물리도록 하고 있다. 현재 공회전 허용시간은 기온이 5도 이상~25도 미만일 때는 2분, 0도 초과~5도 미만이거나 25도 이상~30도 미만이면 5분이다. 0도 이하거나 30도 이상이면 공회전 단속을 하지 않는다.

서울시의 공회전 단속은 올해 또 한 차례 진화했다. 공회전 차량 단속에 열화상카메라를 쓰는 것이다. 열화상카메라로 공회전 중인 차량의 머플러를 찍으면 그 부분이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공회전 때 머플러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는 서울시 공회전 단속반원들이 초시계를 들고 단속에 나섰다고 한다. 이해관 반장은 “공회전 차량을 발견하면 초시계로 공회전 시간을 잰 뒤 기준 시간을 넘기면 운전자에게 다가가 과태료 부과 대상임을 통보했다. 이때 초시계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운전자와 잦은 승강이가 벌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이 반장은 “심지어 단속반의 멱살을 잡는 운전자도 있었고, 경찰이 출동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기도 했다”고.

그러나 열화상카메라는 이런 다툼을 크게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카메라는 붉은색으로 찍힌 머플러 영상과 함께 촬영 시작 시간과 종료 시간까지 기록된다. 운전자가 부인하기 어려운 확실한 증거물이 남는 셈이다.

서울시는 올해 1~2월 열화상카메라를 시범 운용한 뒤, 3월부터는 모든 단속반이 이 카메라를 쓴다. 이날도 공회전 차량을 발견하면, 단속반원 중 열화상카메라를 들고 있던 공익요원 서민성씨가 몇 m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공회전 차량을 촬영했다. 서씨는 “공회전 차량에 가깝게 다가가지 않아도 머플러 색깔로 쉽게 공회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이 반장과 서씨, 그리고 최균범 기후대기과 공회전 단속 총괄반장은 모두 1만5천 보 정도를 걸으면서 공회전으로 서울의 대기 질을 악화시키는 차량을 단속하고 홍보해나갔다.

하지만 아직은 단속반의 활동은 홍보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1차 경고 없이 단속할 수 있는 중점 공회전 제한장소가 서울에 2700곳 넘게 지정돼 있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도로는 공회전 제한구역이 아니다. 이에 따라 도로에서는 대부분 운전자에게 1차 경고를 한 뒤 공회전 단속에 들어가야 한다.

이날도 이 반장 등 단속반원들은 길거리에 서 있는 택시나 승용차 등의 운전자에게 공회전 단속을 나왔다고 알려주었고, 해당 차량 운전자는 재빨리 시동을 끄거나 차를 이동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서울시의 공회전 단속으로 발생한 과태료 처분도 348건에 불과했다. 공회전 단속이 절대 쉽지 않은 과제임을 보여준다.

결국 다른 많은 환경문제 해법과 마찬가지로, 차량 공회전 문제 해결도 서울시의 ‘홍보와 단속’에 시민들이 얼마나 깨어 있는 자세로 응답하는지에 달려 있다. 이것이 서울시가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개선 대책을 아우르는 핵심 어젠다로 ‘시민 주도, 시민 참여’를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시와 함께, 지난 2월22일 출범한 미세먼지 관련 시민사회 연대기구인 ‘미세먼지 줄이기 나부터 서울시민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들이 미세먼지 문제의 두 바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김보근 선임기자 tree21@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